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백질부터 식이섬유까지···식용 곤충, 장내 환경·대사 건강에 이득
필자는 앞서 식이섬유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이 내용에 공감한 독자라면 이제부터 샐러드나 과일, 잡곡밥 등을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식이섬유가 포함된 음식의 종류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중에는 의외의 식품도 있는데, 바로 식용 곤충이다.
식용 곤충은 오래전부터 미래 식량 자원으로 주목받아 왔다. 곤충은 포유류나 조류처럼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주는 사료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고기의 양이 많다. 물고기처럼 수조나 양식장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도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또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번식력도 높아 금방 출하할 수 있으며, 애벌레나 번데기 단계에서도 섭취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번데기만 봐도, 성충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곤충, 고단백에 식이섬유까지 갖춘 이중 영양원
영양학적으로도 식용 곤충은 기존 육류보다 오히려 우수한 면이 많다. 곤충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특히 일반적인 육류에서는 얻기 힘든 식이섬유까지 함유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큰 강점이다.
곤충에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식이섬유의 범주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다. 보통 식이섬유라고 하면 식물성 셀룰로오스를 떠올리지만, 인간이 섭취는 가능하되 소화할 수 없는 다양한 섬유질 탄수화물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곤충의 외골격에 존재하는 키틴(chitin)도 식이섬유에 포함된다.
키틴은 셀룰로오스에 이어 자연계에서 두 번째로 흔한 다당류로, N-아세틸-D-글루코사민이 반복 결합된 구조다. 곤충이나 갑각류의 외골격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며, 버섯류에서도 발견된다. 이 물질은 셀룰로오스처럼 외부 자극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인류의 먼 조상은 키틴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키틴 분해 효소 유전자를 일부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장류 조상의 식성이 다양해지며 굳이 키틴까지 소화할 필요가 없어졌고, 현재 인간은 불활성화된 유전자만을 지닌 상태다. 다만, 장내 미생물은 키틴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삼고, 유용한 물질을 우리 몸에 전달할 수 있다.
과거에는 키틴이 셀룰로오스와 마찬가지로 소화되지 않은 채 배출되는 무의미한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식이섬유가 장내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받으면서 키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귀뚜라미 분말, 유산균 늘리고 염증은 낮췄다
2018년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와 콜로라도주립대 공동 연구진은 2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귀뚜라미 분말과 모양만 같은 가짜 분말을 나누어 아침 식사로 14일간 섭취하게 한 후, 장내 미생물과 염증 표지자를 분석한 것이다.
섭취 후 6주까지의 분석 결과, 귀뚜라미 분말을 먹은 그룹에서 비피도박테리움 아니말리스(Bifidobacterium animalis)와 같은 유산균은 5.7배 증가했고, 염증성 미생물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검사에서도 TNF-α 같은 염증 표지자가 감소했으며, 이는 곤충에 포함된 키틴이 장내 미생물의 활성을 돕는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과 무관한 키틴의 작용도 보고됐다. 키틴은 점성이 매우 강하며 담즙산 및 콜레스테롤과 쉽게 결합해, 이들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동시에 수분을 흡수해 배변량을 늘리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일반 식이섬유의 기능도 수행한다.
이처럼 여러 장점을 고려할 때, 식용 곤충은 단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미래 식량에 그치지 않고, 건강식품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외형이 거부감을 일으키는 데다, 맛이나 풍미가 기존 육류와 달라 수요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번데기 역시 간식이나 술안주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과거 반찬으로 흔하던 메뚜기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따라서 식용 곤충의 보급을 위해선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친숙한 외형과 맛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요리법과 조리법 개발, 곤충 품종의 개량이 필요하며, 아예 원형을 알아볼 수 없도록 분말 형태로 가공해 일반 식품에 첨가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식용 곤충은 미래의 단백질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풍부한 식이섬유의 새로운 원천으로 재조명받게 될지도 모른다.
📌 3줄 요약
🦐 곤충 껍데기 ‘키틴’, 장내 미생물이 분해하는 식이섬유
🧬 귀뚜라미 분말 2주 섭취 → 유산균 ↑, 염증 지표 ↓
🥣 얼굴 모르면 먹는다…외형·맛 부담은 분말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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