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은 AI를 어떻게 활용할까? 최신 연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놀이, 창작, 감정 표현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으며, 기존의 우려와는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AI를 쓰는 진짜 이유는 ‘친구’가 아니다
2022년,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닷에이아이의 창업자들은 누구나 AI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앱은 빠르게 성장해 2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았고, 천만 개가 넘는 챗봇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특히 많은 이용자가 청소년이었다. 하지만 2025년 11월, 이 플랫폼은 18세 미만 사용자를 전면 금지했다. AI 사용과 관련된 청소년 자살 문제 등 사회적 압력이 커지면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겉으로 보면 이 조치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청소년들이 AI를 통해 해왔던 창의적이고 감정적인 실험도 함께 사라지게 됐다.
실제로 청소년들이 AI를 쓰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미국 청소년의 10명 중 3명은 매일 AI를 사용하지만, 그 목적은 대부분 정보 검색(57%), 숙제(54%), 재미(47%)였다. 감정적 위로나 조언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연애나 외로움 해소를 위한 사용은 더 적었다. 각각 4~6%, 8~11% 수준이었다. 즉, AI를 ‘친구 대용’으로 쓴다는 이미지는 실제 사용 방식의 일부일 뿐이다.
AI는 놀이, 창작,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도구였다
연구팀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캐릭터닷에이아이 커뮤니티를 분석했다. 13~17세 청소년 2,236명의 게시글을 살펴본 결과, AI 사용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회복’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부드러운 역할놀이를 하며 감정을 정리했다. 예를 들어, 책 속 인물이 위로를 해주거나 시험 전에 응원을 해주는 식이다. 이는 치료처럼 엄격한 방식이 아니라, 편안하게 감정을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는 ‘탐색’이다. 청소년들은 AI를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이야기를 확장했다. 어떤 사용자는 세 권 분량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또 다른 사용자는 연극 캐릭터 집단을 만들어 활동시켰다. 이런 경험은 실제 글쓰기 능력과 창의력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됐다.
세 번째는 ‘변형’이다. 청소년들은 AI를 통해 다른 정체성을 실험했다. 자신을 닮은 캐릭터를 만들거나, 현실에서 겪는 관계를 반영한 인물을 만들어 상황을 다시 구성해 보는 식이다. 예를 들어, ‘불편한 친구’나 ‘짜증나는 가족’을 모델로 한 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만드는 캐릭터 유형도 분석했다. 감정을 위로하는 존재, 이야기 속 등장인물, 장난을 치는 캐릭터, 유명인을 변형한 캐릭터, 감정이 복잡한 인물, 현실 사람을 반영한 캐릭터,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복제한 캐릭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이 결과는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은 단순히 AI와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고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엔, AI를 무조건 위험한 도구로 보고 차단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을 AI에서 멀리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고 창의성을 키워주며 현실과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ech Xplore, “How teens use AI: Not just as companions, but for creativity and self-expl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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