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포 하나 바뀌니, 수명 늘었다

비만 상태에서도 성장 저하 없이 장수 가능성…생쥐 실험에서 확인

지방세포에서 특정 단백질만 늘렸을 뿐인데, 고지방 식이를 지속한 비만 생쥐의 수명이 평균 26% 늘었다. 체중은 낮고, 지방간과 염증도 줄었으며, 뼈 성장이나 체격 손실 없이 근육 비율이 증가했다. 단일 조직의 조절만으로 생존 기간이 늘어난 이 실험은, 지방조직이 수명 조절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지방세포 특이적 FGF21, 전신 대사와 생존 곡선 바꿔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성체 수컷 생쥐의 지방세포에서만 FGF21(섬유아세포 성장인자 21)을 선택적으로 증가시키는 유전자 조작 모델을 만들고, 고지방 식이를 유지한 상태에서 생존율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7월 9일 Cell Metabolism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FGF21은 대사와 노화 관련 경로에 관여하는 간 유래 호르몬으로, 인슐린 감수성 개선, 체지방 억제, 에너지 소비 증가 등 다양한 대사 효과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FGF21을 전신에서 강제로 발현시킨 생쥐 모델에서 유사한 효과가 보고됐지만, 동시에 성장 저하, 왜소증, 골밀도 손실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실험은 생장이 완료된 시점 이후 지방조직에서만 단백질을 발현시킴으로써, 장수 효과만 남기고 성장 관련 부작용은 배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에 사용된 생쥐는 생후 10~12주령으로, 도독사이클린을 포함한 고지방 사료를 통해 지방세포에서만 FGF21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유도됐다. 생존 분석 결과, 중간 생존기간은 대조군의 1.765년에 비해 실험군은 2.225년으로 26% 연장됐다. 일부 개체는 3.3년 이상 생존했다.

대사 측정에서는 활동량과 에너지 소비가 증가했고, 노화 시점에도 공복 혈당과 혈중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체중은 낮고 지방 대비 근육 비율은 높았으며, 뼈 길이와 밀도는 유지됐다.

지방조직과 간 조직에서는 염증성 대식세포(M1)가 줄고 항염증 대식세포(M2)가 늘었으며, C16~C24:1 계열 세라마이드가 지방과 혈액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아디포넥틴이 결핍된 생쥐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 지방세포 자체가 독립적인 대사 조절 기능을 가진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방조직, 저장소 아닌 생리 조절 장치

연구팀은 지방세포가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를 넘어, 전신 대사와 수명을 조절하는 능동적 생리 축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지방세포 내 FGF21만 조절해도 생쥐의 대사 건강과 생존이 동시에 개선된다는 사실은, 조직 단위의 대사 조절이 노화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FGF21은 현재 일부 제약사에서 당뇨 및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단기 혈당 조절이나 체중 감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존율 개선 효과까지 분석한 사례는 드물다. 이번 결과는 향후 FGF21 기반 치료 전략을 수명 조절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단, 이 실험은 생쥐 모델에서 수행된 것이며, 인간에게서도 같은 방식으로 수명 연장이 가능한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Christy M. Gliniak et al, FGF21 promotes longevity in diet-induced obesity through metabolic benefits independent of growth suppression, Cell Metabolism (2025). DOI: 10.1016/j.cmet.2025.05.011

자료: Cell Metabo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