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사과란 무엇인가… “미안하다”만으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글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올바른 사과는 단순히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올바른 사과는 과거의 잘못이 지금도 어떤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 계속 바라보게 만든다. 과거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중요한 건 그 기억을 현재와 연결한 채 책임을 이어가는 일이라는 게 글의 핵심이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과 원주율 공동체 구성원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2008년 6월 11일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언덕에서 열린 퍼스트 네이션스 정화 의식에 참여한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
[사진=마이크 카로체토/Getty Images]

올바른 사과는 과거의 문을 닫지 않는다

2008년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는 원주민 아동들을 가족에게서 떼어 놓았던 ‘인디언 기숙학교’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는 캐나다 정부가 원주민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인정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이 학교들에서 6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숨졌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근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과거 국가 범죄에 대해 비슷한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과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제 끝난 일”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사과했으니 이제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자”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의 고통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제들이 너무 빨리 역사 속으로 밀려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한 철학자

오스트리아 철학자 장 아메리는 나치 강제수용소 생존자였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독일 사회가 점점 홀로코스트 이야기를 피하려 한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피해자들에게 분노를 멈추고 용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메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고문과 폭력을 잊을 수도, 쉽게 용서할 수도 없었다. 더 중요한 건 독일 사회가 그 범죄를 자기 역사와 현재의 문제로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느꼈다는 점이다.

그는 범죄를 단순히 “과거의 일”로만 다루면 안 된다고 보았다. 범죄의 영향은 현재에도 계속 남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오래된 역사적 사건은 오늘날과 큰 관련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홀로코스트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영향이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에서는 너무 빨리 “이제 끝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의 초상, 큰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며 갈색 재킷을 입고 있음.
1977년의 장 아메리.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의 모습.
[사진=프리드리히 울슈타인]

올바른 정치적 사과와 잘못된 정치적 사과

올바른 사과는 과거를 덮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계속 묻게 만든다.

1970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바르샤바 게토 추모비 앞에서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는 긴 연설 대신 침묵으로 독일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 행동은 독일이 과거를 잊지 않고 계속 마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반면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은 북아일랜드 ‘피의 일요일’ 학살에 사과하면서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이것이 문제라고 본다. 아직 책임자 대부분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당시 학살을 가능하게 만든 반아일랜드·반가톨릭 감정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과거로만 밀어 넣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두 명의 여성이 카페에서 대화하고 있으며, 한 여성은 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스코틀랜드 전 총리 니컬라 스터전의 사과는 다른 예다. 그는 수백 년 전 ‘마녀법’으로 희생된 여성들에게 사과하며, 그 배경이었던 여성혐오가 지금도 사회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건과 현재 문제를 연결한 것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과는 역사의 한 장을 덮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기억을 계속 붙들고, 지금 남아 있는 영향과 책임까지 함께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syche, “Good apologies don’t close the book: they open a new chapte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