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시작되는 곳…은하 속 200광년 분자운 포착

은하 원반에서 중심부로 물질이 이동하는 과정을 직접 포착한 드문 사례가 확인됐다. 국제 연구팀은 우리 은하의 탐색이 미치지 않았던 영역에서 길이 약 200광년(60파섹)에 이르는 거대 분자운(Giant Molecular Cloud, GMC)을 발견했다.

이 가스 덩어리는 별이 만들어지기 직전 단계의 고밀도 물질을 포함하며, 내부에는 복잡한 유체 역학적 흐름이 동반돼 있었다. 원반에서 유입된 물질이 중심부 환경으로 이행하며 별 형성 조건을 갖추는 과정을 실측했다는 점에서, 은하계 물질 순환과 성간 진화를 연결하는 핵심 관측으로 평가된다.

은하 중심으로 향하는 가스의 중간 정류장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그린뱅크 전파망원경(Green Bank Telescope, GBT)을 활용해 수행됐다. 조사 대상은 은하 좌표 M4.7-0.8 부근으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밀집 가스 구조가 이곳에서 포착됐다. 연구팀은 이 분자운에 ‘미드포인트 구름(Midpoint clou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위치는 은하 중심부로 물질이 유입되는 먼지 흐름(dust lane) 상에 있으며, 원반에서 흘러든 가스가 밀도를 높이며 중력 수축 직전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측에서는 암모니아(NH₃), 사이아노부타다이인(HC₅N) 등 고밀도 환경에서만 검출되는 분자선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응축체가 아닌, 별 형성을 위한 조건을 갖춘 활동적 구조임을 시사한다. 질량과 밀도 분석 결과, 중력 붕괴가 가능할 만큼 충분히 무거운 거대 분자운으로 분류됐다.

특히 암모니아 계열 마세르(maser)의 자연 방출이 탐지됐고, 이는 별 생성이 진행 중이거나 막 시작됐다는 물리적 증거로 해석된다. 구름 내부 응축체 중 하나인 ‘Knot E’는 외부 복사에 의해 서서히 증발하며 내부에 별을 품고 있는 자유 부유 증발성 가스 구체(free-floating evaporating gas globule, frEGG)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별이 태어나는 경계, 가스가 몰리는 곳

미드포인트 구름은 은하 원반과 중심부 사이, 물질 흐름이 모여드는 교차점에 위치한다. 이 지역은 은하 막대(bar) 구조의 전면부로, 유입된 성간 가스가 중력과 전단력에 의해 압축되기 쉬운 환경이다. 일반적으로 은하 막대 내부는 별 형성을 방해하는 조건으로 작용하지만, 이처럼 물질이 축적되는 경계 영역에서는 오히려 별 탄생이 유도될 수 있다.

연구팀은 구름 내부에서 껍질(shell) 형태의 구조도 확인했다. 이는 초신성 폭발이나 항성풍에 의해 주변으로 에너지가 확산되며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별의 형성과 죽음이 동일한 지역 내에서 시차를 두고 일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전체적으로는 높은 난류가 감지됐으며, 이는 외부 물질의 유입이나 인접한 구름과의 충돌로 인한 유체 불안정성에 기인한 현상으로 해석됐다.

이 구조는 단순한 가스 응축체가 아니라, 은하 물질이 유입되고 별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물리적 경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관측 결과로 평가된다. NSF의 래리 모건 박사는 “미드포인트 구름은 은하 막대 전면부에서 물질 축적과 별 형성이 연결되는 지점을 드러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Natalie O. Butterfield et al, Discovery of a Giant Molecular Cloud at the Midpoint of the Galactic Bar Dust Lanes: M4.7–0.8, The Astrophysical Journal (2025). DOI: 10.3847/1538-4357/adc687

자료 : Astrophysical Journal / National Radio Astronomy Observa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