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를 비롯한 파나마, 중남미 및 미국 남부에는 사람과 가축 및 기타 야생 포유동물의 피부 살을 파먹는 ‘나사파리’(screwworm fly, Cochliomyia hominivorax)가 증식하여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가축(사람 포함)이 부상을 입으면 상처 자리에서 적혈구와 백혈구를 포함한 진물이 흘러나온다. 나사파리는 이런 피부 상처를 찾아다니며 거기에 산란을 한다. 그러면 다수의 알이 부화하여 구더기 상태로 그 동물의 살을 파먹으며 자라게 되고, 그 상처에는 세균까지 침범하여 결국 동물은 궤양(潰瘍)이 확대되어 죽게 된다.
나사파리에 의해 발생하는 가축의 병을 마이아시스(myiasis)라 한다. 정상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환자가 있다면, 상처나 코 안으로 이 파리가 침입하여 산란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이아시스가 진행되어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
현재 멕시코의 한 연구소는 미국 정부와 협력하여 매주 3억 마리의 나사파리를 양육하여 엑스선 광자 방사(X-ray photon irradiation)라 불리는 특별한 조치를 한 뒤, 이들을 마이아시스가 유행하는 지역의 자연 속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놀랍게도 이 연구소에서 키우는 파리들은 방사선 처리가 되었기 때문에 불임(不任) 상태가 되어 있다.

열대지방에 사는 나사파리는 포유동물의 상처나 코 안으로 들어가 한 번에 100-400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한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부화된 구더기는 일정 기간 자라다가 변태하여 번데기가 되고, 이때 상처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약 4-5일 지나면 다시 성충(成蟲) 파리가 된다. 나사파리의 일생주기(생활주기 lifecycle)는 환경이 좋으면 평균 21일, 기온이 낮고 환경이 나쁘면 3개월도 걸린다. 암컷은 일생동안 약 3,000개의 알을 낳으며, 그동안 날아다니는 비행거리는 약 200km라고 알려져 있다. 그들의 몸길이는 8-10mm이다.

부화된 나사파리의 구더기는 몸길이 17mm 정도까지 자란다. 그들의 몸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는 분절(分節 body segments)에는 단단한 가시가 다수 있으며, 돌출한 항문 위치에 V자형 2개의 갈고리가 있다. 그들의 분절에 있는 가시 상태가 나사와 비슷하여 나사파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해충 박멸 불임(不姙) 처리 기술의 역사
철조망을 둘러친 목장에서 사육되는 소, 양, 염소, 돼지, 말 등의 가축은 철사 가시에 찔리거나, 엉덩이에 낙인(烙印)을 할 때나, 또 벼룩에게 물리거나 했을 때 상처가 생긴다. 이런 상처에 나사파리의 구더기가 기생하여 발생하는 마이아시스는 축산업에 큰 피해를 주어왔다. 특히 마이아시스의 피해가 심한 목장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파나마, 자마이카 등의 중앙아메리카 여러 나라였다.
1958년 미국 농무성의 곤충학자 니플링(Edward Knipling, 1909-2000)과 동료 부시랜드(Raymond Bushland)는 곤충불임기술(sterile insect technique, SIT)이라는 방법으로 나사파리를 박멸하는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니플링과 부시랜드 두 곤충학자는 1930년대부터 미국 농무성에서 살충제를 연구해오고 있었다. 미국의 목장에 마이아시스가 심해지자, 그들은 방사선을 이용하여 나사파리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1930년대 말부터 시작한 그들의 연구는 나사파리에게 X선을 쪼여 불임파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성공을 실제 현장에서 증명하기 위해 대규모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베네주엘라의 쿠라카오섬(면적 460km2)을 실험장소로 선택했다. 그 섬에는 염소를 많이 사육하고 있었고, 마이아시스가 심각한 상태였다. 두 과학자는 불임으로 만든 대량의 나사파리를 이 섬에 풀어놓았다. 그러자 자연 상태로 살아오던 나사파리들은 불임 나사파리를 만나 교미를 하게 되었고, 교미한 파리가 낳은 알은 애벌레(구더기)로 되지 않았다. 두 과학자는 불임 파리의 대량 살포 실험을 7주일 계속하자, 섬에서는 자연산 나사파리가 점점 줄어들어 결국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과학자는 실험에 성공했지만, 당시 2차대전 중이었던 탓에 SIT를 실용할 수가 없는 사정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1954년부터 미국 농무성은 SIT를 활용하여 미국만 아니라 멕시코와 파나마까지 나사파리를 퇴치하는데 성공했다.
니플링과 부시랜드의 새로운 해충 박멸기술은 나사파리만 아니라 북아프리카와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하는 과일에 기생하여 피해를 주는 과일파리(Ceratitis capitata)를 퇴치하는 데도 성공적으로 이용되었다. 뿐만 아니라 SIT는 아프리카대륙에서 수면병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체체파리를 비롯하여 말라리아 모기를 제거하는 방법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기타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해충을 이 방법으로 제거하고 있다.

SIT를 개발한 미국 농무성의 곤충학자 니플링. 니플링과 부시랜드 두 과학자가 연구한 SIT는 매우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곤충퇴치법이다. SIT가 아니면 광대한 면적에서 공해 없이, 매우 경제적으로 해충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

나사파리가 발생하는 지역이 오렌지 색으로 나타나 있다. 황색은 과거에 발생하던 지역이다.
SIT를 활용함에 따라 미국 남부와 멕시코, 파나마 등지에서는 1959년에 나사파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1991년에 플로리다에 다시 나사파리가 나타나자, 미국 정부는 1억 달러를 투입하여 불임파리를 대규모로 방사하여 다시 퇴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나사파리는 중앙아메리카와 남미 전역에서 수시로 발생했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는 1976년부터 나사파리 양육공장을 공동 운영하여 마이아시스가 퍼지는 것을 막아왔다. 그리고 2006년부터는 다른 주변 국가들까지 SIT 계획에 참여하고 있으며, 멕시코의 파리 생육공장에서는 주일마다 3억 마리의 파리를 키워 필요한 곳으로 보내고 있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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