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가 특정 폭염이나 허리케인 같은 극한기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내는 과학이 지난 10년 동안 크게 발전했다. 특히 폭염과 한파, 대규모 폭우는 상당한 신뢰도로 분석할 수 있지만 토네이도와 강한 뇌우처럼 작은 규모의 복잡한 현상은 여전히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
폭염·폭우, 기후변화 영향 더 정확히 가려낸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은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극한사건 귀속 분석’의 현재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특정 기상이변이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하는 과학이다.
과학자들은 실제 발생한 기상이변의 강도와 발생 가능성을 현재 기후에서 측정한 뒤,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없었다고 가정한 가상의 세계와 비교한다. 이 과정에는 실제 관측 자료와 기상·기후 모델, 통계 모델 등이 활용된다.
지난 10년 동안 위성과 레이더를 비롯한 관측 자료가 크게 늘고 기후 모델과 통계 기술도 발전하면서 분석 능력이 향상됐다. 여러 차례의 기후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면서 자연적인 기후 변동과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욱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가장 높은 신뢰도로 분석할 수 있는 현상은 폭염과 한파처럼 대기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극한기상이다. 대규모 집중호우 역시 비교적 높은 신뢰도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
토네이도 분석은 아직 한계…기후변화가 키운 피해까지 추적
반면 강한 뇌우와 토네이도처럼 좁은 지역에서 복잡한 대기 과정으로 발생하는 현상은 분석이 어렵다. 현재 전 지구 기후 모델이 이런 작은 규모의 현상을 충분히 정밀하게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기상 관측 자료가 부족한 지역도 문제다. 특히 개발도상국이 많은 남반구 지역은 관측 자료와 기후 모델이 충분하지 않아 개별 기상이변과 기후변화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한계가 크다.
최근에는 연구 범위가 기상이변 자체를 넘어 실제 피해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특정 재난으로 발생한 건강 피해나 경제적 손실을 얼마나 키웠는지를 분석하는 ‘극한사건 영향 귀속’ 분야다.
보고서는 앞으로 더 높은 해상도의 기후 모델을 개발하고, 하나의 기상이변을 여러 분석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가 부족한 지역의 관측 자료를 확충하고 지역 전문가와 협력해 실제 정책과 재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늘릴 필요성도 제기했다.
기후변화가 모든 기상이변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제 특정 폭염이나 폭우가 인간이 일으킨 이상기후 때문에 얼마나 더 자주 발생하고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출처: 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The Science of Extreme Event Attrib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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