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5,000종이 넘는 개구리와 두꺼비가 살아가고 있다. 이들 수컷은 대부분 양쪽 볼에 있는 소리주머니를 껌풍선처럼 부풀렸다 줄이며 울음소리를 낸다. 종마다 소리주머니의 모양은 달라 어떤 종은 커다란 헤드폰처럼, 어떤 종은 미키마우스의 귀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어떤 개구리는 하나의 주머니만 크게 부풀리며 소리를 낸다.
개구리 울음소리의 역할
개구리가 개골개골 소리를 내는 시기는 번식기다. 이 울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 같은 종인지 다른 종인지 구분한다.
- 암컷은 같은 종의 소리 가운데 덩치 크고 건강한 수컷이 내는 굵고 낮은 음을 선호한다.
- 수컷은 울음을 통해 자신의 영역을 알린다.
- 교미 중에는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경고음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암컷이 소리의 크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음역, 리듬, 강도를 세밀하게 구분한다는 것이다. 실험에 따르면 암컷은 저음일수록, 또 일정한 리듬으로 오래 울 수 있는 수컷을 더 매력적으로 선택한다. 이는 곧 체력이 좋은 수컷이 유전적으로도 우수하다는 신호로,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는 성 선택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소리주머니의 다양성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자연사박물관의 파충류학자 아우구스틴 엘리아스 코스타(Augustin Elias-Costa)와 훌리안 파이보비치(Julian Faivovich)는 10년 넘게 4,358종의 개구리와 두꺼비 소리주머니(vocal sac)를 분석해 20가지 기본 형태로 분류했으며, 그 결과를 2025년 3월 국제박물학회지 Bulletin of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발표했다.



Journal: A J. Elías-Costa and J. Faivovich. Evolution of vocal sacs in Anura. Bulletin of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Vol. 2025, March 7, 2025.
소리가 나는 원리
개구리와 두꺼비의 입 양옆에는 잘 늘어나는 막으로 된 소리주머니가 있다. 이는 구강 속 혀 양쪽의 두 구멍과 연결되어 있다. 개구리는 코와 입을 닫고 폐의 공기를 후두를 거쳐 소리주머니로 보내 부풀린다. 후두가 진동해 소리가 나고, 주머니 막이 울림통처럼 공명을 일으켜 훨씬 큰 소리로 증폭된다. 다시 주머니 근육이 수축하면서 공기를 폐로 되돌려보내 연속적인 울음을 이어간다.
소리주머니는 자연이 만든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작은 몸집에도 멀리까지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주머니 막이 악기의 울림통처럼 공명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진화가 인간이 만든 음향 장치와 닮아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종에 따라서는 양쪽 주머니가 합쳐져 하나의 큰 주머니를 가지기도 한다. 울음의 크기는 제각각이라 2~3m밖에 들리지 않는 종도 있지만, 1km 바깥까지 울려 퍼지는 종도 있다. 반대로 급류가 흐르는 환경에 사는 개구리들은 울음 대신 몸짓이나 시각적 신호로 짝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또 같은 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울음이 다르다. 예컨대 참개구리는 남쪽 집단과 북쪽 집단의 울음 패턴이 뚜렷이 달라 개체끼리도 서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이는 사람 언어의 방언처럼 개체군 간의 격리와 진화적 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개구리
현재 한국에는 15종의 개구리가 알려져 있다.
| 과(科) | 종(種) | 특징 |
|---|---|---|
| 무당개구리과 | 무당개구리 | 피부에서 독을 분비해 포식자를 막는다 |
| 두꺼비과 | 아시아두꺼비, 물두꺼비 | 거친 피부와 독샘을 가지며, 물두꺼비는 물가에서 주로 산다 |
| 청개구리과 | 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 노랑배청개구리 | 나무 위 생활에 적응했고 맑은 울음소리로 유명하다 |
| 맹꽁이과 | 맹꽁이 | 비 오는 여름밤에 크게 울어 존재를 알린다 |
| 개구리과 | 한국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큰산개구리, 참개구리, 금개구리, 옴개구리, 황소개구리 | 논과 하천 등 다양한 서식지에 살며, 황소개구리는 외래종으로 생태계 위협 요인이다 |
이 가운데 참개구리는 가장 흔하며, 한국에서 ‘개구리’ 하면 보통 참개구리를 가리킬 정도로 대표적이다.
옛날부터 개구리 울음은 비가 올 징조로 여겨졌다. 실제로 개구리는 습도와 기압 변화에 민감하며, 번식기 울음 증가가 기상 변화와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민속과 과학이 겹치는 지점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자연 속에서 개구리를 직접 보고 울음을 듣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개구리의 다양한 모습과 소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관련 영상이나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화의 산물, 환경의 지표
개구리의 울음은 진화가 남긴 정교한 음향 장치이자, 생태계의 현재를 드러내는 지표다. 소리주머니는 수컷의 짝짓기 전략을 넘어, 환경 변화와 생물 다양성을 반영하는 살아 있는 장치다. 우리가 점점 그 울음을 덜 듣게 된다는 사실은 곧 자연의 조건이 변하고 있음을 뜻한다. 개구리를 이해하는 일은 작은 동물의 습성을 아는 차원을 넘어, 인간이 의존하는 환경의 질을 측정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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