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뒤 허리가 아프다면 단순히 등반이 허리에 나쁘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낮은 강도에서 천천히 하는 등반은 만성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어의 안정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나치게 오래 또는 강하게 하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암벽등반은 허리에 약일까, 독일까
허리 통증은 매우 흔하다. 전체 인구의 최대 80%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통증을 겪는다.
특별한 부상이 없는데도 등반할 때 허리가 계속 아프다면 몸통을 안정시키는 ‘코어’의 기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어는 단순히 복근만을 뜻하지 않는다. 배 앞쪽의 복근과 옆구리 근육, 등쪽 근육, 골반저근과 엉덩이 근육, 횡격막 등이 함께 척추를 둘러싸고 몸통을 안정시킨다.
코어는 암벽등반에서 특히 중요하다. 작은 홀드에 손과 발을 걸고 몸을 당기거나 밀 때 코어가 중심을 잡아줘야 손발에 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등반 자체가 허리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낮은 강도의 치료 목적 등반이 만성 요통을 완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핵심은 등반의 종류와 강도다. 치료 수준의 낮은 강도와 적절한 운동량에서는 암벽등반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넘어 장시간 고강도로 진행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코어가 늦게 반응하면 허리에 부담이 커진다
등반량이 많아질수록 허리가 아픈 원인 가운데 하나는 근육의 불균형이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생활하면 고관절 앞쪽과 허리 근육은 뻣뻣하고 과도하게 사용되는 반면 엉덩이와 복부 근육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등반의 부하까지 더해지면 동작이 흐트러지고 허리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
코어 근육이 움직임에 맞춰 반응하는 속도도 중요하다. 허리 통증이 없는 사람은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기 직전에 복횡근 같은 깊은 코어 근육이 먼저 활성화돼 몸통을 단단하게 만든다. 반면 요통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이 반응이 늦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허리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복부 긴장법(Abdominal Bracing)’을 익히는 것이다. 배를 단순히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기침하거나 웃을 때처럼 척추 주변의 여러 근육을 함께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사이드 플랭크와 버드독, 컬업처럼 몸통을 안정시킨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운동이 기본적인 훈련법으로 사용된다. 중요한 것은 오래 버티거나 무조건 강하게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허리의 자연스러운 자세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만큼 코어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코어가 강한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등반 자세도 살펴봐야 한다. 같은 잘못된 움직임을 수십 번 반복하면 충분한 근력이 있어도 허리에 부담이 쌓인다.
결국 허리 통증이 있다고 암벽등반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통증을 참고 계속 오르는 것이 아니라 등반량과 강도를 조절하고 코어 안정성과 움직임을 개선하면서 어떤 자세에서 통증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 Climbing Doctor, “Low Back Pain and Rock Climb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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