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는데도 색을 볼 수 있다? 상식을 벗어난 말이지만, 실제로 이런 동물들이 존재한다. 눈이 없지만 눈으로 색상을 감지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해파리, 불가사리, 문어 같은 생물이다. 이들은 눈 없이도 색을 감지하고 주변 환경에 맞춰 몸 색깔을 바꾸기도 한다. 그 비밀은 뭘까?
‘시각’의 개념을 다시 생각하다
우리가 색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빛을 감지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눈에는 원추세포(cone cells)라는 광수용체가 있어 서로 다른 색을 인식한다. 하지만 일부 동물들은 눈이 없거나, 눈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도 빛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특정 생물들이 피부나 특수한 세포를 이용해 빛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피부 자체가 색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눈’ 없이도 세상을 읽고 살아간다.

빛을 피부로 읽는 동물들
- 해파리, 온몸이 빛을 감지하는 신비로운 생명체- 해파리는 눈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몸 곳곳에 로팔리움(Rhopalium)이라는 특수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다. 이 기관은 빛의 강도와 방향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해파리들이 푸른색과 녹색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해파리는 종종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와 공생 관계를 맺는다. 이 미세조류가 햇빛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파리는 적절한 조도를 찾으며 이동한다.

- 불가사리, 피부로 색을 읽는 바다의 방랑자- 불가사리 역시 눈이 없다. 하지만 촉수 끝을 보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구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눈점(眼点, Eye Spot)이다. 눈점은 고해상도 시각을 제공하지 않지만, 빛의 세기와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 일부 불가사리는 푸른색과 붉은색을 구별할 수 있으며, 이 정보를 이용해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을 구분하여 이동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불가사리의 피부에도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이다. 즉, 불가사리는 피부 전체를 이용해 빛을 감지하며, 이를 통해 주변 환경을 파악한다.
- 문어와 오징어, 피부로 색을 읽고 변신하는 능력자- 문어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Cephalopods)는 바닷속에서 마치 마법처럼 몸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사실 색을 구별하는 시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어의 눈에는 단일 광수용체만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처럼 다양한 색을 볼 수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주변 색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보호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문어와 오징어의 피부 자체가 색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의 피부에는 빛의 특정 파장에 반응하는 광수용 단백질(opsins)이 존재하며, 이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감지한다.

- 맹장어, 눈이 퇴화했는데도 빛을 감지하는 깊은 바다의 생존자-맹장어(hagfish)는 척추동물의 원시 조상으로, 눈이 퇴화하여 피부 속에 묻혀 있지만 빛을 감지할 수 있다. 맹장어의 피부에는 멜라놉신(melanopsin)이라는 단백질이 존재하며, 이는 푸른빛과 강한 빛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맹장어는 심해에서도 빛이 있는 방향을 인식하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편 놀라운 사실 또 하나는 인간도 피부로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부분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멜라놉신(melanopsin)이라는 단백질은 인간의 피부에서도 발견되며,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인간도 아주 미세한 수준에서 ‘피부로 빛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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