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은 의식이 있고 챗GPT는 없다고? 과학자들이 새 기준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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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약한 뇌를 가진 벌도 의식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철학 이야기를 유창하게 하는 챗GPT는 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최근 과학자들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의식을 판단하는 핵심이라고 보기 시작했다.

꽃 위에서 날고 있는 벌, 주변에는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있고, 벌 주위에는 빛나는 에너지가 흐름.
[사진=AI 생성 이미지]

벌과 챗GPT, 둘 다 의식이 있을까

정원에서 꿀을 찾는 꿀벌과 컴퓨터 화면 속 챗GPT는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서는 둘 다 의식을 가질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의식을 연구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행동을 보는 것이었다. 동물이나 인공지능이 얼마나 똑똑하게 행동하는지, 인간처럼 반응하는지를 살펴 의식 여부를 추정한 것이다.

하지만 새 연구들은 이런 접근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행동은 겉모습일 뿐,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 어떤 내부 구조와 계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라는 것이다.

의식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윤리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존재가 의식을 가진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최근 과학계는 의식의 범위를 넓게 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뉴욕에서는 과학자 40명이 ‘동물 의식에 관한 뉴욕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500명이 넘는 과학자와 철학자가 서명했다. 이 선언은 포유류와 새뿐 아니라 물고기, 파충류, 양서류, 심지어 문어·오징어·게·랍스터·곤충 같은 무척추동물도 의식을 가질 현실적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챗GPT 같은 거대 언어모델의 발전은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나”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인간처럼 대화할 수 있으면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철학자 수전 슈나이더는 “의식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라면 의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준대로라면 지금의 챗GPT 같은 AI도 의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연구자들은 그래서 행동만 보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한다.

화려하게 표현된 벌의 3D 이미지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과학자.
[사진=AI 생성 이미지]

연구진 “중요한 건 행동이 아니라 내부 구조”

최근 인지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AI의 행동보다 내부 구조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의식을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기준을 정보 처리 구조에서 찾으려 했다.

예를 들어 서로 충돌하는 목표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능력, 내부 피드백 구조처럼 정보가 되돌아오는 과정 등이 의식과 관련된 단서로 제시됐다.

핵심은 “어떻게 정보가 처리되고 결합되는가”였다. 즉, 겉으로 사람처럼 말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고 비슷한 계산이 이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연구진은 현재 존재하는 AI, 즉 챗GPT를 포함한 시스템은 의식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챗GPT가 의식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매우 정교한 언어 생성 능력 때문이지,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경험을 느끼기 때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빛나는 회로로 구성된 거대한 벌과 두 명의 비슷한 사람 인형이 서 있는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만 연구진은 미래의 AI는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구조의 AI가 등장한다면 언젠가는 기계 의식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편 생물학자들은 곤충 연구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곤충의 작은 뇌 안에서 최소 수준의 의식을 만들 수 있는 신경 계산 구조를 찾으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진은 몸을 움직이며 여러 감각을 동시에 처리하고, 서로 충돌하는 욕구를 조정해야 하는 계산 과정이 의식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아직 정확한 핵심 계산 방식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이것이 확인된다면 인간·곤충·컴퓨터를 같은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과학자들이 얻고 있는 공통된 교훈은 하나다. 의식은 단순히 “사람처럼 행동하느냐”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그 존재가 내부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The Conversation, “Scientists are seriously asking if bees and ChatGPT are consci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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