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TV 또는 유튜브에서 최면 장면을 볼 때, 최면을 당한 사람이 최면사의 암시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이 신비스러운 마술이거나 사기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26년 1월 초 미국의 <ScienceNewsExplores>에 최면 기사가 소개되어,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교정에서 개최된 최면 공연을 보던 미국의 한 고등학교 여학생은 TV에서 시청했던 최면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손을 들어 피험자가 되기를 자청했다. 최면사는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눈을 감게 한 뒤에 말을 걸었다. 그녀는 그의 말에 따라 두 손을 머리 뒤로 돌린 상태로 깍지를 끼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학생의 두 손 손가락이 모두 붙어버렸습니다. 떼어보세요.!”
최면사의 말에 따라 그녀는 깍지 낀 두 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손가락을 분리할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의 옷을 만져보라고 했으나 그것도 불가능했다. 그녀는 잠들지 않고 확실하게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세뇌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최면(催眠)은 ‘잠이 오게 한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최면은 잠자거나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즉 자신의 의식이 극히 집중된 상태에서 일어나는 몸의 현상이다. 최면을 뜻하는 영어 히프노시스(hypnosis)는 잠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 히프노스(hypnos)에서 유래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은 평상시에 불가능했던 환청을 듣거나, 환시를 보거나, 언행을 하여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몸이 강직해져 막대기처럼 넘어지기도 한다. 이런 최면 현상을 연구하는 최면학(hypnology)은 신경과학과 심리학에서 중요한 과제이지만, 최면이 일어나는 의학적 원인은 아직 잘 설명되지 않고 있다.

최면을 연구하고 수련하여 직업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을 사회에서는 최면사(hypnotist), 최면가, 최면술사라 부르고, 치료 등을 목적으로 최면을 당하는 사람은 피험자, 내담자, 대상자라 한다. 내담자는 최면치료를 목적으로 찾아온 사람이다. 최면은 대상자로 하여금 특별한 관점에 정신을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다. 유도가 되면 대상자는 최면사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느끼게 된다. 마취 없이 발치를 하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최면에 깊이 빠지면 수술하는 동안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기도 한다. 정상적인 의식 상태에서 최면 상태로 들어가는 첫 단계를 트랜스(trance)라고 하는데, 이는 ‘건너간다’는 뜻에 가깝다. 최면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자신의 의식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다음 예는 일반인 다수가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일종의 최면 현상 가운데 일부이다.
- 잘 할 것이라고 칭찬을 받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열성을 다해 잘 하게 된다.
- 가짜 약에 대한 치료효과(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난다.
- 전자게임에 집중하고 있으면 누가 불러도, 전화가 와도 모른다.
- 때때로 의식 없이 집을 찾아 걸어오거나 운전해 온다.
- 거리의 약사나 판매자의 이야기에 솔깃해져 구매를 쉽게 결정한다.
- 보이스피싱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걸려든다.
- 사이비 종교를 쉽게 믿게 되어 갈취를 당한다.
- 무속인이 들려주는 말을 사실로 믿거나 위로를 얻는다.
- 명상(멍)을 하면서 꿈꾸듯이 전혀 딴 세계를 생각한다.
- 공연장, 경기장, 종교 집회에서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며 열광한다.
최면사는 개인이든 대중이든 최면시킬 때 먼저 자신의 행위와 말을 상대가 확실히 신뢰하도록 유도한다. 최면사를 믿지 않는다면 최면이 일어나지 않는다. 최면을 유도할 때는 암시에 따르도록 정신을 집중시키는 매개를 사용한다. 최면이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다양하고 최면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대상자가 안심 상태가 되도록 한다.
최면을 걸었을 때 최면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10-15%가 최면이 되고, 20% 정도는 최면에 강하게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면의 신비를 알기 위해 신경과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
최면사는 대상자 앞에서 어떤 영상을 보여주거나 추를 흔들거나 하면서 단순하게 말을 걸뿐 특별한 외력을 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면 상태에 들어간 대상자는 최면사의 지시를 따른다. 최면이 되도록 이끄는 첫 과정을 유도(induction)라 한다. 대상자의 정신이 깊이 집중되었다고 판단되면 최면사는 특별한 암시를 한다. 예를 들면 “학생은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눈을 뜰 수 없습니다. 귓가에 파리가 날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최면 상태의 학생은 손으로 파리를 쫓으려 한다. 이러한 행동은 최면사의 암시를 무의식 상태에서 받아들인 결과이다.

아무리 뛰어난 최면사일지라도 모든 것을 암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면사가 피험자에게 유도해도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옷을 벗도록 한다거나 살인을 시키거나, 자살을 명하거나 했을 때는 듣지 않는다. 그 이유는 최면 상태에 있더라도 자기가 원하지 않는 지시(암시)에 대해서는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왜 최면이 쉽게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를 연구해온 영국 킹스대학의 심리학자 터휸(Devin Terhune)은 “정신집중(몰입)을 잘 하는 사람, 말하자면 주변 현황을 잊어버리고 상상의 세계로 잘 빠져드는 사람이다.”고 설명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최면이 잘 되는 사람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을 구분하여 여러 가지 비교 연구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지난 2023-2024년에는 최면이 잘 되는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위스 주리히대학 신경의학자들의 실험이 있었다. 피험자들은 흑백 영상을 보고 다양한 색채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반대로 원색 영상을 보고 흑백영상이라 말하기도 했다. 피험자들은 영상만 아니라 소리에 대한 반응도 조사되었다. 그들의 뇌 변화는 MRI 영상, 뇌 혈액 흐름, 각종 뇌파 변화 등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최면된 사람은 보고 듣고 감각하는 것이 왜 현실과 다를 수 있을까? 의학자들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도록 하는지 아직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 활용되는 최면
최면 원리를 이용하여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고, 운동선수를 격려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잘 하게 유도하는 방법, 특정 심리 치료, 나쁜 습관 개선, 불면증, 금연, 체중조절, 마약 중독, 특정 음식 기피증, 무대 공포증, 대인 기피증, 도박 중독, 지나친 공포심, 트라우마, 만성 통증, 마취에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질병 치료와 통증 조절에 활용되는 경우 이를 최면치료(hypnotherapy)라 한다.
최면으로 마약 중독, 금연, 도박심, 체중조절, 대인 공포심, 무대 공포심, 스트레스 조절, 이상 성욕 등을 시도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최면하는 자기최면도 해야 한다. 범죄수사에서 최면 기술을 이용할 경우 이를 법최면(forensic hypnosis)이라 한다. 법최면으로 살인범을 체포한 예는 드물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최면은 고대로부터 마법이나 마술의 하나로 이용되어 왔으며, 현대 의학적 연구는 19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 개의 ‘조건반사 행동’을 처음 연구하여 1904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구소련의 과학자 파브로프(Ivan Pavlov 1849-1936)는 최면을 연구한 초기 과학자 가운데 한 분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최면과 마술을 함께 활용하는 마술사도 활동한다. 사회에는 최면치료사를 양성하는 학원도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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