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를 떠도는 ‘유랑(流浪) 행성(行星)’ 이야기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태양 둘레에는 지구를 포함한 8개의 행성이 있고, 다른 별(항성)에도 그러한 천체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을 외행성(外行星)이라 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우리의 상식(常識)은 “모든 행성은 중심이 되는 모성(母星, 태양)이 있다.”이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모성이 없는, 어디론지 은하계를 혼자 방랑(放浪)하는 다수의 행성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들의 이름이 ‘유랑행성’(떠돌이행성 rouge planet)이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천문학자 므로즈(Przemek Mroz)를 중심으로 한 그의 연구 팀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한 유랑행성을 새로 발견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2020년 11월 1일자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했다. 그는 논문에서 “이 유랑행성은 그를 비춰주는 모성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지극히 냉각되어 있는 어두운 천체이다. 그러므로 이 유랑행성의 모습은 지구상의 어떤 망원경으로도 실상(實像)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목성 크기의 유랑행성이 은하수 속을 방랑하는 모습을 상상한 영상이다. 천문학자들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달별을 가지고 있듯이, 유랑행성 주변에도 달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유랑행성이 발견되고, 그들을 관측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유랑행성의 둘레를 도는 달별까지 찾아내게 될 것이다.

20년 동안에 25개 정도 발견

천문학자들이 유랑행성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1998년 이후 우리 은하계에서 25개 정도의 유랑행성이 발견되었으나, 지금까지 그들이 어떤 천체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새로운 유랑행성을 발견한 므로즈는 “그들 대부분은 마치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덩어리이다. 우리 은하계에만 해도 수십억 개가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외계행성에 대해서는 분사 블로그에서 <외계행성이란 어떤 천체인가?> 참조).

현재까지 천문학자들은 3,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전부 모성의 둘레를 돌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혼자 방랑하는 행성들이 발견되면서, 우주의 다양함을 새삼 알게 한다.

잘못 찬 축구공이 운동장 밖으로 나가버리듯이, 유랑행성이 우주로 쫓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천문학자들은 여러 가지로 생각한다. “접근해온 다른 별의 중력에 끌려 궤도를 잃고 방랑하게 되었을까? 소행성이나 혜성과 같은 다른 천체와 충돌하여 미아(迷兒)가 된 것일까?” 한편, 천문학자들은 우리 태양계가 처음 생겨날 때, 튕겨나가 은하계 속을 방랑하는 행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유랑행성은 어떻게 발견했을까?

모성이 없기 때문에 반사광(反射光)도 나오지 않고, 열을 가진 적외선도 방출하지 않으며, 지극히 조그마한, 태양보다 수천배 이상 멀리 떨어진 천체의 존재를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을까? 유랑행성의 존재는 우연히 드러났다. 예를 들어보자.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달 앞으로 기러기가 지나간다면, 그 순간 달빛이 가리어 조금이라도 어두워질 것이다.

이 경우처럼, 하나의 빛나는 별을 관측하고 있을 때, 그 별의 광도(光度)가 일정 시간 동안 감소한다면, 그 별 앞으로 무언가 지나갔다고 할 수 있다. 또 광도가 감소한 시간을 정밀하게 재고, 줄어든 광도를 측정하여 계산하면, 가로막았던 천체의 크기, 거리, 성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므로즈와 동료들은 2016년에 궁수자리의 밝은 별을 관측하고 있었다. 한 순간 그 별의 빛은 마치 중력렌즈를 지나온 것처럼 방향이 흔들렸다. 이때 그들은 이 별 앞으로 다른 천체 즉 ‘유랑행성’이 지나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천문학자들은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를 이용한 망원경으로 별빛을 관측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도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킨다.”고 설명했고, 이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아득히 먼 우주를 관찰할 때, 그 앞에 큰 중력을 가진 별이 있다면, 우주로부터 오는 광원(光源)의 방향은 굴절되어 다른 방향에서 보인다. 영상에서 흰빛으로 나타낸 선이 실재(實在)의 광원(光源)이다. 그러나 중력의 영향으로 휘어져 오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는 핑크빛 선의 방향에서 오는 것처럼 관측된다.

므로즈가 관측하던 별의 밝기가 감소한 시간은 약 5시간이었다. 광도가 낮아진 시간과 광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앞을 지나간 천체는 크기가 지구의 약 3분의 1이라고 추정했다. 이런 발견이 있은 뒤, 므로즈 팀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OGLE(Optical Gravitational Lensing Experiment)라 부르는 중력렌즈 망원경을 이용하여, 별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은하수(Milky Way)의 중심 부분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은하수에는 별이 워낙 많기 때문에 유랑행성도 더 자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므로즈의 설명에 의하면, “하나의 별 앞으로 지나가는 유랑행성을 발견하려면 평균 1,000,000년이 걸릴 것이다.”고 한다. 이런 가능성 없는 관측은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하룻밤에 2억 개의 별을 분석하도록 설계된 OGLE로 관측을 시작했다.

OGLE가 설치된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천문대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유랑행성 중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것(HD106906b)은 은하계 속을 1회전하는데 15,000광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유랑행성을 찾아낼 NASA의 ‘로먼 우주망원경’

천문학자들은 더 많은 유랑행성을 찾아낼 목적으로 NASA가 준비하고 있는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 로먼 우주망원경)을 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2025년경에 우주공간에 올릴 로만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정도 더 많은 별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새 우주망원경의 명칭이 된 ‘로먼’은 NASA의 첫 수석천문학자 Nancy Grace Roman(1925-2018)의 이름이다. 그녀는 1959년에 우주망원경으로 외계행성을 관측하려고 최초로 시도했다. 그녀의 의도대로 완성된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2018년에 은퇴하기까지 2,700개 이상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NASA가 제작 중에 있는 로먼 우주망원경의 모습이다. 이 망원경을 설계하는 과학자들은 화성 크기의 유랑행성을 적어도 250개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천문학자들은 왜 유랑행성을 찾으려할까? 그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으면, 태양계의 탄생에 얽힌 다수의 의문만 아니라 다른 별들의 행성세계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며, 어떤 원인으로 유랑행성이 모성에서 떨어져 은하계를 떠돌게 되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덮어버린 2020년의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과학자들은 쉬지 않고 연구실에서 실험하고 우주를 관찰했다. 다수의 국가 지도자와 경제인들은 과학자들의 성사(聖事)를 이해하고 성의(誠意)를 다해 그들을 후원한다. 과학의 진실을 외면하는 지도자도 있지만, 자연의 신비를 연구하고, 인류의 삶을 개선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그치지 않는다. 아득히 먼 외계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존재하는 우주를 궁금해 한다. 이 의문에 일생을 걸고 도전하는 사람이 천문학자이다. – Y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