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유전자 작동 방식의 차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뇌가 다르게 아플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일 세포 수준 분석에서 수천 개의 뇌 유전자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고, 이는 질병 위험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차이가 타고난 생물학 때문인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 때문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뇌 유전자 발현, 성별 따라 3천 개 이상 차이 확인
남성과 여성은 같은 뇌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르게 질병에 걸린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남성에게 더 많고, 기분 장애는 여성에게 더 흔하다.
이 차이가 단순한 통계인지, 아니면 진짜 생물학적 이유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뇌 조직을 한꺼번에 분석하는 방식이라, 세포 하나하나에서 일어나는 뇌 유전자 변화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한계를 넘어섰다. 연구팀은 남성 15명과 여성 15명의 뇌 샘플 169개를 단일 세포 수준으로 분석했다. 쉽게 말하면, 뇌를 아주 잘게 나눠서 세포 하나씩 들여다보며 뇌 유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뇌 여러 영역에서 3천 개가 넘는 뇌 유전자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 차이는 질병 위험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뇌 크기 차이가 세포 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뇌 부피 차이가 세포 개수 때문이 아니라, 뉴런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뇌 유전자 발현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별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은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 속에서도 수천 개의 뇌 유전자가 꾸준히 다르게 작동하고 있었다.
성 호르몬과 질병 위험, 뇌 유전자 속 연결 고리
가장 큰 차이는 X와 Y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이는 성염색체가 아닌 다른 유전자에서도 발견됐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성호르몬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여성에서 더 활발한 뇌 유전자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에 반응하는 요소가 많았고, 남성 쪽 유전자에는 테스토스테론에 반응하는 요소가 더 많았다.
이 유전자들은 실제 기능과도 연결돼 있었다. 호르몬 신호 전달, 세포 구조 유지, 에너지 대사, 그리고 신경세포 간 연결 같은 중요한 과정에 관여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유전자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조현병,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유전자 위치와도 겹쳤다. 즉, 성별에 따른 뇌 유전자 작동 차이가 실제 질병 위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은 점도 있다. 이 차이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인지, 아니면 살아가면서 겪는 환경과 경험 때문에 생긴 뇌 유전자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 Scientist, “Study Offers a “Treasure Trove of Clues” to Sex Differences in the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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