알츠하이머병은 단순히 ‘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단백질 덩어리 문제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력한 레이저 영상 기술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뇌를 분석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은 뇌 전체에 걸친 광범위한 화학적 변화, 즉 대사 교란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AI/ScienceDaily.com]
레이저와 AI로 그린 ‘뇌의 화학 지도’
연구진은 이번에 ‘하이퍼스펙트럴 라만 영상‘이라는 고급 분석 기술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라만 분광법의 한 종류로, 레이저를 이용해 조직 속 분자들이 내는 고유한 ‘화학적 신호’를 측정한다. 쉽게 말하면, 각각의 분자가 내는 고유한 빛의 흔적을 읽어 그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일반적인 라만 분광법은 한 지점에서 한 번 화학 정보를 측정하지만, 하이퍼스펙트럴 라만 영상은 조직 한 조각 전체를 수천 번 반복 측정해 정밀한 화학 지도를 만든다. 연구진은 뇌를 얇게 잘라 한 층씩 스캔했고, 수천 개의 데이터를 겹쳐 고해상도 분자 지도를 완성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염료, 형광 단백질, 분자 표지(tag)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무염색’ 방식이었다. 이는 인위적으로 색을 입히지 않고 뇌를 있는 그대로 분석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어떤 뇌 영역이 알츠하이머와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화학 변화가 뇌 전체에 균등하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불균등한 변화는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문제, 예를 들어 단백질 축적만을 겨냥한 치료가 왜 한계가 있었는지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드러난 대사 이상
알츠하이머병 치료 개선을 위해 시행된 이번 연구를 통해 단백질 축적 외에도 더 광범위한 ‘대사 변화’가 이루어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콜레스테롤과 글리코젠 수치가 뇌의 여러 영역에서 달라져 있었다. 콜레스테롤은 뇌세포 구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글리코젠은 뇌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에너지 저장 물질이다.
가장 큰 차이는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인 해마와 대뇌 피질에서 나타났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이 단순히 단백질이 잘못 접히거나 쌓이는 문제를 넘어서, 뇌의 에너지 균형과 구조 전반에 영향을 주는 질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뇌의 작은 영역만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점차 전체 뇌를 지도처럼 그려보았다. 그러자 전체 화학 지도에서 기존 영상 기법으로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드러났다. 이는 마치 뇌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층의 정보를 발견한 것과 같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알츠하이머병을 보다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이번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화학 지도가 알츠하이머병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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