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주사위를 굴리며 ‘운’과 ‘확률’을 즐긴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에서 발견된 약 1만 2천 년 전 아메리카 원주민 유물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사위로 확인되면서, 인간이 확률 개념을 활용한 시점도 수천 년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1만 2천 년 전 원주민 주사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다
미국 고고학자들은 북미 서부 유적지에서 발견된 작은 뼈 유물들이 약 1만 2천 년 전 사용된 주사위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주사위는 오늘날 이라크 지역인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약 5천500년 전 유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발견은 그 기록을 두 배 이상 앞당겼다.
연구진은 원주민 유물 기록을 하나하나 조사해 ‘주사위일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골라냈다. 기준은 명확했다. 손에 들어올 만큼 작고, 양면 구조를 가지며, 최소 한쪽 면에 표시가 있어야 했다. 장신구일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구멍이 뚫린 물건은 제외했다.

[사진=Robert Madden]
그 결과 총 565개의 유물이 조건에 맞았고, 이 가운데 최소 14개는 무려 1만2천 년 전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오래된 유물은 미국 와이오밍·콜로라도·뉴멕시코 지역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이 직접 유물을 조사한 결과, 이 물건들은 뼈로 만들어졌고 오래 사용해 표면이 매끈하게 닳아 있었다. 한쪽 면에는 선이 새겨져 있었으며, 일부에는 서로 다른 면을 구별하기 위한 붉은 안료 흔적도 남아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고대 주사위들이 수천 년 뒤 원주민 사회에서 쓰인 주사위와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2천 년 전 주사위와 섞어 놓으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확률 놀이’ 시작 시점 바뀌나… 사회 연결 역할 가능성도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단순한 놀이 유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주사위는 결국 무작위 결과를 이용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인간이 확률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한 시점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주민 사회에서 주사위 놀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낯선 사람끼리 만나 관계를 맺을 때 함께 놀이를 하며 유대감을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지적·문화적 기여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주민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무작위성’을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News Explores, “These 12,000-year-old Native American dice are the oldest in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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