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힘든 일을 견뎌낸 사람에게 흔히 “회복탄력성이 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행동생태학자 필립 스타크스는 이 표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진짜 회복은 단순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겪은 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재구성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은 왜 이렇게 편할까
스타크스에 따르면 사람들은 “저 사람은 정말 회복탄력성이 강해”라고 말하는 순간 마음이 편해진다. 왜냐하면 그 말 속에는 “그 사람은 결국 괜찮아졌으니 문제없다”는 안도감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공학에서 ‘resilience’는 외부 충격을 받은 시스템이 얼마나 빨리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지를 뜻한다. 지진 뒤 흔들리던 다리가 얼마나 빨리 안정되는지, 전력망이 얼마나 빨리 정상으로 복구되는지를 설명할 때 쓰는 개념이다.
하지만 생태학에서는 이 의미가 조금 달라졌다. 생태학자 C S 홀링은 1970년대에 진짜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원래대로 돌아가기”가 아니라, 충격을 견디면서 구조를 다시 조직하고 변화된 상태로 계속 살아남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즉, 폭풍을 겪은 숲은 예전 그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불에 탄 숲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자라난다. 해안도 허리케인을 겪은 뒤 완전히 달라진다.
스타크스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이전과 완전히 똑같아질 수 없다. 그런데도 사회는 자꾸 사람들에게 “다시 원래처럼 돌아오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군대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고 회상한다. 열악하고 불필요한 환경을 견디는 병사에게 “넌 회복탄력성이 강하다”고 말하는 순간,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진짜 성장에는 ‘회복 과정’이 필요하다
스타크스는 운동을 예로 든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근육 섬유는 실제로 손상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 회복 과정을 거쳐야 더 강한 근육으로 재구성된다.
그는 여기서 중요한 건 “고통 자체”가 아니라 “회복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휴식 없이 계속 운동만 하면 근육은 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가진다. 인간의 감정과 관계도 똑같다는 것이다. 상처를 입고, 무너지고, 다시 회복하며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이 회복 과정을 무시한 채, 단지 버텨낸 사람만 칭찬한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스타크스는 사회가 생존자만 바라보는 ‘생존자 편향’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힘든 경쟁과 고통을 견딘 사람만 성공 사례로 남고, 중간에 탈락한 수많은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학계의 치열한 경쟁, 의사 수련 과정의 극심한 수면 부족, 스타트업 창업 문화 같은 곳에서도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살아남은 사람은 “노력해서 성공했다”고 칭찬받지만, 실제로는 운과 환경, 지원 여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스타크스는 최근 유행한 Antifragile 개념에도 비판적이다. 일부 사람들은 고통과 충격 자체가 인간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그는 그것 역시 위험한 생각이라고 본다.
근육은 손상을 “좋아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몸이 이후에 충분히 돌봐주기 때문에 회복하며 강해지는 것이다. 돌봄이 없으면 손상은 그저 축적될 뿐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회복탄력성 훈련’ 같은 말 대신, ‘회복’, ‘재활’,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 같은 말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강해져라”라는 말이 아니라 안정적인 어른, 예측 가능한 일상, 쉬고 다시 연결될 시간이라는 것이다.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회복하고, 도움을 받고, 다시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스타크스는 자신의 아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던 경험도 이야기한다. 그때 누구도 아기에게 “회복탄력성이 강하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안정, 보호, 회복, 돌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는 왜 인간이 어릴 때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여겨지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단지 “버텨내야 하는 존재”로 취급되는지 질문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True resilience is not about bouncing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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