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어린이들에게 그리스 신화를 우주 모험으로 소개했던 애니메이션 ‘율리시스 31’이 제작 45년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이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31세기 우주로 옮겨 고전 신화와 ‘스타워즈’풍 스페이스 오페라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오디세이’, ‘율리시스 31’로 재탄생하다
‘율리시스 31’의 기본 설정은 원작 ‘오디세이’와 닮았다. 주인공 율리시스는 트로이 우주기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아들 텔레마코스가 거대한 로봇 키클롭스의 제물로 납치되면서 운명이 뒤틀린다.
율리시스는 키클롭스를 쓰러뜨리고 아들을 구하지만, 이 행동으로 신들의 분노를 산다. 결국 우주선 오디세이의 항법 정보는 사라지고 동료들은 깊은 잠에 빠진다. 율리시스는 아들과 외계 소녀 유미 등과 함께 미지의 우주를 떠돌며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작품은 원작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재구성했다. 세이렌과 로터스 이터뿐 아니라 시시포스와 오르페우스, 저승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 케르베로스까지 등장한다. 케르베로스를 머리 세 개의 요격 위성으로 바꾸는 등 고대 신화의 존재들을 당시의 미래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
낡은 작화에도 살아남은 독특한 세계관과 강렬한 음악
45년이 지난 지금 보면 단순한 우주 배경과 직선적인 대사 등에서 시대의 흔적이 뚜렷하다. 하지만 어린이용 작품임에도 신들을 인간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압도적 존재로 묘사하고 기괴한 괴물과 잠든 동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등 어둡고 불안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디자인에서도 ‘스타워즈’의 영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율리시스의 무기는 광선검을 연상시키며 우주선 오디세이를 비롯한 기체 디자인은 고전적인 스페이스 오페라의 감성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작품을 세대를 넘어 기억하게 만든 것은 음악이다. 데니 크로켓과 아이크 이건 등이 참여한 사운드트랙과 강렬한 주제가는 방송 당시 작품을 본 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율리시스 31’은 호메로스의 고전을 충실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작품은 아니다. 대신 수천 년 전 신화의 핵심 요소를 1980년대 대중문화와 우주 SF의 언어로 재조립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와 스페이스 오페라가 만난 이 독특한 실험은 45년이 흐른 지금도 작품이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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