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수의학의 긴밀한 협력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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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사람의 질병은 의사가 다루고, 인간과 관계가 깊은 개, 고양이 같은 반려(伴侶)동물, 소와 돼지, 닭 등의 가축, 동물원의 사자를 비롯한 온갖 동물, 경마장의 말, 해양공원의 돌고래 등의 건강은 수의사가 맡고 있다. 그리고 수족관의 물고기와 해양동물, 양식하는 물고기와 수산물에게도 그들의 건강을 보살필 전문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는 수산자원의 생명 안전을 다루는 전문인에게 ‘수산질병관리사’라는 자격증을 발급(發給)하고 있다.

근년에 와서 원숭이로부터 인간에게 감염되는 에볼라 바이러스, 낙타나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 이러한 바이러스는 원래 동물의 병원체였다. 해마다 많은 사람이 모기 때문에 치명적인 병에 걸린다. 모기가 퍼뜨리는 병원균들은 소, 돼지 같은 가축을 매개로 하여 인간에게 건너오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수의사(veterinarian 베테러네어리안)의 역할이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수의사자격을 얻으려면 수의과대학에서 6년을 수학하고 국가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veterinary는 ‘일하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동물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크게 변했다. 반려견이 병들면 가족이 아플 때와 다름없이 훌륭한 수의사의 치료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2010년경에 알려진 보도에 의하면, 동물원에서 보는 기린은 1마리에 8,000만원, 사자는 2,000만원, 북극곰은 3억원, 오랑우탄 3억원, 코끼리 2억5,000만원, 코뿔소 3억원, 고릴라 10억원, 돌고래 1억5,000만원, 황새 1억원, 황제펭귄 5,000만원, 물개 3,500만원 등이었다. 놀랍게도 경주용 말의 가격은 이들보다 훨씬 높다. 경매장에서 150억을 넘는 값으로 낙찰(落札)된 말이 여럿 있었고, 최고가로는 약 840억원에 경매된 말도 있었다고 한다.

값어치가 이 정도 되면 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L.A. 동물원에 사는 ‘판도라’라는 이름을 가진 침팬지가 심장병에 걸렸다. 이 동물원에는 심장수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의료진이 없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대학병원의 여성 의학자 호로위츠(Babara Natterson Horowitz)가 수술을 하게 되었다.

호로위츠는 심장전문의이기 때문에 동물의 심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녀는 사자, 원숭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동물들의 심장도 연구해 왔으므로 병든 침팬지를 치료하게 되었다. 사진에서는 호로위츠가 전신마취시킨 동물원 사자의 심장을 진단하고 있다. 그녀는 의사와 수의사의 경계를 벗어난 연구와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호로위츠는 이런 말을 한다. “반려동물과 가축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에 걸리고, 유방암, 비만(肥滿)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경마장을 달리는 말의 심장과 마라톤 선수의 심장을 비교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의사는 인간만 아니라 가축도 돌볼 수 있고, 수의사는 가축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도 고려할 수 있다. 인간의학과 동물의학(수의학)을 통합(統合)한 연구를 ‘one medicine'(하나의 의약) 또는 ’one health'(하나의 건강)라 한다.”

인간이 먹는 약을 동물의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one medicine이라 한 것이다. 의학과 수의학이 협력하면 의학발전과 인류의 건강증진에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의학과 수의학을 하나로 생각하려는 노력은 과거부터 해왔다. 영국의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1796년에 만든 천연두 바이러스의 백신은 소의 천연두를 연구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소 덕분에 인류는 천연두로부터 완전히 안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천연두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큰원숭이의 심장병

과학자들은 영장류(원숭이류)를 분류할 때 체격이 큰 종류를 great apes 또는 hominids라 부른다. 이 무리에는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그리고 인간도 포함된다.

미시간 병원의 심장전문 여의사 큐틴스키(Ilana Kutinsky)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그녀는 수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개와 고양이털에 대한 심한 앨러지 때문에 포기하고 심장전문의가 되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큐틴스키는 원숭이, 사자, 말 등 다양한 동물의 심장을 초음파로 진단하면서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다. 특히 그녀는 인간과 고릴라의 심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많은 연구를 해왔다.

동물원에서는 큰원숭이류들이 큰 인기를 끈다. 그런데 이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심장병이 잘 발생한다. 큐틴스키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원에 가두어둔 큰원숭이들은 자연상태에 사는 것들보다 심장병으로 죽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그녀는 그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틀란타 동물원의 수석 수의사인 머피(Hayley Murphy)와 함께 ‘큰원숭이의 심장에 대한 연구’를 장기간 해왔다.

두 사람은 10년 동안 전 세계에 사는 큰원숭이류의 심장을 1,000회 이상 초음파검사를 했다. 그간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원의 큰원숭이들은 다수가 심장근육이 약화된 상태에 있었다. 인간과 큰원숭이류의 심장은 다른 점이 많다. 그런데 현재까지 큰원숭이류의 혈압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동물들의 심장을 연구하는 의학적 노력은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좋은 큰원숭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의학의 공헌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라는 것은 일반적인 의학상식이다. 그러나 워싱턴대학의 의학자 큐리엘(David Curiel)은 정반대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암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건강한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들은 그 속에서 가득 증식하여 세포를 죽게 만든다. 큐리엘은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암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암을 없애려 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가진 큐리엘은 암 유발 바이러스를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하기 어려워 고민하다가, 앨라배마 주 오번대학에서 같은 생각으로 개의 골수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수의학자 스미스(Bruce Smith)에게 상의(相議)를 했다. 이때 스미스는 “바이러스 중에는 사람과 개 양쪽 모두에게 감염되는 것이 있으며 대표적인 암이 골수암과 유방암이다.”는 말을 했다. 인체의 암에 대해서만 연구해오던 큐리엘은 처음 듣는 정보였다.

수의학자 스미스가 골수암에 걸린 ‘그레이하운드’ 품종의 개를 진단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골수암 치료에 이용하는 방법으로 그레이하운드를 치료하고 있다. 개 역시 사람처럼 골수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으며 치료하기 어렵다. 골수암 바이러스는 개의 폐로 쉽게 전이되기도 한다.

현재 의사와 수의사가 협력하여 인간과 동물을 치료하는 연구가 다수 알려져 있다. 독일의 수의학자인 베르네리(Ulrich Wernery)는 낙타를 유난히 좋아하여,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 낙타를 장기간 돌보다가, 지금은 아랍 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UAE) 두바이에 있는 중앙수의학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2년에 중동 여러 곳에서 이상한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때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의학자들이 ‘메르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촌이다. 다시 말해, 낙타의 바이러스가 인체로 건너와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 것이다. 이때 메르스 연구진은 낙타 외에 박쥐 등의 야생동물도 조사를 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가 한국에까지 전염되어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그 중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의학자 베르네리가 그의 ‘애(愛)낙타’와 함께 웃고 있다. 그는 이 낙타와 친해지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어린 낙타가 잘 걸리는 카멜팍스 바이러스 피부병은 치사율이 25%나 된다.

베르네리는 “왜 낙타들이 메르스에 걸리게 되었을까? 낙타의 바이러스가 왜 갑자기 인간에게 전염되는 일이 발생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중동 전역을 다니며 낙타의 혈액을 조사했다. 50여 마리의 낙타에서 채취한 혈액에는 전부 메르스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동시에, 그들 몸에는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면역체)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낙타들이 오래 전부터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동지방에 사는 낙타들에게 메르스는 ‘병’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낙타의 새끼들은 어미의 젖에 있는 면역체 때문에 메르스에 걸리지 않고 자라게 되며, 성장 중에 차츰 항체를 갖게 되었다. 즉 낙타에게는 메르스가 병이 아니었지만, 면역력이 없는 인간에게 감염되면서 새로운 ‘병원 바이러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베르네리의 연구에 의하면, 새끼 낙타 중에는 항체를 충분히 갖지 못하는 시기가 있었고, 이때 그들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낙타를 소유한 일부 사람들은 자기 낙타에게 메르스 백신주사를 하지 않았다. 예방 백신을 맞지 않은 새끼가 있으면 그들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도 전염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낙타주인이 메르스 백신과 동시에 낙타에게 치명적인 카멜팍스(carmelpox) 바이러스 백신을 함께 맞도록 하고 있다. 오늘의 인류가 메르스 바이러스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수의학자 베르네리의 연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사육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가축과 같은 산업동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의학과 수의학의 협동연구가 과거보다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동시에 ‘인간의 의약과 동물의 의약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대자연의 환경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야 하도록 되어 있으며, 인간에게는 인간 자신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의 생명도 함께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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