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정확한 세기를 두고 200년 넘게 이어진 논쟁이 또다시 새로운 수수께끼를 낳았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 연구진이 10년 동안 봉인한 봉투를 열어 실험 결과를 확인했지만, 기존 값과 또다시 차이가 나타나며 과학자들은 여전히 ‘중력의 진짜 힘’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왜 중력의 세기를 재는 건 이렇게 어려울까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있다. 바로 ‘대문자 G’라고 불리는 만유인력 상수다. 이 값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일부터 은하가 움직이는 방식까지, 우주 전체에서 중력이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과학자들은 아직 이 숫자의 정확한 값을 합의하지 못했다. 연구 장비는 점점 정밀해졌지만, 실험할 때마다 아주 조금씩 다른 숫자가 나온다.
문제는 중력이 생각보다 매우 약한 힘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은 자석 하나만 있어도 지구 전체 중력에 맞서 클립을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실험실에서는 아주 작은 물체들 사이의 미세한 중력을 재야 하는데, 그 힘이 너무 약해 정확한 측정이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약 225년 동안 중력 값을 더 정확히 측정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현대 실험에서도 결과는 조금씩 어긋난다. 차이는 약 1만 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물리학자들에겐 무시할 수 없는 오차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의 물리학자 스테판 슐라밍거는 이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프랑스 국제도량형국이 2007년 진행한 유명 실험을 거의 그대로 재현했다. 그는 연구 편향을 피하기 위해 실험 데이터 일부를 동료 패트릭 애벗에게 숨기도록 부탁했다. 애벗은 특정 측정값에서 비밀 숫자를 빼 봉인했고, 슐라밍거는 그 숫자를 모르는 채 거의 10년 동안 분석을 이어갔다.
10년 만에 봉투를 열었지만…또 다른 오차가 나타났다
사실 봉투는 2022년에 열릴 뻔했다. 하지만 슐라밍거는 공기 압력 변화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지막 순간 공개를 미뤘다.
그리고 2024년 7월 11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정밀 전자기 측정 학회에서 마침내 봉투가 열렸다. 슐라밍거는 발표 도중 숨겨진 숫자를 읽었다.
처음엔 안도했다. 실험이 예상과 맞으려면 숨겨진 숫자가 충분히 큰 음수여야 했는데,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숫자가 예상보다 너무 커서 미국 연구 결과가 프랑스 실험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진이 2년 동안 추가 분석한 끝에 발표한 중력 상수 값은 6.67387×10⁻¹¹이었다. 이는 프랑스 측정값보다 약 0.0235% 낮았다.
겉보기엔 아주 작은 차이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본 물리 상수는 훨씬 높은 정확도로 일치하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이런 미세한 차이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역사적으로도 작은 오차가 거대한 과학 발견의 단서가 된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비틀림 저울’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다. 아주 얇은 섬유가 얼마나 비틀리는지를 측정해 미세한 힘을 알아내는 장치다. 이는 1798년 영국 과학자 헨리 캐번디시가 처음 사용한 방식에서 발전한 기술이다.
또한 연구진은 질량 재질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리와 사파이어 질량체를 모두 사용해 실험을 반복했다. 그러나 결과는 거의 같았고, 재질이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됐다.
결국 이번 연구도 중력의 수수께끼를 풀진 못했다. 하지만 슐라밍거는 “모든 측정은 중요하다. 진실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측정을 한다는 건 우주에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 문제를 젊은 세대 과학자들에게 넘기겠다고 했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다.
‘대문자 G’와 ‘소문자 g’는 다르다. 소문자 g는 지구 같은 천체 주변에서 느끼는 중력 가속도를 뜻하며, 지구에서는 초속 약 9.8m² 수준이다. 반면 대문자 G는 우주 어디서나 같은 값이라고 여겨지는 보편 상수다.
중력의 힘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F=Gr2m1m2
두 물체의 질량을 곱하고, 거리의 제곱으로 나눈 뒤, 여기에 대문자 G를 곱하면 중력의 크기가 계산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Daily, “Scientists opened a sealed envelope after 10 years and gravity still didn’t m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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