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도 ‘성격’이 있으며, 이런 성격 차이가 멸종 위기 동물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야생 복원 프로젝트 전문가들은 동물의 공격성, 사회성, 대담함 같은 행동 특성을 분석해 어떤 개체가 더 잘 살아남을지 예측하는 연구를 실행 중이다.
동물의 성격이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
멸종 위기 동물로 분류되는 흰입술페커리의 야생 복원 프로젝트에서 브라질 산타크루스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페커리의 성격을 분석했다. 페커리는 돼지와 비슷한 포유류로, 서식지 파괴와 사냥 때문에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든 종이다.
연구진은 17마리의 페커리를 야생으로 방사하기 전에 행동을 촬영해 공격성, 사회성, 탐험 성향 등을 기록했다. 그중 ‘나루토’라는 이름의 수컷은 특히 사회성이 낮고 혼자 지내는 성향이 강했다.
야생으로 방사된 뒤에도 나루토는 계속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다. 하지만 페커리는 집단생활을 할 때 포식자로부터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결국 나루토는 방사 후 1년도 되지 않아 재규어나 퓨마에게 공격을 당해 죽은 채 발견됐다.
반면 무리를 유지한 페커리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아남았고, 약 2년 사이 새끼를 10마리까지 낳았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야생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물의 성격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동물도 종마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다
과거에는 같은 종의 동물은 거의 비슷하게 행동할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런 생각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포유류, 조류, 파충류, 심지어 연체동물도 개체마다 사람처럼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성격 차이는 때로는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때로는 위험을 키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담한 성격의 여우는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았다. 반면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는 대담한 개체가 더 많은 새끼를 낳는 결과도 나타났다.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도 성격 연구 활용
브라질 연구진은 멸종 위기 동물인 검은이마파이핑관의 성격을 검사해 야생 복원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그들의 공격성, 사회성, 새로운 음식에 대한 반응 등이 평가 대상이다. 특히 이 새는 땅에서 먹이를 찾을 때 포식자에게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나무 위에서 활동하는 성격의 개체가 생존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브라질의 황금사자타마린 원숭이 보호 프로젝트가 있다. 숲이 도로 건설 때문에 끊기게 되자, 연구진은 원숭이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숲 위에 다리를 설치했다. 그런데 일부 원숭이 가족은 다리를 쉽게 건넜지만, 겁이 많은 개체들은 이동을 꺼리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사진=Maria Magdalena Arrellaga / The New York Times / Redux]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물이 특정 성격의 동물만 이동하도록 만드는 ‘성격 필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할 때 앞으로 전문가들은 동물의 개체 수 뿐 아니라 각 개체의 성격 또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동물은 대담하고, 어떤 동물은 조심스럽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멸종 위기 동물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Science News Explores, “Animals’ personalities can affect a species’ surv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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