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鬼神)을 보고 귀성(鬼聲)을 들었다는 사람
전설과 옛 동화 속에는 유령(귀신) 이야기가 많다. 어린이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귀신, 유령, 도깨비(phantom)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미권(英美圈)에서는 10월 31일을 핼러윈데이(halloween day, 도깨비의 날)라 하여 어린이 축제일처럼 지낸다. 성인(成人) 중에도 귀신을 보았다거나, 유령의 소리를 들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 진짜 유령이고 귀신이었을까?
어른일지라도 다수의 사람은 소름이 돋는 유령 이야기를 좋아한다. 삼복(三伏) 더위가 오면, 공포감으로 몸을 오싹하게 한다는 납량(納涼) 귀신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한다. 유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런데도 초자연적인 경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일까?
유령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전래(傳來) 되는 유령의 모습은 형체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이거나, 뼈만 남은 모습, 몸 전체가 희미한 빛으로 덮여 있는 등 다양하다. 유령은 정상적인 자세로 걷거나 달리지 않고, 공중을 떠돌거나 순식간에 움직인다. 그들의 모습은 항상 불확실하다. 언제나 죽은 사람이며, 신음(呻吟) 소리를 내고, 때로는 무거운 물체를 가볍게 옮기거나, 칼과 같은 흉기를 들고 있다고 전한다.

어릴 때는 유령 이야기가 진실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따르지만, 성인이 되면서 대부분은 그러한 존재를 부인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는다. 영상(映像) 프로그램에서는 공포심을 유발할 의도로 유령의 사진을 만들어 보여주고, 괴성(怪聲)을 들려주며, 벽이나 문을 그림자처럼 통과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실체인 것처럼 해설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령의 존재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그래도 일부 사람은 직접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유령의 존재를 믿는 이유는 대개 가위눌림이라 불리는 악몽(惡夢)에서 비롯된다. 사람은 누구나 무서운 꿈을 꾼다. 어떤 날에는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고 호흡조차 불가능하여, 질식(窒息) 직전에 깨어나기도 한다.

가위가 눌리는 꿈은 깨어나는 순간까지 지속된다. 악몽에서 깨어나면 안도(安堵)의 숨을 쉬면서 자신을 달랜다. 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이런 악몽을 꾸는 동안 그는 실재(實在) 하지 않는 환시(幻視), 환청(幻聽), 환각(幻覺), 헛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꿈속에서, 또는 걸어가는 중에 환영(幻影)을 보거나(환시), 환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을 환각(幻覺), 영어로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 한다.
2가지 형태의 잠
운동을 심하게 하여 몹시 지친 날에는 아주 깊은 잠(숙면熟眠)을 잔다. 반면에 어떤 날은 온갖 꿈만 꾸면서 잠을 설쳤다는 생각이 든다. 잠든 사람의 눈을 보았을 때, 눈꺼풀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면 안구(眼球)도 함께 운동하고 있다. 이럴 때 그는 꿈을 꾸고 있으며, 그때는 쉽게 깨어날 수 있는 얕은 잠을 잔다.
잠은 몸과 정신에 매우 중요한 생리현상이다. 잠자는 동안에도 뇌의 일부는 활동한다. 충분한 잠은 지친 몸을 쉬게 하고, 아픈 곳을 치유하며,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다음 날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의학자들은 잠을 렘잠(REM sleep, rapid eye movement sleep, REMS 얕은 잠)과 엔렘잠(NREM sleep, non-rapid eye movement sleep, NREMS 깊은 잠) 2가지 단계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밤 동안 25%는 렘잠을 자고, 75%는 엔렘잠을 잔다고 한다.
렘잠과 엔렘잠은 교대로 일어난다. 엔렘잠 동안에는 호흡이 느리고 혈압이 내려가며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러나 렘잠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꿈을 꾸는 시간이 많아지는 동시에,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깨어난다. 렘잠에 들어가면 뇌의 활동이 시작되고, 맥박수가 증가하며, 혈압도 평상시에 가깝도록 올라간다.

잠이 막 들면 1시간 내지 1시간 반 동안 엔렘잠을 자고, 그다음에는 짧은 시간의 렘잠과 긴 시간의 엔렘잠이 교대로 진행된다.
잠에 대한 의학은 매우 복잡하며, 많은 연구 과제가 남아 있다. 의학자들은 엔렘잠(숙면)만 아니라 렘잠도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렘잠을 자는 동안, 뇌는 획득한 정보들을 통합하고 정리하여 정상적으로 활동하도록 조절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렘잠을 자는 동안 인체 조직에서는 건강한 세포들이 왕성하게 재생되어 아픈 곳이 치유되도록 한다. 그래서 렘잠이 부족하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불면증이나 기면병(嗜眠病)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들은 깊은 잠을 장시간 잔다. 엔렘잠은 성장호르몬을 다량 분비시켜 뼈와 근육이 잘 자라도록 한다.
가위눌림과 환각 현상
가위눌림은 일종의 수면장애 현상이며, 의학 용어로 수면마비라고도 표현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 어두운 곳에서 어떤 헛것을 본 적이 있는가? 스마트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 확인했는데, 아무도 전화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이유 없이 고무가 타는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가? 몸에 알 수 없는 통증이 오는 때가 자주 있는가?
이것은 영국 뉴캐슬 대학의 정신의학자 스마일리스(David Smailes) 교수의 질문이다. 환각을 호소하는 다수의 사람들을 뇌의학적으로 분석한 그는 말한다. “이런 질문에 대해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럴 때 자신은 환각, 환청, 환시, 환통(幻痛)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환각을 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곧 잊어버린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귀신이 전화를 걸었나? 하고 다소 다르게 생각한다. 이것은 그의 뇌가 그렇게 믿는 것이다.”
계속하여 스마일리스는 설명한다. “구름을 보고 있으면 거기에 토끼도 나타나고 양도 보인다. 또 벽면의 얼룩을 쳐다보는데, 그 속에 어떤 만화 속의 주인공 같은 얼굴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뇌가 영상을 찾아낸 결과 나타나는 환각 현상이다. 인간의 뇌는 정말 바쁘다. 눈으로는 보고, 귀는 주변의 소리를 듣고, 피부는 감각을 한다. 뇌는 온갖 정보 중에서 무시할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 거의 모든 경우 뇌는 바른 판단을 하지만,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인식한다.”

스마일리스 교수의 연구 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의 연구 팀은 82명의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이 흑백 그림을 잠깐 보여주면서, “여기에 얼굴이 보이십니까?” 하고 물었다. 12명은 얼굴이 뚜렷이 보인다고 말하고, 24명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으며, 나머지 24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스마일리스 교수는 “유령을 경험한 사람은 대개 어두운 곳에 혼자 있을 때였다. 깜깜하면 뇌로 입력되는 시각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식 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한다.
인간의 기억은 비디오카메라처럼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불확실하게 인식하기도 하고, 정보가 다량이면 전부를 동시에 입력하지 못한다. 유령을 만나는 것은 가위눌림, 착각, 인식장애 현상의 결과인 것이다. 프로레슬링 경기는 준비된 각본에 따라 진행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눈앞에서 격투가 벌어지면 진짜 격렬하게 싸운다고 의식한다.

사고로 손이나 발을 잃은 사람 중에는 상처 부위에 환상의 헛통증(phantom pain)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맹인 중에는 번쩍이는 빛이나 허상을 감각하는 이가 있고, 화재에 놀란 사람 중에는 고무나 플라스틱 등이 타는 냄새를 환후(幻嗅)하는 때가 있다. 환각이 심한 사람에 대해서는 뇌파검사라든가 뇌 속의 혈액 흐름을 영상으로 조사하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검사를 하기도 한다. 영상은 환각을 느끼는 뇌 부분을 나타낸다.
마술사의 신기한 기술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귀신 이야기를 하면 즐겁게 들어주자. 그 이야기의 사실 여부(與否)는 과학지식으로 판단하자. 유령은 뇌 속에 있을 뿐이다. 유령(헛것)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정신의학자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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