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다시마, 김, 톳과 같은 해조류에는 요오드(아이어다인 iodine)라는 원소가 해수보다 수백 수천 배 농축되어 있다. 아이어다인은 인체의 중요 호르몬인 타이록신의 성분이다. 아이어다인이 해조류에게 왜 필요하고, 그들은 어떻게 이 원소를 대량 축적하며, 인체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근년에 와서 여러 가지 K식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중에 한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김은 ‘검은 반도체’라 불릴 정도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 김은 식품으로 맛이 있고 무기영양도 풍부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아이어다인이 대량 포함되어 있다.
아이어다인은 인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인체의 목 앞 부분에 있는 갑상선에서는 타이록신($C_{15}H_{11}I_{4}NO_{3}$)이라는 호르몬(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된다. 타이록신 1분자 속에는 아이어다인 원자 4개가 들어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대사와 심장의 운동, 근육의 기능, 뇌의 지능 발달, 뼈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이록신은 혈액 속에 섞여 온몸으로 운반되는데, 그들은 1주일 사이에 절반 정도가 새로운 타이록신으로 교체된다. 그러므로 인체는 끊임없이 아이어다인을 섭취해야 이 호르몬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생명체에 미치는 아이어다인의 중요 역할
원소주기율표를 보면 제7족에 ‘할로겐(핼로젠) 원소’라 불리는 불소(F), 염소(Cl), 브롬(Br), 아이어다인(I), 아스타틴(At) 5개 원소가 차례로 배열되어 있다. 할로겐 원소들은 화학반응을 매우 잘 하는 성질이 있다.
청흑색 금속 광택이 나는 아이어다인은 자극적인 냄새가 나며, 물에는 잘 녹지 않으나 알코올에는 잘 용해된다. 아이어다인은 전분을 청자색으로 변색시키는 물질로도 유명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원소 중에서 가장 무거운 원소번호 53번인 아이어다인이 부족하면 갑상선이 부어올라 목 앞부분이 혹처럼 튀어나오는 갑상선종양(goitre)이 된다. 이 종양이 커지면 쉰 목소리, 삼킴 곤란, 호흡 곤란, 목 통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아이어다인을 많이 함유한 대표 해조류
해조류는 그들이 가진 색소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로 크게 나뉜다. 한국인이 많이 먹는 해조류 가운데 파래와 매생이는 녹조류, 미역과 다시마와 톳는 갈조류, 김은 홍조류에 속한다.
갈조류들이 진한 갈색인 것은 갈조소(fucoxanthin)라는 색소가 많기 때문이다. 갈조류에도 광합성을 하는 엽록소가 가득하므로 녹색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세포에는 엽록소와 함께 보조 색소로 갈조소가 다량 존재하기 때문에 녹색이 드러나지 못하고 검은 갈색으로 보인다.
파래와 같은 녹조류에는 엽록소만 존재하여 녹색으로 보인다. 한편 김과 같은 홍조류의 세포에는 엽록소와 함께 홍조소(phycoerythrin)라는 붉은 색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해조류 중에 아이어다인을 가장 많이 가진 종류는 미역, 다시마, 톳과 같은 갈조류이다. 마른 다시마 1g에는 15-20μg(1μg은 1,000분의 1mg)의 아이어다인이, 미역에는 평균 6.6μg 그리고 김에는 1.6-4.3μg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조류 속에 농축되어 있는 아이어다인의 함량은 그들이 자라는 주변 환경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해조류에게는 갈조소와 홍조소와 같은 색소가 왜 필요한가?
수중에 사는 해조류들은 육상식물보다 광합성 작용이 불리하다. 그 이유는 물이 광합성에 필요한 빛 에너지를 많이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해조류들은 짙은 색소(갈조소와 홍조소)를 만들어 태양 에너지를 잘 흡수하도록 하고 있다. 바다에 비치는 태양빛 중에 파장이 긴 붉은색은 수중에서 대부분 흡수되고, 파장이 짧은 녹색과 청색 빛은 더 깊은 수심까지 도달하여 광합성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다.
해조류에게는 왜 많은 아이어다인이 필요한가?
해조류는 육상의 식물과 달리 몸 전체가 해수 속에 잠겨 있으므로 온갖 수중 생물의 침입을 온몸으로 방어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해수 속에 포함된 아이어다인을 대량 축적하여 항균작용을 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다시마의 경우 그들의 조직에는 해수보다 30,000-50,000배나 높은 농도로 아이어다인을 함유하고 있다.
아아어다인은 어떻게 항균작용을 하는가?
1907년에 상품화되어 1960년대까지 피부 상처를 소독하고 치료하는 가정 의약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던 약물은 요드팅크(tincture of iodine)라 부른 용액이었다. 에틸알코올에 아이어다인 성분을 녹인 이 용액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세포벽을 통과하여 내부의 세포막, 단백질, 효소, DNA를 파괴하는 작용을 했다.
1955년에는 요드팅크를 대신하는 포비던아이어다인(povidone iodine 빨간약)이라는 신제품이 나와 이용되기 시작했으나, 약간의 부작용이 알려져 지금은 활용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아이어다인 용액으로 피부 상처를 소독한 모습이다.
김은 어떤 환경에 잘 자라나?

우리나라의 김 양식장은 대부분 서해안과 남해안의 큰 파도가 치지 않고, 조류(潮流)가 원활하게 흘러 영양분이 잘 공급되는, 그리고 햇빛을 자주 볼 수 있도록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 있다. 김은 수온이 5-8℃인 11월부터 3월 사이에 가장 잘 자라고, 20℃를 넘으면 세포가 파괴되고 병에 걸려 생장하지 못한다.
가장 우수한 김을 생산하는 우리나라에서는 17세기경부터 김을 인공적으로 양식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밤나무 가지를 갯벌에 꽂아두어 가지에 김의 포자가 자연히 붙어 자라도록 했다. 그러다가 양식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나무를 그물처럼 엮은 발(김발)에 인공배양한 김의 포자를 뿌려(부착시켜) 자라도록 하고 있다.
높은 수온에서 김이 자라지 못하는 이유
겨울에는 수온이 낮기 때문에 해수에 증식하는 미생물과 플랑크톤이 적다. 그러나 수온이 높아지면 온갖 미생물과 플랑크톤이 증식하여 영양을 가로채고 김의 생장을 방해하거나 뜯어먹기도 한다.
김을 비롯한 많은 해조류들은 추운 바다에서 잘 자란다. 만일 적조가 나타나는 여름에 김이 자라고 있다면 수중의 영양분과 산소를 적조들이 소모하여 김의 생장을 방해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중요한 김 종류
분류학적으로 홍조식물문, 김파래홍조강, 김파래목, 보라털과(Bangiaceae)에 속하는 김은 세계적으로 60-70종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김은 10여 종이다. 자연 속에서 김은 바위나 조개껍질 등에 붙어 자란다.
김은 김속(Porphyra)과 돌김속(Pyropia) 두 무리로 나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중요 김은 참김, 큰참김, 방사무늬김, 큰방사무늬김, 잇바디돌김, 모무늬돌김 등이다.

오른쪽은 다 자란 김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조직이 피괴되면서 세포들이 포자로 변한다. 포자에서는 정정기와 장란기가 형성되고 이들이 접합하여 엽상체(thallus)라 부르는 어린 김(왼쪽 위)이 된다. 왼쪽 아래는 김을 현미경으로 본 모습이다. 김은 사진처럼 단층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전세계 82억 인구 중에 20억 명 정도는 아이어다인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김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김은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건강식품으로 중요하게 되었다.
해조류 속의 아이어다인처럼 생물체 내에서 특수한 화학물질이 합성되어 고농도로 저장되는 것을 생체축적(bioaccumulation)이라 한다. 인체는 물론 모든 생명체의 몸에는 수은과 같은 중금속 물질이 축적된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도 쌓인다. 이런 현상 역시 생체축적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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