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인간이 소금을 찾는 이유? 바로 ‘이것’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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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현대인은 대부분 너무 짜게 먹고 있다. 세계 보건 기구 (WHO)에서는 하루 2000mg 이하로 나트륨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소금으로 치면 하루 5g에 불과하기 때문. 이는 우리가 좋아하는 찌개나 짭짤한 반찬을 많이 먹으면 쉽게 초과해버리는 양이다.

나트륨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조기 사망하거나 심각한 건강 문제를 지니게 될 가능성도 함께 올라간다. WHO에 따르면 세계 성인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4310mg (소금으로 치면 하루 10.78g)이고 과도한 나트륨 섭취 때문에 발생하는 초과 사망은 연간 189만 명에 달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나트륨이 매우 나쁜 물질 같지만, 사실 나트륨 역시 우리에게 필수적인 미네랄이다. 우리가 음식을 싱겁게 먹으면 맛이 없는 이유도 사실 알고 보면 나트륨이 꼭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찾는 것이다. 인간의 혀에 있는 미뢰는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 짠맛 등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 중에 짠맛은 나트륨에 특화된 감각 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소금은 체내 나트륨을 보충하고, 음식의 맛을 높이며, 식품을 오래 보관하는 데 사용돼 왔다.
과거에는 귀한 자원으로 무역과 경제 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간이 짠맛을 좋아하는 것은 나트륨이 생존에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나트륨을 찾기 위해 짠맛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발달했다.

단맛을 내는 당류는 설탕이나 과당 이외에도 올리고당이나 인공 감미료 등 매우 다양한 반면 짠맛을 내는 조미료는 사실상 소금뿐이다 보니 제로 칼로리 음료는 나올 수 있어도 소금을 전혀 쓰지 않은 제로 나트륨 김치는 나올 수 없는 셈이다.

나트륨을 대체할 물질을 찾기 힘들다면 나트륨에 대한 선호도를 조금 낮추는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 방법에 대한 힌트를 찾아냈다. 인체에서 짠맛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호르몬 중 하나는 알도스테론 (aldosterone)이다.

알도스테론은 콩팥 위에 있는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콩팥의 집합관(collecting tubule)이라는 곳에서 Na+/K+ 펌프의 기능을 촉진시켜, 나트륨의 재흡수와 칼륨(K) 및 수소이온(H+)의 배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나트륨을 흡수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물을 다시 끌어들이는 호르몬인 셈이다.

알도스테론이 나트륨을 다시 회수해 농도를 높이는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알도스테론은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 (RAAS)이라는 중요한 혈압 조절 시스템의 마지막 부분을 담당하는 호르몬이다. 쉽게 말해 나트륨과 물의 양을 늘려 혈압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혈압은 너무 높아서도 안 되지만, 너무 낮아도 생명이 위험해진다. 따라서 적정 혈압 유지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 RAAS이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인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와 함께 고혈압이라는 심각한 만성 질환을 지닌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억제하는 약물 개발에 집중했고, 그 결과물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혈압약이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 균형과 혈액량 조절에 중요한 전해질이다.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혈관 내 수분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혈액량이 늘어나면서 혈압이 상승한다. 또한 나트륨은 신장의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AAS)를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체액 저류를 유발해 혈압을 추가로 높인다.
장기간 나트륨 섭취가 많으면 혈관 평활근의 수축성과 혈관벽 두께가 증가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심장학회(AHA)는 성인의 나트륨 섭취를 하루 2,000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혈압은 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문제가 된다.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 뇌졸중, 신장 손상 위험을 높이며, 저혈압은 장기 혈류 부족으로 인한 어지럼증, 실신,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알도스테론의 기능은 빠져나가는 나트륨 재흡수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뇌에 나트륨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 나트륨을 더 섭취하게 만드는 일도 함께 담당한다. 하지만 혈압을 직접 조절하는 RAAS에 비해 이 기전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어 있다.

아이오와 대학의 조엘 길링 교수 연구팀은 알도스테론이 짠맛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데 관여하는 뉴런 (신경 세포)를 조사했다.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민감하고 중요한 신경 세포를 직접 조사하긴 어렵기 때문에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나트륨 흡수 같은 매우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하는 뉴런은 포유류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없어 타당한 방법이다.

연구팀이 쥐의 뇌간 (brainstem)에서 찾아낸 해당 뉴런의 이름은 HSD2이었다. 연구팀은 HSD2 뉴런을 차단한 쥐에서 알도스테론을 사용해 짠맛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입증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HSD2 뉴런이 생각보다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HSD2 뉴런은 쥐에서는 200개, 사람에서는 1000개에 불과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뉴런만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일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덜 짜게 먹는 약물 개발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약물로 조절하려는 발상은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극적인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과자류보다 신선한 샐러드나 과일을 많이 먹고 김치 같은 절임 채소도 적당한 정도만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이 더 좋은 해결책일 것이다.

참고 문헌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sodium-reduction

Silvia Gasparini et al, Aldosterone-induced salt appetite requires HSD2 neurons, JCI Insight (2024). DOI: 10.1172/jci.insight.175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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