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년 간 아빠 육아 시간은 크게 늘었지만, 그 배경에는 육아를 함께하던 친척과 이웃 공동체가 약해지면서 부모가 감당해야 할 몫이 커진 현실이 숨어 있다. 미국에서는 아빠 육아 시간마저 학력과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나면서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일부 계층의 ‘특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빠 육아 늘었지만 ‘함께 키우는 사람’은 줄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아빠 육아 시간은 지난 50년 사이 4배로 늘었다. 아빠의 약 85%는 부모라는 역할을 자신의 정체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아빠 육아는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엄마에게 집중되는 부담도 줄여준다.
하지만 미국 심리학자 다비 색스비 교수는 이런 변화의 이면에 주목했다. 아빠의 역할이 커진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아이를 함께 돌보던 대가족과 지역 공동체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중앙아프리카의 수렵채집민 아카족이다. 아카족 남성들은 어린아이 가까이에서 생활하며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해 ‘세계 최고의 아빠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2024년 미국 시간사용조사에서 영아를 키우는 미국 아빠는 하루 약 125분을 아이를 직접 돌보는 데 사용했고, 집안일 등을 하면서 아이를 함께 지켜보는 시간은 약 394분이었다. 아카족 아빠는 각각 약 57분과 96분이었다. 조사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계산상 현대 미국 아빠의 육아 시간이 훨씬 길다.
차이는 주변에 아이를 함께 돌봐줄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에서 나타났다. 필리핀 산악 지역의 수렵채집민 아그타족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아빠가 전체 육아의 약 7%, 엄마가 약 25%를 맡았다. 나머지는 형제자매와 조부모, 친척, 친구 등 공동체 구성원들이 나눠 담당했다.
반면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핵가족을 중심으로 생활하면서 친척과 이웃의 역할이 줄었다. 아빠의 육아 시간이 늘어난 것은 인식 변화뿐 아니라 부모 둘이 책임져야 할 육아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녀와 보내는 시간에도 커지는 격차
문제는 모든 아빠가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아빠의 육아 시간이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 아빠의 육아 시간이 증가한 현상은 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아빠들이 이끌었다. 1960년대에는 대학을 나온 아빠와 그렇지 않은 아빠의 육아 시간 차이가 하루 몇 분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대학 교육을 받은 아빠가 하루 평균 46분을 더 자녀와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직업 환경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유연근무, 유급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 아빠는 아이와 함께할 시간을 확보하기 쉽다. 반면 미국에서는 아빠의 약 절반만 아이가 태어난 뒤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무급휴가 역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과 일부 시간제·플랫폼 노동자 등이 제외되면서 전체 노동자의 약 44%가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저임금 노동자는 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도 소득이 줄어드는 부담 때문에 포기하기 쉽다.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가정을 중심으로 확산된 ‘집중 육아’도 격차를 키웠다. 숙제를 관리하고 다양한 교육 활동에 참여시키는 등 자녀에게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방식이 아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 육아는 긍정적이지만 이를 개인의 의지와 노력 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적극적인 육아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누리는 특권이 되지 않으려면 직업과 소득에 관계없이 아빠가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제도와 함께, 가족과 이웃이 육아를 나눌 수 있는 공동체 환경도 필요하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USC Dornsife, “Why fatherhood matters more than ever before”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