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고의 미스터리, 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죽을까?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이상하고도 강력한 존재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엄청난 중력을 가졌지만, 과학자들은 오히려 블랙홀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장 밝은 빛을 관측하며 그 정체를 연구한다. 그런데 수백 년 동안 연구했음에도 과학자들은 아직도 “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나고, 왜 그렇게 거대해지며, 결국 어떻게 죽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조차 완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우주에서 블랙홀과 그 주변의 빛나는 물질이 소용돌이치는 모습
천체물리학자들은 강력한 망원경을 사용하여 멀리 떨어진 블랙홀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플레어(섬광)를 관측할 수 있다. 이 예술가의 상상도는 은하 중심에 있는 블랙홀을 묘사한 것이다.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은 그 주변의 빛을 휘어지게 만든다.
[사진=NASA, ESA, CSA, Ralf Crawford (STScI)]

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나고 커질까

블랙홀은 크기가 매우 다양하다. 작은 것은 태양 질량의 몇 배 수준이지만, 가장 거대한 초대질량 블랙홀은 태양 수십억 개 이상의 질량을 가진다.

가장 작은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진다. 태양보다 약 20~30배 무거운 별은 연료가 다 떨어지면 스스로 무너지고, 초신성 폭발 뒤 중심부가 극도로 압축돼 블랙홀이 된다. 우리 은하에도 이런 ‘항성질량 블랙홀’이 수억 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는 태양 약 4백만 개 질량을 지녔고, 일부 블랙홀은 태양 수백억 개 질량에 이른다.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TON 618은 태양 질량의 약 660억 배에 달한다.

블랙홀의 이미지로, 검은 중심과 주위에 빛나는 링이 보인다.
2019년, 천문학자들은 사상 최초로 블랙홀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단일 장치가 아닌, 전 세계의 전파 망원경들을 하나로 연결한 네트워크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을 사용했다.
[사진=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과학자들이 가장 풀기 어려워하는 수수께끼도 바로 이것이다. 별 하나가 죽어서 생긴 작은 블랙홀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우주 역사 안에서 괴물처럼 커졌느냐다.

블랙홀은 기본적으로 두 방식으로 성장한다. 주변 가스와 별, 행성 같은 물질을 빨아들이거나, 다른 블랙홀과 충돌해 합쳐지는 방식이다. 은하끼리 충돌하면 중심 블랙홀들도 서로 가까워져 결국 하나로 합쳐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일부 초대질량 블랙홀은 우주가 탄생한 지 수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이미 너무 거대했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부족했다고 본다. 작은 블랙홀에서 천천히 성장하기엔 우주가 너무 젊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온 가설이 ‘거대 씨앗 블랙홀’이다. 연구자들은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수소·헬륨 가스 구름이 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붕괴해, 태양 수백만 개 질량 수준의 거대한 블랙홀 씨앗이 먼저 태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후 이런 씨앗들이 서로 합쳐지고 물질을 먹으면서 지금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됐다는 설명이다.

2023년에는 100억 광년 이상 떨어진 은하에서, 우주 초기임에도 지나치게 거대한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이 가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우주 속 검은 구멍과 주위의 별과 은하가 어우러진 이미지
이 상상도는 우리 은하를 표류하는 블랙홀의 모습을 근접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천체들은 초신성으로 폭발한 거대 질량 항성들이 압축되어 남은 잔해다.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뿐만 아니라, 항성 질량 블랙홀도 약 1억 개 가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FECYT, IAC via NASA Goddard]

블랙홀은 은하를 키우고,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

블랙홀은 단순히 물질을 삼키는 존재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오히려 블랙홀이 은하의 성장 자체를 조절한다고 본다.

은하 안의 뜨거운 가스가 식으면 새로운 별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블랙홀이 물질을 먹을 때 강력한 에너지 제트를 뿜어내면 가스가 지나치게 뜨거워져 별이 더 이상 잘 태어나지 못한다. 일종의 ‘온도조절기’처럼 은하의 크기를 제한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은하와 블랙홀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생겼는지조차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둘이 거의 동시에 자라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블랙홀의 수명은 매우 길다. 거대한 별은 수백만 년 만에 죽지만, 블랙홀은 수십억 년 이상 살아남는다. 미래에는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충돌하면서 중심 블랙홀들도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

아주 먼 미래에는 상황이 더 극단적으로 변한다. 별을 만드는 물질이 모두 고갈되면 새로운 별은 태어나지 않고, 기존 별들도 결국 빛을 잃는다. 일부 이론에 따르면 우주 마지막에는 블랙홀만 남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랙홀조차 영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1974년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호킹 복사’라는 현상으로 아주 천천히 에너지를 방출하며 증발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빈 공간에서도 아주 작은 입자들이 계속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블랙홀 가장자리에서는 이런 과정이 블랙홀 질량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블랙홀일수록 더 빨리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 호킹 복사는 아직 직접 관측되지 않았다. 일부 최신 이론은 블랙홀이 모든 정보를 잃을 수 없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결국 블랙홀 연구는 답을 찾을수록 새로운 수수께끼를 만든다.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두고 “우리가 알 수 있는 지식의 끝 경계”라고 말한다.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s, “The lives of black holes, from birth to death”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