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하게 거미줄에 걸린 곤충은 거미줄의 끈끈이 때문에 포획되는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나 2020년 7월 15일에 발행된 <Journal of Proteome Research>에는 ‘거미줄에 곤충을 마비시키는 독물(nurotoxin)이 포함’되어 있다는 연구보고가 실렸다.
‘바나나거미’에서 발견된 독소
거미는 곤충의 성충이나 애벌레를 잡아먹는 절지동물(節肢動物)이지만, 분류학적으로 곤충에 속하지 않고 따로 거미강(Arachnida), 거미목(Araneae)으로 분류한다. 거미강에 속하는 것으로는 전갈, 진드기, 응애 등이 있는데, 이들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10만 종이나 된다. 거미 무리(거미목)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48,200종이(2019년)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700여종 조사되어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의 환경생화학자 팔마(Mario Palma)는 “거미줄에는 끈끈이 접착제만 발려있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기절시키는 물질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해왔다. 그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자라던 시골에서 본 광경 때문이었다. 거미줄에 걸린 벌이나 파리들이 ‘주인 거미’의 본격적인 공격(소화액 주입)을 받지 않았는데도 경련을 일으키며 버둥거리는 것을 보았고, 그럴 때 마비(痲痹)된 곤충을 거미줄에서 떼어놓아도 잘 걷지 못하면서 죽어가는 것이 마치 독침에 쏘인듯했기 때문이다.
팔마는 대학에서 신경독소(뉴로톡신 neurotoxin)에 대한 연구를 장기간 해왔다. 최근 그는 제자 에스티베스(Franciele Esteves) 박사와 함께 브라질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거미(banana spider, Trichonephila clavipes)의 ‘거미줄 생성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거기에서 신경마비 단백질(neurotoxin protein) 유전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거미의 불룩한 복부에는 거미줄을 만드는 기관이 들어 있다. 거미는 종류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른 거미집을 만든다. 거미 중에는 거미집을 만들지 않는 종류도 많이 있다. 바나나거미는 거미줄을 크게 설치하며, 남북 아메리카 대륙 더운 지방에 분포한다. 바나나거미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오직 거미줄 성분에만 뉴로톡신이 포함되어 있다.

바나나거미 암컷은 대형이지만 수컷은 매우 작다. 그들은 긴 다리를 이용하여 독성이 있는 거미줄(toxic web)을 설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컷의 크기는 암컷의 30 ~ 70분의 1에 불과하다. 거미의 신경마비 물질(단백질 성분)을 발견한 팔마는 ‘이런 독소를 바나나거미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거미들도 분비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거미가 분비하는 신경독물질(뉴로톡신)
다수의 생물체가 분비하는 독성을 가진 화학물질(단백질 계통) 모두를 뉴로톡신이라 한다. 전갈, 독뱀, 독거미, 기타 독충과 남조류와 같은 하등식물에서 분비되는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뉴로톡신 중에는 인체에 영향을 주는 것도 있기 때문에 그들의 화학적 성분과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 등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거미가 분비하는 독은 척추동물에게는 해가 없는 뉴로톡신(신경독소)이다. 어떤 과학자들은 거미의 뉴로톡신을 인공적으로 합성하거나, 또는 ‘뉴로톡신 생산 유전자’를 미생물에 옮겨(유전자 변형) 그들을 대규모로 배양하여 살충제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거미 종류 중에 사람에게 위험할 정도의 독을 가진 종류는 3-4종에 불과하다. 이들 거미는 스스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누군가 그들을 잡으려다가 물린다. 지난 20세기 동안 독거미에 물려 죽은 사람은 약 100명이라는데, 같은 기간에 독해파리에 쏘여 희생된 사람은 약 1,500명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는 독거미 종류가 살지 않으므로 공포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사진은 독거미로 유명한 북아메리카의 검은과부거미이다.
거미가 없다면 해충 때문에 농작물을 거의 수확하기 어려울 것이다. 거미는 모기, 파리, 멸구, 매미충, 명나방 등, 날아다니거나 기어가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해충을 잡아먹고 있다. 그래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하는 유기농(有機農)에서는 거미가 흙에서 잘 살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충을 잡아먹는 생물은 ‘생물농약’이라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거미의 뉴로톡신은 독거미 종류들만이 턱(입)에서 분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거미줄에도 뉴로톡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마운 생물농약인 거미의 뉴로톡신에 대한 연구가 다방면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거미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은 본사 블로그 ‘거미’에서 참고)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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