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옆 반짝이는 빛무리, 외계 하늘에도 생긴다…환일(sundog) 가능성

겨울 하늘에서 태양 양옆에 밝은 반점처럼 나타나는 ‘환일(sundog)’은 대기 중 얼음 결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배열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광학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지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각적 효과가 형성될 수 있으며, 그 핵심은 미세 결정의 정렬과 별빛의 상호작용에 있다.

시속 1만 마일의 바람이 만든 배열

이번 연구는 코넬대학교 천문학 박사과정생 엘리야 멀런스와 니콜 루이스 교수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팀은 뜨거운 목성형 외계행성(hot Jupiter)인 WASP-17b의 대기 상층에서 시속 1만 마일에 달하는 강풍이 석영(quartz) 나노결정을 특정 방향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배열된 입자들은 지구 대기의 얼음 결정처럼 별빛과 상호작용하면서, 편광 효과나 밝은 광점 같은 시각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1952년 코넬대 천문학자 토미 골드가 제안한 ‘기계적 정렬(mechanical alignment)’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원래는 성간 공간에서 먼지 입자의 배열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지만, 이후 성간 환경에서는 자기장과 복사 토크에 의한 정렬이 더 유효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 됐다. 그러나 밀도가 높고 유체 흐름이 강한 행성 대기에서는 이 기계적 정렬 이론이 다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온다. WASP-17b처럼 극도로 뜨겁고, 빠른 대기 흐름이 존재하는 환경은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멀런스는 “강한 기류 속에서는 배처럼 길쭉한 석영 결정들이 물살에 떠밀린 보트처럼 자연스럽게 정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결정들은 지름이 약 10나노미터에 불과해, 머리카락 한 올 위에 수만 개가 나란히 놓일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다.

보이지 않아도, 빛은 흔적을 남긴다

2023년,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통해 WASP-17b 대기 상층에서 석영 나노결정의 스펙트럼 신호를 포착했다. 이번 연구는 그 결정들이 단순히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람에 의해 정렬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멀런스는 “지구에서 환일이 나타나려면 얼음 결정이 수평으로 배열돼 있어야 하듯, 외계 행성에서도 결정이 배열되는 방식은 그 환경에서 작용하는 힘과 흐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이미지를 얻을 수는 없지만, 정렬된 결정은 편광이나 산란광의 방향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탐지 가능하다. 이러한 광학 효과는 단순한 장관이 아니라, 대기 내에서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배열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물리적 실마리를 제공한다. 광학적 변화는 곧 대기 역학의 반영이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현재 WASP-17b의 결정 정렬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후속 관측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광학적 편광 효과를 측정하고, 실제 입자 배열이 발생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 WASP-17b의 결정 정렬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후속 관측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광학적 편광 효과를 측정하고, 실제 입자 배열이 발생하는지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Elijah Mullens et al, Silicate Sundogs: Probing the Effects of Grain Directionality in Exoplanet Observations,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5). DOI: 10.3847/2041-8213/ade885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Cornel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