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혼자 잘 지내는 능력을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전혀 다르게 본다. 혼자 있어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는, 이른바 ‘혼자 있는 능력’은, 사실 누군가에게 충분히 지지받고 보호받았던 경험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혼자 있는 능력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도널드 위니콧, Donald Winnicott)은 “혼자 있는 능력의 기반은 누군가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혼자 있어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처음에는 다소 이상하게 들리지만, 의미는 단순하다.
사람은 완전히 혼자서 안정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으면서도 방해받지 않는 상태를 경험하면서 ‘혼자 있어도 안전하다’는 감각을 내면에 쌓아간다는 것이다. 이 감각이 쌓이면, 실제로 혼자 있을 때도 불안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가능하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환경, 충분한 시간, 그리고 주변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즉, 혼자 있는 능력은 개인의 의지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뇌가 쉴 수 있어야 진짜 ‘혼자 있음’이 된다
또 다른 심리학자 윌프레드 비온(윌프레드 비온, Wilfred Bion)은 생각하는 능력 자체도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감정이나 경험이 너무 빠르고 강하게 밀려오면, 뇌는 그것을 생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단순한 행동이나 긴장 상태로 반응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혼자 있어도 쉬는 것이 아니라, 계속 ‘경계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즉, 물리적으로 혼자인 것과 정신적으로 쉬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런 상황은 특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을 잃거나, 건강 문제를 겪거나, 돌봄 부담이 커질 때처럼 삶의 안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비슷한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다. 뇌가 쉴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혼자 있는 시간이 회복으로 이어진다.
이 연구와 이론들이 말하는 핵심은 분명하다. 혼자 잘 지내고 싶다면, 먼저 충분히 지지받고 안정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반이 마련될 때, 우리는 비로소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도 편안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The capacity to be alone depends on the sense of being h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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