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새까만 희귀 야생고양이가 과학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원래는 안개 낀 고산 숲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검은 서벌이 최근에는 건조한 초원 지대에서도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아프리카에서 가장 신비로운 검은 고양이
검은 서벌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야생고양이 서벌의 흑색변이 개체다. 일반 서벌은 치타를 닮은 점무늬와 긴 다리, 큰 귀를 가진 고양이지만, 검은 서벌은 몸 전체가 검은 털로 덮여 있으며 희미한 점무늬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독특한 색깔은 색소 세포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 변이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벌은 고양이과 동물 가운데 체형 대비 가장 긴 다리를 가진 종이다. 어깨높이는 약 50cm에 이르며 시속 64km로 달릴 수 있고 최대 3m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이 능력은 설치류와 파충류, 양서류를 사냥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표범과 하이에나, 아프리카들개 같은 포식자를 피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벌은 귀 역시 매우 특별하다. 머리 크기에 비해 가장 큰 귀를 가진 고양이로 알려져 있으며 각 귀에는 22개의 근육이 있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레이더처럼 움직이는 귀는 풀숲 속에 숨어 있는 먹이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 준다. 이러한 신체 구조 덕분에 서벌의 사냥 성공률은 50%를 넘는다. 사냥 성공률이 약 30% 수준인 사자나 표범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왜 건조한 초원에 검은 서벌이 많을까
과거 검은 서벌은 주로 케냐 아베르다레 산맥이나 에티오피아 고원처럼 해발 2천m 이상의 숲 지역에서 발견됐다. 연구자들은 검은 털이 어두운 숲속 환경에서 위장 효과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케냐 최대 보호구역인 차보 생태계에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확인된 서벌 가운데 47%가 검은 서벌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기존 고산 숲 지역에서 보고된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문제는 차보가 울창한 숲이 아니라 밝고 건조한 초원 환경이라는 점이다. 검은 털이 특별한 위장 효과를 제공할 것 같지 않은 장소에서 오히려 검은 서벌이 많이 발견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한 가지 가설은 검은 개체가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에 관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은 단순한 유전자 빈도 변화에 따른 우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검은 털을 만드는 유전자가 체온 조절이나 질병 저항성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점을 함께 제공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특성이 생존율을 높여 검은 털 유전자가 더 많이 퍼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검은 서벌은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가장 희귀하고 신비로운 야생고양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이 검은 사냥꾼이 품고 있는 진화의 비밀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BBC Science Focus, “The world’s weirdest cat keeps turning up where nobody exp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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