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 강력한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 접합체’는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똑같은 품질로 대량 생산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연구팀이 항체의 ‘당’을 바꾸는 방법으로 제조 과정을 크게 단순화했다.
암세포만 찾아가 약물을 전달한다
항체-약물 접합체는 암세포를 알아보는 항체에 강력한 약물을 붙인 치료제다. 항체가 표적을 찾아가면 함께 붙어 있는 약물이 해당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만드는 과정이다. 기존 방식으로 생산하면 약물이 붙는 위치와 개수가 조금씩 다른 분자들이 섞일 수 있다. 제품마다 미세한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가 까다로워진다.
연구팀은 여러 방법을 시험한 끝에 항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당 구조의 일정하지 않은 부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약물을 붙일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한 당을 넣었다.
이렇게 하면 구조가 거의 똑같은 항체-약물 접합체를 만들 수 있다. 약물이 몇 개 붙어 있는지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제품마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쉬워진다.
특히 필요한 핵심 재료를 만드는 과정도 기존 10여 단계 이상에서 단 2단계로 줄였다. 복잡했던 제조 과정을 크게 단순화한 것이다.
실험에서는 암세포를 골라 죽였다
연구팀은 새 기술로 실제 항체-약물 접합체를 만들고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특정 암세포를 골라 죽이면서 다른 세포에는 비교적 적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술은 암 치료제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구팀은 세포가 가진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없애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연구하다가 이번 방법을 개발했다.
따라서 항체에 여러 종류의 물질을 붙여 다양한 표적 치료제를 만드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상용화도 시작됐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글라이코브리지 바이오사이언스’라는 스타트업이 설립됐으며, 바이오 기업과 의약품 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기술 활용을 논의하고 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새로운 암 치료 원리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유망한 표적 치료제를 더 단순하고 일정하게 만들 수 있는 제조법을 개발했다는 데 있다. 실제 환자 치료에 널리 쓰이려면 앞으로 추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하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Phys.org, “Sugar swap simplifies production of promising targeted cancer therapies”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