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인공지능(AI) 시스템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대용량 저장장치에 의존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매우 적은 에너지로 복잡한 정보 처리와 학습을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이 차이에 착안한 두뇌 모방형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은 AI의 미래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는 인간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반영한 슈퍼컴퓨터 ‘SpiNNaker 2’ 서버를 본격 가동했다. GPU나 SSD, 하드디스크 없이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두뇌 모방형 컴퓨팅 플랫폼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기술 전문 매체 Blocks and Files에 따르면, SpiNNaker 2는 세계 5대 Neuromorphic 시스템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GPU 없이 뉴런·시냅스 신호 처리 구조 구현
두뇌 모방형 컴퓨팅은 신경세포(뉴런)와 연결망(시냅스)이 정보를 처리하는 생물학적 방식을 전자회로로 구현한다. 기존 AI 시스템은 일정한 주기로 대규모 연산을 반복하지만, 두뇌 모방형 시스템은 뉴런 사이의 신호(스파이크)를 시간차를 두고 비동기적으로 전달하며 병렬로 연산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과 학습 유연성이 높아진다.

샌디아 연구소의 SpiNNaker 2 서버는 총 24개의 마더보드로 구성되며, 17만 5000개의 ARM 기반 CPU 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각 마더보드는 96GB 용량의 LPDDR4 메모리를 갖추며, 전체 시스템 메모리는 약 2.3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또한 온칩 SRAM(23GB)에 데이터를 저장해 별도의 SSD나 하드디스크 없이 모든 연산과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SpiNNaker 2는 GPU나 저장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정보는 고속 메모리와 SRAM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되며, 수천 개의 CPU 코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뉴런·시냅스 신호 전달을 시뮬레이션한다.
SpiNNaker 2, 초저전력 고성능 뉴로모픽 시스템으로 진화
SpiNNaker 2는 1세대 시스템 대비 CPU 코어 수가 10배 증가했다. 최신 22나노미터 FD-SOI(22FDX) 반도체 공정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한층 높였다. 이 공정은 반도체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초저전력 연산에 적합하다.
특히 적응형 바디 바이어스(adaptive body biasing) 기술을 적용해 트랜지스터의 동작 전압을 낮췄으며, 동적 전압 및 주파수 조정 기능(dynamic voltage and frequency scaling)을 통해 작업 부하에 따라 전력과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한다. 고속 맞춤형 칩 간 연결 기술을 통해 보드 간 데이터 전송 속도도 크게 향상됐다.

SpiNNaker 2는 대규모 하이브리드 AI 모델, 생물학적 신경망 시뮬레이션, 전뇌(whole-brain) 모델링 등 다양한 고성능 AI 및 뇌 연구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와, 에너지 효율성이 중요한 AI 응용 분야에서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확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720개의 마더보드와 520만 개의 CPU 코어로 구성된 초대형 SpiNNaker 2 시스템 구축이 진행 중이다. 완성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Neuromorphic 컴퓨팅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두뇌 모방형 컴퓨팅은 앞으로 인공지능 학습 효율 개선, 생체 기반 시뮬레이션, 고효율 AI 응용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GPU 기반 AI 시스템이 가진 전력 소모 문제와 확장성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컴퓨팅 접근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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