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암을 진단한다···꼬마선충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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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몸길이 1㎜에 불과한 선형동물이 암 진단 기술에 기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땅에 사는 작은 벌레다. 이 꼬마선충은 후각을 통해 암세포가 내뿜는 VOCs(암 환자의 체취나 호흡에는 포함된 휘발성 유기 화합물)를 탐지해 암을 발견한다. 동물의 초감각이 인류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예쁜꼬마선충, 암에 반응하다

작고 귀여운 벌레로 알려진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이하 C. elegans)이 암 진단 분야에 혁신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영호 저자의 <미래의료 4.0>에 따르면, 일본 규슈대학의 다카아키 히로츠와 히데토 소노다 연구팀은 선충의 화학주성을 활용하여 암을 조기에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2014년에 출원했다.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

꼬마선충은 화학물질, 전기 자극, 열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이동하는 독특한 화학주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암이 있는 환자 체액에서 발생하는 특정 냄새에 선충이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선충은 위암, 직장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었다. 단 한 방울의 소변만으로도 암을 진단할 수 있으며, 진단 결과를 얻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90분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꼬마선충의 놀라운 후각 능력에서 나온다. 꼬마선충은 약 1mm 길이의 작은 몸에 약 1,000개의 세포로 구성된 단순한 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302개의 신경세포 중 약 50개가 화학 수용체와 관련되어 있다. 이 화학 수용체가 암세포가 내뿜는 특정 VOC를 탐지하는 것이다.

꼬마선충은 연구 모델 생물로 널리 사용되며, 사육 및 관리가 매우 간단하다. 20°C 환경에서 대장균을 먹이로 제공하면 단 4일 만에 개체 수가 수십 배 증가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대량 사육이 가능하고, 연구비 절감에도 기여한다.

국내 연구, 한 단계 발전된 진단법 개발

국내 연구진도 꼬마선충을 이용해 폐암 조기 진단 가능성을 발견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명지대 식품영양학과 최신식 교수와 장나리 연구원은 “예쁜꼬마선충으로 폐암 세포를 70% 정확도로 구별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꼬마선충이 암세포 배양액에서 방출되는 특정 휘발성 화합물(2-에틸-1-헥사놀)을 따라가며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구별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히 선충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돌연변이를 유도한 경우, 암세포로의 이동이 중단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일본 연구 사례와 비교해 진단 방식을 더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발전시켰다. 일본의 히로쓰 바이오 사이언스는 배양 접시에 소변을 떨어뜨려 선충의 반응을 관찰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명지대 연구진은 이를 소형 플라스틱 칩 형태로 구현해 휴대성과 간편성을 높였다.

[사진=eurekalert]

미래의 진단 기술로 떠오르다

이같은 기술은 암 조기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의 혈액검사, 조직검사 대신 소변과 호흡 샘플을 활용한 효율적인 비침습 탐지법은 검사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조기 진단을 통해 암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고,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꼬마선충의 행동이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준화된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 환경에서 대규모 샘플을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개발이 요구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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