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이오 대학 글로벌 연구소(KGRI)]
로봇이 조립 라인의 단순 반복을 넘어, 요리나 노인 돌봄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 연구진이 아주 적은 양의 데이터만으로도 인간 특유의 섬세한 손재주를 완벽히 재현하는 로봇 제어 기술을 선보여 화제다.
‘딱딱함’과 ‘말랑함’ 스스로 구분… 로봇의 적응형 진화
산업용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서는 유능하지만, 무게나 강성이 제각각인 물체를 다루는 데는 취약했다. 인간의 손처럼 물체의 특성에 맞춰 쥐는 힘을 직관적으로 조절하는 ‘적응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게이오 대학교 노자키 다카히로 부교수 연구팀은 이 장벽을 넘기 위해 ‘가우시안 프로세스 회귀(GPR)’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기존 딥러닝과 달리,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복잡한 비선형 관계를 정확하게 매핑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인간이 다양한 물체를 잡을 때 발생하는 힘과 위치의 관계를 GPR 모델에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로봇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생소한 물체를 마주해도, 그 물체의 ‘강성’을 즉각 파악해 인간처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다.
오차율 74% 급감… “데이터 갈증 해결했다”
실험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GPR 기반 시스템은 기존의 선형 모델이나 일반 모방 학습 모델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특히 훈련 데이터 범위를 벗어난 극한의 환경(훨씬 딱딱하거나 부드러운 물체 조작)에서도 위치 오차를 최대 74%까지 감소시키는 견고함을 입증했다. 이는 로봇이 단순히 동작을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동작 ‘의도’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변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소기업·가정용 로봇 진입 장벽 낮출 것”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데이터 효율성’이다. 수만 장의 사진이나 수천 시간의 영상 데이터 없이도 정교한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로봇 도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주저자인 다카쿠라 아키라 연구원은 “이 기술은 학습 비용이 낮아 매번 새로운 대상에 적응해야 하는 생명 지원 로봇이나 중소 제조 현장에 즉각 투입 가능하다”며 “방대한 데이터 구축 문제로 인공지능 도입을 망설였던 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Industrial Electronics’ 최신호에 게재되며 차세대 로봇 제어 분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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