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몸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가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나는 개구리가 장기 이식 의학의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개구리들의 생존 전략을 연구해 인간의 장기와 조직을 훨씬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얼어붙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개구리의 생존 전략
지구의 겨울은 많은 동물에게 있어 혹독한 환경이다. 사람들은 따뜻한 집에서 난방을 켜고 지낼 수 있지만, 자연 속 동물들은 각자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 개구리는 매우 독특한 전략을 사용한다. 바로 스스로 몸을 얼려 버리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북미에 사는 우드 프로그와 코프스 회색 청개구리다. 이 개구리들은 겨울이 되면 숲 바닥의 낙엽 아래에 몸을 숨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몸속 물의 최대 65퍼센트가 얼어붙고, 심장 박동과 호흡, 신경 활동까지 멈춘다. 겉으로 보면 완전히 죽은 것처럼 보인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생물학자 라샤 알-아타르는 이렇게 설명한다. 얼어붙은 개구리를 손에 들면 마치 돌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봄이 와서 기온이 올라가면 개구리는 서서히 녹기 시작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인다.
이 놀라운 현상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개구리들이 얼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인간의 세포나 장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진=매사추세츠 종합 브리검]
장기 이식을 바꿀 수 있는 자연의 아이디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이 심장, 간, 신장 같은 장기 기능이 완전히 망가지는 말기 장기 부전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일 약 13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목숨을 잃는다. 현재 장기 이식 대기자는 10만 명이 넘으며, 대기 명단에는 약 8분마다 한 명씩 새로운 환자가 추가된다.
문제는 장기를 오래 보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장기를 얼음이 담긴 용기에 넣어 차갑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관하면 장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 몸속에서는 수십 년 동안 기능하던 장기가 몸 밖으로 나오면 몇 시간 만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기 이식 수술은 항상 긴급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에서 힌트를 찾고 있다. 특히 개구리의 ‘천연 냉동 기술’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프스 회색 청개구리는 몸속에 글리세롤이라는 물질을 많이 축적한다. 이 물질은 세포가 얼었다가 녹는 과정에서 손상되는 것을 막아 주는 일종의 ‘천연 부동액’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세포가 얼어붙을 때 생길 수 있는 물리적 충격을 줄여 주는 보호막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반면 우드 프로그는 글리세롤 대신 포도당을 이용한다. 이 개구리는 몸속에 포도당을 대량으로 축적해 세포가 얼 때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또한 겨울이 오기 전에는 에너지원이 되는 글리코겐을 저장하고 세포막 구조를 바꾸며 항산화 물질을 늘리는 등 여러 준비 과정을 거친다.
천연 부동액 원리를 이용한 미래 의학의 가능성
과학자들은 이런 전략을 인간 장기 보존 기술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개구리 연구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쥐의 간을 더 오래 냉동 보관하는 데 성공했다. 또 자연에서 얻은 방법을 이용해 돼지의 신장을 10일 동안 냉동 상태로 보관한 뒤 이식하는 실험도 진행됐다.
연구진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개구리처럼 얼어붙어도 살아남는 능력은 하나의 물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생물학적 과정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이런 단서들이 장기 이식 의학을 크게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연구자들은 앞으로 장기를 냉동 보관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장기 저장 창고’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만약 그런 시대가 온다면 장기 이식은 지금보다 훨씬 계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더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Scientist, “Freeze-Tolerant Frogs Power Organ Cryopreservation Strate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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