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방 식단 → 불안 행동 증가, 인지 기능 저하
- 시상하부 신호 변화 + 장내 미생물 불균형
-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한 정서 반응 조절
햄버거, 튀김, 고지방 간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이 단순히 체중 증가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지방이 많은 식단이 뇌 기능 저하와 불안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실험에 참여한 쥐들은 불안과 유사한 반응을 보였고, 이들의 뇌 구조와 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뚜렷하게 달라져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장내 미생물과 뇌의 정서 반응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생물학적 증거라고 설명한다.
고지방 식단, 불안 행동 증가와 뇌 기능 저하 유발
조지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미국영양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고지방 식단이 신체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동물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생후 6~21주 된 수컷 생쥐 32마리를 고지방 식단군과 저지방 식단군으로 나누어 15주간 식이를 유지한 뒤, 체중 변화와 함께 장내 미생물 조성, 뇌 신호 전달, 행동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체중 증가와 함께,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도 움직임을 멈추는 ‘프리징(freezing)’ 행동을 빈번하게 보였다. 이 반응은 위협 자극에 대한 본능적 방어 기제로, 불안 수준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대표적인 신경행동 지표다.
시상하부 신호 변화와 미생물군 구조의 붕괴
고지방 식단군에서는 시상하부의 신경 신호 전달 방식에 변화가 관찰됐다. 시상하부는 대사 조절뿐 아니라 스트레스, 공포, 불안 반응과 관련된 중추 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정서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식단 변화가 감정 처리 회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생리학적 근거로 해석된다.
같은 쥐들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크게 달라졌다. 고지방 식단군에서는 퍼미큐테스(Firmicutes) 계통의 비율이 증가하고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계통의 비율이 감소하는 등, 비만 상태에서 흔히 나타나는 미생물 조성 패턴이 형성됐다. 동시에 장내 미생물의 종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고,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 기능을 수행하는 유익균의 비율도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 기능의 문제를 넘어서, 장에서 생성되는 대사물질이나 염증 유발 인자가 혈류를 통해 뇌에 도달함으로써 신경 전달과 정서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일부 장내 세균은 지질다당류(Lipopolysaccharide, LPS)와 같은 염증 매개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은 장 점막을 통과해 전신으로 퍼지며 신경계에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장-뇌 축, 장과 뇌를 잇는 생리적 통신망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 사이의 상호작용은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생리적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는 장 신경계, 면역계, 내분비계, 중추신경계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체계로, 장내에서 발생한 생리적 변화가 뇌 기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요 경로로는 미주신경을 통한 신경 자극 전달, 장내 세균이 생산하는 단쇄지방산이나 트립토판 대사물질 같은 대사 경로, 염증성 사이토카인에 의한 면역 조절 경로 등이 있다. 이 경로를 통해 장내 환경의 변화는 세로토닌 분비,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조절, 편도체 및 해마의 활성도 변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디자이리 완더스 교수는 “고지방 식단은 체중 증가뿐 아니라 뇌의 감정 회로와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비만을 신체적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불안과 같은 정서 반응이 사회적 낙인이나 외부 요인이 아닌, 생물학적 경로를 통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내 미생물 변화와 뇌 기능 변화, 불안 행동 간의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실험 도식이다.
[사진=newatlas]
식단 조절로 되돌릴 수 있을까
연구팀은 향후 암컷 생쥐와 다양한 연령군을 포함한 실험을 통해 성별 및 발달 단계에 따른 반응 차이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식단을 바꾸거나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시키면, 뇌 기능과 정서 반응이 회복되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이러한 가역성이 입증된다면, 조기 개입을 통한 정신 건강 예방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다.
물론 이번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한 결과이므로,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긴 어렵다. 그러나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 간의 생물학적 연결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향후 임상 연구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완더스 교수는 “식단은 중요한 변수지만, 유전, 환경, 생활습관, 사회경제적 요인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정신 건강과 대사 건강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American Society for Nutrition via Eurek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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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장내 미생물, 뇌 기능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