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류를 줄인 ‘저당’ 또는 ‘제로’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의 열량과 포화지방 함량이 일반 아이스크림과 유사하거나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은 줄었지만 지방과 칼로리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아, 제품 표기만으로 건강한 선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저당·제로 아이스크림 11개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과 안전성을 시험한 결과, 대부분 제품이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를 사용해 당류는 낮거나 불검출 수준이었다고 24일 밝혔다. ‘당류 제로’로 표시된 5개 제품은 모두 실제로 당류가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제품의 열량과 포화지방 함량은 일반 아이스크림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제로 아이스 쿠키&크림바’(롯데웰푸드)는 80mL당 201kcal로, 일반 아이스크림(85mL 기준 평균 190kcal)보다 열량이 높았다. 특히 초코바 형태 제품 4종의 열량은 149~201kcal 범위로, 모나카형(127~161kcal)이나 파인트형(57~111kcal) 제품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포화지방 함량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뵈르 저당 쿠키 앤 버터바(버추어컴퍼니)’는 1개(80mL) 기준 포화지방이 10g으로, 일반 아이스크림과 동일했다. 초코바 제품군의 포화지방은 8~10g 수준으로, 모나카(3~5g),, 파인트형(2~7g)보다 확연히 높았다. 반면 파인트형 제품들은 칼로리와 포화지방 모두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당은 줄었지만, 대신 대체감미료가 다량 들어간 제품도 있었다. ‘제로윗 당제로 바닐라 바(펄세스)’는 전체 중 약 19%가 당알코올로 구성돼, 1개(85mL) 기준 16g의 에리스리톨·말티톨 등이 포함됐다.
소비자원은 당알코올류는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과자, 소스, 간편식 등 다양한 식품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체감미료 사용 및 섭취 실태조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알코올은 과다 섭취 시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험 결과는 ‘제로’ 또는 ‘저당’이라는 표기가 곧 ‘저열량’, ‘저지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단맛을 줄였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제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열량과 지방 함량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식품 선택 시 당류 외에도 총열량, 포화지방, 대체감미료 함량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며, “‘제로’라는 마케팅 표현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양성분표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소비자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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