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환자에게 혈압상승제 주입, 주사 맞고 20분 만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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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간경화 환자에게 투여될 주사 약물을 잘못 준비해 환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간호조무사가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현장에서는 약물 관리 체계의 취약성과 교차 확인 절차 부재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3단독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간호조무사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고 17일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7월 통영의 한 병원에서 발생했다. 입원 치료 중이던 간경화 환자에게 의사는 간 기능 저하로 높아진 혈중 독성 물질을 낮추기 위한 간질환 보조제 정맥투여를 지시했다. 간질환 보조제는 간세포 대사를 활성화하고 암모니아 농도를 낮추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L-오르니틴-L-아스파테이트(LOLA), 아르기닌, 아미노산 복합제 등이 임상에서 활용된다. 투여 전 희석 과정과 라벨 확인은 필수 절차로 규정돼 있다.

병실 이미지. 기사내용과 무관.

그러나 A씨는 조제실에서 혼자 주사제를 준비하며 유사한 형태의 앰플 사이에서 라벨 확인을 소홀히 했고, 결과적으로 간 보조제가 아닌 혈압 상승 약물을 주사기에 담았다. 해당 약물은 혈관을 급격히 수축시켜 혈압을 끌어올리는 응급용 제제로, 정상 혈압 환자에게 투여될 경우 심근 부담이 극적으로 증가해 심실세동과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환자는 투여 약 20분 만에 급성 심장마비가 발생해 사망했다. 재판부는 “처방과 전혀 다른 약물이 투여돼 환자가 사망한 점에서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유족과의 합의, 초기에 과실 인정, 전과 없음 등을 고려해 실형을 유예했다.

간경화 진행 단계.
• 초기(보상성 1단계): 간 기능 대부분 유지, 자각 증상 거의 없음
• 중기(보상성 2단계): 섬유화 진행, 피로감·식욕저하 등 경미한 증상
• 후기(탈보상성 3단계): 복수·정맥류 출혈·황달 발생, 입원 치료 필요
• 말기(탈보상성 4단계): 간성뇌증·신부전 동반, 약물 대사 불능, 생존 예후 매우 낮음

간경화 환자, 약물 대사 취약…작은 오류도 생명 위협

간경화는 간세포 파괴와 재생이 반복되며 섬유화가 진행되는 만성 질환으로, 병기 상승에 따라 간 기능 저하가 급격히 심화된다. 초기 보상성 단계에서는 손상된 기능을 일정 부분 보완하지만, 중기 이후 대사 능력이 감소하면 해독 기능이 빠르게 무너진다. 후기로 분류되는 탈보상성 단계에서는 복수, 정맥류 출혈, 황달, 간성 뇌증 등이 나타나며 약물 반응을 조절할 생리적 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말기에는 약물 대사 기능이 사실상 소실돼 외부 약물에 대한 조절 실패가 곧 전신 부전과 사망으로 직결될 수 있다.

정상 간은 해독, 단백질 합성, 담즙 생성 등 필수 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한다. 조직 구조가 균질하고 섬유화가 없어 대사 과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반면 간경화 간은 반복된 손상과 재생 과정에서 간세포가 섬유조직으로 대체되고 결절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해독능력과 대사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암모니아 배출 장애, 단백질 합성 저하, 담즙 정체가 나타난다.

정상 간은 독성 물질 해독, 단백질 합성, 담즙 생성 등 필수 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하지만, 간경화 간은 섬유화된 조직과 결절 구조로 인해 체내 독성 물질 처리와 약물 분해·전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급격한 생리 변화를 유발하는 약물 투여는 극소량·단시간 변화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발생한 심정지 역시 간이 약물 효과를 조절할 능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안전장치 부재 드러난 의료현장…교차 확인 의무화 필요

이번 사고는 병원 내 약물 저장·준비 체계의 취약성과 인력 부족 상황에서의 단독 준비 관행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일한 외형의 주사제가 혼재된 환경에서 교차 확인 절차가 생략될 경우 인적 오류 위험은 높아진다. 바코드 기반 확인 시스템이나 이중 검증 절차를 도입한 의료기관도 있지만, 적용률은 여전히 낮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증 환자가 많은 환경일수록 약물 준비와 투여 과정의 표준화, 교차 확인 의무화, 인력 배치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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