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zebra)처럼 파란색 가로줄이 선명한 제브라피시(zebrafish, Danio rerio).
수족관에서는 관상어로 친숙하지만, 실험실에서는 지금 이 작은 물고기가 첨단 생명과학 연구의 무대 한가운데에 있다. 몸길이 2.5~4cm 남짓한 민물고기지만, 투명한 배아와 빠른 성장 속도, 유전자 구조 덕분에 인간을 대신해 수많은 실험에 동원되고 있다.
현대 생명과학은 재생의학, 유전체 분석, 희귀질환 연구, 독성 평가 등 수많은 영역에서 전임상 실험 모델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포유류 실험동물의 한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제브라피시다.
인간을 위한 대량 희생
갈색쥐(Norway rat)는 의생물학 실험용으로, 당뇨병 치료약 개발용으로, 노화 연구용으로, 발암물질과 항암제 효과 검정용 등으로 해마다 수백만 마리가 인간을 대신해 희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갈색쥐와 기니아피그, 토끼, 몇 종의 원숭이, 그리고 돼지 등은 실험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브라피시는 인간을 위해 대량 희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감사는 물론 동정조차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인도 북동부와 남부 아시아 지역의 강과 호수 얕은 물가에 사는 피라미과 민물고기로, 실험실에서도 사육이 쉽고 번식력이 높다.

한 번 산란할 때 약 100~200개의 알을 낳고, 한 달 동안 여러 번 산란해 총 200~3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산란 후 약 2~3일이면 부화하여 치어가 되어 유영을 시작하고, 2~3개월이면 성적으로 성숙하여 성어가 되며, 실험실에서는 2~3년까지 살기도 한다. 냉수에서는 생존이 어렵지만, 높은 온도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하며, 실험실에서는 주로 28~33℃ 사이에서 사육된다.
인간과 닮은 작은 물고기, 경이로운 재생 능력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그 몸속에서는 인간과 놀랍도록 유사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난다.
제브라피시는 작은 물고기이지만 인간이 가진 주요 내부 기관과 기능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뇌, 두 개의 눈, 입, 귀, 코, 척추, 창자, 간, 심장, 췌장, 근육, 뼈, 연골, 이빨까지 주요 기관들이 모두 존재하며, 유전자의 약 70%도 인간과 유사하다.
따라서 제브라피시가 나타내는 다양한 생리적 반응은 인간의 생리와 비교 연구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놀라운 재생 능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브라피시는 손상된 뇌, 미주신경, 심장, 지느러미, 눈의 망막과 시신경까지 재생할 수 있다. (미주신경(迷走神經)은 뇌에서 폐, 심장, 내장으로 연결되는 복잡한 자율신경으로, 무의식적 운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재생능력은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제브라피시가 재생의학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로 자리 잡는 이유다.
또한 이 물고기는 기억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 번 경험한 기억은 약 24시간 정도 유지된다.
양쪽 귀 속에 위치한 섬모(hair cell)는 소리를 감지하는 동시에 몸의 균형 유지에도 관여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인간의 청각 기능, 시신경 기능, 신경 재생 연구에서도 제브라피시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물고기를 다양한 연구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발암물질과 항암제 효과 검증, 발생학 연구, 기형 생물 연구, 신약 효과 검증, 재생 연구, 성전환 동물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단일 세포 RNA 시퀀싱 기술을 통해 제브라피시의 척수 재생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유전자 경로가 밝혀졌으며, 이 결과는 척추 손상 환자 치료 연구에 참고되고 있다.
또한 심장 재생 연구에서는 제브라피시가 손상된 심장 조직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특정 전사 인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비만, 당뇨병, 희귀 질환 연구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고지방식이를 통한 대사질환 연구에서는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등) 변화가 정밀하게 측정되고 있으며, 희귀 근육 질환(XMEA) 모델에서는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유망한 후보물질이 도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과 결합하여 환경 독성 평가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중금속이나 대기오염 물질에 의한 염증 반응을 자동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심지어 간질을 발작시키는 생리적·전기생리학적 현상을 연구하는 실험동물로서 대형 포유류 대신 이용되고 있다.
인간을 대신하여 희생당하는 포유동물보다는 피라미 같은 제브라피시를 이용하는 것은 실험도 편리하고, 희생동물에 대해 과학자들이 갖는 미안한 마음도 훨씬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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