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은 지팡이 끝으로 땅바닥이나 벽을 가볍게 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리(음파)의 반향을 들으면서 목적지로 바르게 이동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이러한 반향정위는 훈련에 의해서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성장하면서 반향정위 능력이 생겨난다. 마찬가지로 도중에 시각을 잃은 사람이라도 일정 기간 훈련을 하면 반향정위 능력이 발달한다. 맨손으로 나무에 올라가는 시각장애아는 혀를 입천장에 붙였다가 빠르게 떼어낼 때 발생하는 딱! 하는 소리의 반향을 듣고 자신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도 판단한다. 어떤 장애인은 안전 구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이처럼 반향정위 능력을 가진 인간은 박쥐와 비슷한 방법으로 감각하고 있을까? 박쥐는 인간의 귀가 듣지 못하는 초음파를 내어 밤에도, 어디서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작은 나뭇가지 뒤에 숨어있는 벌레를 사냥하는 동물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시각장애인이 놀라운 초청력을 갖게 되는 것은 귀의 청각기관이 특별히 변화된 때문이 아니라, 목과 머리 및 몸 전체가 음파에 대해 민감해지고, 몸 전체가 감각한 정보를 뇌가 판단한 결과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한 번 지나간 길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한다. 일반인이라면 시각으로 기억하지만, 그들은 길거리의 냄새, 들리는 소리, 바람의 변화, 자동차 소음의 변화, 걸어간 걸음 수, 회전 방향 등을 모두 기억하는 ‘마음의 지도’ 즉 마인드 맵(mind map, mental mapping)이 뇌에 그려지는 것이다.
훈련하면 일반인도 가능한 반향정위
일반인도 반향정위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독일 막스밀리안 대학의 신경과학자 비그레베(Lutz Wiegrebe)에 의해 근년에 실시되었다. 그는 대학원생 가운데 8명의 자원봉사자를 선택하여 실험해보았다. 그는 봉사자들이 눈을 가리고 연구소의 긴 복도를 지나가면서 딱! 하는 입천장 소리를 내어 그 반향을 들으면서 걷도록 했다.
이런 훈련을 2-3주일 동안 계속하자 개인 차가 있지만 두 사람은 상당히 뛰어난 정위 능력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그는 두 사람을 각각 눈을 뜬 상태로 의자에 앉히고, 귀에 헤드폰을 쓰게 한 상태로 다음과 같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을 했다.
그들의 귀에 복도에서 들었던 혓바닥 소리의 반향을 들려주면서,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정확하게 복도의 위치를 말했다. 이런 결과는 두 사람이 반향정위 훈련에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을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시뮬레이션 소리만 듣고 꼬불꼬불한 복도의 방향을 따라 죄로 우로 몸을 움직이는 동작도 했다.
반향정위가 훈련되는 이유
신경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인간에게 반향정위 감각이 생겨나는 원인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2026년 4월에 발행된 학술지 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시각연구소(Smith-Kettlewell Eye Reserch Institute)가 실시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소개되었다.
이 연구소에서는 반향정위 감각이 특별히 뛰어난 시각장애인 4명을 대상으로 반향정위 감각의 정확성을 조사하는 실험을 했다. 앉아있는 장애인 앞에는 일정 거리에 의자가 놓여 있었다. 연구자들은 옆에서 일정 주파수의 혓바닥 소리(딱!)를 들려주면서, 앞에 있는 의자가 좌우 어느 쪽에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장애인들은 모두가 마치 눈으로 의자를 보고 있는 듯이 정확하게 위치를 말했다.
이 실험에서, 대상자들에게 딱! 소리를 2번 들려주었을 때와 5번, 8번, 11번 들려주었을 때의 방향정위 정확도를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딱! 딱! 2번만 들려주었을 때 가장 정확하게 위치를 판단했다. 딱! 소리를 여러 차례 들려주면 오히려 뇌의 판단에 혼란이 생기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반향정위 실험을 하는 이유는 시각 상실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반향정위 능력을 갖도록 하는 훈련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
박쥐의 반향정위 행동
청각으로 방향을 판단하는 박쥐는 높은 주파수의 초음파를 짧게 자주 발생하고, 그들의 뇌는 그 반향을 순간순간 판단하여 안전한 공간을 날도록 하고, 먹이가 있는 위치를 판단하게 한다. 박쥐는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피아노선도 피해가는 능력이 있다. 박쥐의 반향정위 생리를 잘 알아낸다면, 그 지식을 시각장애인을 돕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과학자들이 장기간 연구해오고 있지만 그 신비는 아직 잘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간의 귀는 크기가 변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지만, 박쥐의 유난히 큰 귀는 소리가 잘 들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인간의 귀는 20Hz ~ 20,000Hz 범위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박쥐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12,000Hz 이상의 초음파를 낸다. 이 주파수는 반향정위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별한 경우 어떤 박쥐는 11,000Hz 이하의 가청음을 내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다. 즉 그들의 먹이인 나방이가 이 범위의 음파를 듣지 못하여 도망가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행동학자들은 박쥐의 청력이 얼마나 정밀한지, 예를 들면 얼마나 작은 먹이까지 찾아내는지, 얼마나 먼 거리에서 먹이를 확인하는지, 그리고 먹이를 사냥할 때 먹이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지 등도 조사했다. 흥미롭게도 박쥐는 먹이를 향해 직진하지 않고 비스듬히 옆으로 가서 아래 쪽에서 먹이를 향해 공격했다.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어둠 속에서 전등빛을 정면으로 보고 있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먹이를 향해 직행하면 위치 판단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질문 1. 박쥐는 시각이 전혀 없는가?
많은 사람들은 박쥐는 눈이 있어도 시력이 없는 장님이고, 청각으로 먹이를 사냥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박쥐도 시력이 뛰어나다. 다만 그들은 밤에 사냥을 하기 때문에, 그리고 어두운 동굴 같은 곳에서 지내기 때문에 시각만 아니라 청각까지 발달한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박쥐는 야간에도 시력이 뛰어나다.
질문 2. 박쥐는 어떤 방법으로 초음파를 생성하나?
포유동물은 목에 있는 후두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마찬가지로 박쥐 역시 후두의 근육을 진동시켜 고주파 음을 낸다. 사냥할 때 그들은 1초에 10회 정도 초음파를 단속적으로 발생하여 비행로와 먹이의 위치를 판단한다.
질문 3. 박쥐의 코에 붙은 비엽(콧잎 noseleaf)은 어떤 역할을 하나?
사진을 보면, 박귀의 콧구멍 윗자리에 나뭇잎처럼 생긴 커다란 조직이 있다. 비엽이라 불리는 이 부드러운 조직은 코에서 나오는 초음파가 거울에 반사된 빛처럼 집중되어 나가게 하는 마이크로폰과 같은 역할을 한다. 박쥐의 먹이가 되는 잠자리와 같은 곤충은 밤이 오면 나뭇잎 뒤에 붙은 상태로 지낸다. 그러나 박쥐는 비엽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초음파를 보내고, 반사되어 오는 소리를 판단하여 숨어있는 먹이까지 사냥을 한다.
박쥐의 날개는 새의 날개와 달리, 사진과 같이 변형된 손가락 사이에 커다란 피부막이 형성된 것이다. 그들의 날개에는 한쪽 날개에만 24개의 관절이 있기 때문에 비행 중에 방향전환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그들은 크고 가벼운 날개로 하룻밤에 300km 이상 비행하기도 한다.
박쥐의 얇은 날개막 표면에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일 정도의 가느다란 털이 덮여 있다. 털의 뿌리는 신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 털을 통해 촉감, 공기의 흐름, 공기의 압력 변화 등을 감지하여 민첩한 곡예비행, 장애물을 피하기, 먹이 사냥을 한다.
오늘날 박쥐의 청각을 연구하는 동물행동학자들은 실험동에서 박쥐를 사육하면서 고속 카메라, 음파탐지기, 뇌파탐지기 등의 첨단 관측장비를 이용하여 어둠 속에서 박쥐의 행동을 연구한다. 과학자들은 심지어 박쥐를 강아지처럼 길들이기까지 하면서 비행방법, 사냥기술과 행동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존홉킨스대학의 동물행동학자들은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았다. 그들은 박쥐 날개 표면의 털을 화학적 방법으로 모두 제거한 뒤 사냥을 하게 했다. 그러자 박쥐들은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날개 표면의 털이 감각 기능을 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진화의 걸작품은 박쥐의 날개 표면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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