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몇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실험이 있다. 반대로 한 세대의 인생을 모두 바쳐도 끝나지 않는 실험도 존재한다. 어떤 실험은 실험자가 태어나고 죽은 뒤에도 계속된다. 잡초의 씨앗이 땅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140년 넘게 이어지는 실험이 그 대표적인 예다.
씨앗의 발아 능력은 적절한 조건에서 싹으로 자랄 수 있는 생명력을 의미한다. 발아 능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종마다 큰 차이가 있다. 씨앗은 대사 활동을 거의 멈춘 휴면 상태로 땅속에서 잠든 채 수년, 때로는 수십 년을 버티기도 한다. 특히 잡초의 씨앗은 외부 자극이 오기 전까지 단단한 씨껍질이 내부를 보호하며 생존을 이어간다. 이 능력은 농업과 생태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땅속에 남아 있는 잡초 씨앗이 갑자기 대량 발아하면 재배 작물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Beal의 140년 장기 실험 발굴 현장을 재현한 이미지. 눈 덮인 밤, 연구진이 묻힌 유리병을 파내는 순간.(이미지 크레딧 표기 규칙에 따라: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1879년, 미국 미시건 주립대학의 식물학자 윌리엄 빌(William Beal, 1833~1924)은 잡초 씨앗이 땅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21종의 잡초 씨앗 50개씩을 모래와 섞어 유리병 20개에 나누어 담고, 캠퍼스의 모래언덕 숲속 깊이 묻어두었다. 병의 입구는 땅속에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아래로 향하게 했다. 자연 속에서 씨앗이 묻힌 상태와 최대한 가깝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다.

그는 유리병이 묻힌 위치를 지도에 기록하고 자신을 포함한 단 두 사람만 그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계획은 5년마다 병 하나를 꺼내 발아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계획은 변경되었다. 빌 교수가 세상을 떠난 뒤 실험은 다른 과학자에게 이어졌고, 1920년 이후에는 10년마다, 1980년 이후에는 20년마다 병을 꺼내어 확인하기로 했다. 최종 실험은 2100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220년에 걸친 초장기 실험이다.


가장 최근 결과는 2021년에 발표되었다. 눈이 내리는 밤, 연구진은 16번째 병을 파냈다. 발아 능력을 지닌 씨앗은 단 한 종이었다. 현삼과에 속하는 잡초 Verbascum 20개가 싹을 틔웠다. 나머지 씨앗은 대부분 실험 시작 약 60년이 되기 전에 발아 능력을 잃었다. 흙 속에서 140년이 지났음에도 살아남은 씨앗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생명체의 생존력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초장기 실험은 생물학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대학에서는 1917년부터 끈끈한 액체 물질인 피치(pitch)가 한 방울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피치는 고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점성이 높은 액체다. 지난 108년 동안 떨어진 방울은 겨우 9개뿐이며,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의 규모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실험이다.
오늘날 세계 여러 곳에는 희귀 식물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종자은행(seed bank)이 운영된다. 저온과 건조한 환경으로 씨앗 대사를 거의 멈추게 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반면 윌리엄 빌의 실험은 자연 상태에서 씨앗이 얼마만큼 버틸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연구다. 인공 보존과 자연 상태 보존의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과학적 비교 사례다.
자연 현상은 긴 시간 속에서 움직인다. 생태계의 변화, 환경의 축적, 물질의 흐름, 우주의 진화는 인간의 생애보다 훨씬 긴 리듬을 가진다. 과학자는 그 거대한 시간 위에 작은 측정 점을 찍으며 이해를 넓힌다. 어떤 실험은 연구자가 죽은 후에도 계속된다. 과학이 자연을 추적하는 방식이 그렇다. 시간의 스케일을 넓혀 볼 때, 초장기 실험은 결국 과학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방식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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