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노벨물리학상 근거···우주 가속팽창론 반박, “감속 팽창 단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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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이영욱 교수 연구팀이 우주가 현재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속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의 근거가 된 ‘우주의 가속 팽창 및 우주상수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초신성 관측 자료를 새롭게 보정한 결과, 그 데이터가 바리온음향진동(BAO) 관측 결과와 훨씬 더 정밀하게 일치함을 확인했다. 또한 초신성, BAO, 우주배경복사(CMB)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 우주는 더 이상 가속하지 않고 감속 팽창 단계에 들어섰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번 연구에 사용한 Ia형 초신성과 동일한 1604년 우리은하에서 폭발한 케플러 초신성의 현재 모습. 이 초신성이 Ia형 초신성이라는 사실은 조선 천문학자들의 정교한 관측기록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사진= NASA/ESA]

1998년 이후 천문학계는 Ia형 초신성을 이용한 거리 측정 연구를 바탕으로, 암흑에너지의 작용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고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연세대 연구팀은 초신성의 밝기가 폭발을 일으킨 항성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새롭게 밝혀냈다. 젊은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나이 든 항성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더 밝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 300개의 초신성 호스트 은하 데이터를 분석해 이 차이를 5.5시그마 수준(99.9999999%)의 통계적 신뢰도로 입증했다.

초신성의 밝기 보정 전후 비교. 보정 이전(상단)에는 우주상수 모형(빨간 선)과의 일치가 높았으나, 항성 나이에 따른 광도 차이를 보정한 이후(하단)에는 시간이 변하는 암흑에너지 모형(파란 선)과의 일치도가 높아졌다. 이는 우주가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고 감속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자료=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이 효과를 반영해 초신성 데이터를 수정하자,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우주상수 형태로 존재한다는 표준우주모형(ΛCDM)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에 따라 빠르게 약화하는 암흑에너지 모델이 최근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 프로젝트 결과와도 강하게 부합했다.

또한 연구팀은 수정된 초신성 데이터를 BAO 및 CMB 관측 결과와 결합해 분석한 결과, 기존 우주상수 모형이 9시그마 이상의 높은 통계적 유의성으로 배제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DESI 프로젝트가 제시한 2.8~4시그마 수준보다 훨씬 명확한 결과로, 우주가 이미 감속 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영욱 교수는 “수정된 초신성 자료를 통해 현재 우주가 감속 팽창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줬다”며 “이는 BAO와 우주배경복사 분석에서 얻어진 예측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동일한 나이의 젊은 은하만을 대상으로 한 ‘광도 진화 없는(evolution-free)’ 우주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1차 분석 결과 역시 이번 연구의 결론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진. 정철(왼쪽부터) 연구교수, 이영욱 교수, 손준혁 연구원, 조혜전 연구교수, 박승현 연구원.[사진=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정철 연세대 연구교수는 “앞으로 5년 내에 LSST(대형시놉틱탐사망원경)가 발견할 약 2만 개 초신성 호스트 은하의 나이를 측정하면, 훨씬 더 정밀한 우주 팽창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1998년 암흑에너지 발견 이후 27년 만에 표준우주모형을 근본적으로 재검증한 성과로 평가된다. 우주의 팽창 속도와 암흑에너지의 본질, 허블 텐션 등 미해결된 우주론의 핵심 문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10월 16일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MNRAS)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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