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수만 마리로 이루어진 물고기 어군이 앞으로 떼지어 오다가 순간에 방향을 바꾸어 이리저리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마치 한 마리가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마치 다수의 마스게임 참가자가 지휘자의 호령에 따라 약속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많은 물고기가 동일 방향과 고속의 유영 속도로 이동해도 그들 사이에는 충돌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많은 물고기 종류가 어군을 이루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일반인들은 ‘멸치처럼 작은 물고기 종류가 큰 생물체인 것처럼 보이면서 혼란스럽게 하여 다른 포식자의 공격을 피하도록 진화된 생존 방법의 하나’라고 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물고기의 어군 행동은 마치 기러기 떼가 줄을 지어 날면서 비행 에너지를 절약하듯이, 그들도 집단 유영에 의해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다.
질문 1. 모든 물고기가 다 어군을 형성하는가?
전체 물고기 종류의 25%가 평생 떼를 지어 살아가며, 약 50%는 주로 번식기 동안에 무리를 이룬다. 물고기의 어군에는 2가지 패턴이 있다. 하나는 몇 가지 종류가 함께 떼를 이루어 다니는 ‘떼짓기 유영’(shoal)이고, 다른 하나는 단일 종류가 군집하여 유영하는 ‘무리 유영(군영群泳 school)이다. 떼짓기 유형에는 몇 종의 어류가 일시적으로 모였다 흩어졌다 하면서 일정한 규칙이 없다. 반면 군영하는 어군은 고도로 통일된 모습으로 방향을 바꾸며 이동한다.

파랑돔과에 속하는 몇 가지 종류가 함께 어울려 ‘떼짓기’ 형태로 유영하고 있다. 떼짓기 유영을 하는 어류들은 상황에 따라 단독 유영도 하고 무리를 이루기도 한다.

산호가 많은 바다에 주로 사는 뱀장어메기는 10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군영을 한다. 몸에 흰 줄이 있어 눈에 잘 보이는 이들은 군체를 이루어야 훨씬 안전해진다. 이 물고기의 지느러미에는 독가시가 있어 다룰 때 조심해야 한다.
질문 2. 떼지어 이동하는 동물 속에 우두머리가 있는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일부 동물의 세계에는 우두머리가 있다. 코끼리, 늑대, 아이벡스와 같은 동물은 경험 많은 지도자를 따른다. 아프리카 초원에 사는 소과의 누(wildbeest)와 순록 같은 동물은 대규모로 이동하지만, 우두머리가 따로 없고 ‘집단지성’이라 불리는 방법으로 단체행동을 한다. 즉 이들은 무리 중에 몇 개체가 먹이나 물을 찾아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면, 주변의 개체들도 연달아 따라간다. 이때 수천수만 마리가 이동해도 자기 주변 개체의 움직임에 맞추어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여 서로의 충돌을 피한다.

질문 3. 거대 어군들은 어떻게 충돌을 피할 수 있나?
어군의 집단 유영을 보면 누구나 “그들 속에 우두머리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어군에는 우두머리가 없다. 그들은 자율조직(self-organizing)이라는 행동법, 즉 각 개체가 이웃에 있는 개체의 행동에 맞추어 방향을 바꾼다. 우두머리의 명령이 없어도 그들이 단숨에 원활하게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눈으로 주변을 보고, 청각으로 듣기도 하지만, 물고기 복부의 측면에 길이로 있는 ‘측선’이라 불리는 특별한 감각기관이 수류(水流)의 압력 변화를 민감하게 감각하여 옆 개체와 동일한 방향, 동일 속도로 이동하게 한다.

군영하는 형태는 물고기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사진은 꼬치고기 무리이다. 군영하는 물고기 개체 사이의 간격을 ‘격리 공간’(zone of repulsion)이라 한다. 격리 공간이 어떤 이유로 일정하게 유지되는지 자세한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질문 4. 물고기 떼는 왜, 어떻게 갑자기 진행 방향을 바꾸게 되나?
물고기 떼가 이동하는 행로에 상어나 참치, 돌고래 같은 포식자가 갑자기 나타나면,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물고기는 놀라 방향을 바꾸어 피하게 된다. 그러면 주변의 다른 물고기도 차례로 거의 동시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질문 5. 군영을 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

작은 물고기지만 군영을 하면 포식자들의 눈에 큰 덩어리로 보여 위험을 줄여준다. 또한 함께 다니면 번식기에 암수가 만나기 용이하고, 새끼를 대동하여 보호하는 데도 유리하다. 그리고 다수이기에 눈이 많아 먹이를 찾아내는 기회가 많아진다.

몸길이 40cm 정도까지 자라는 청줄돔은 20-22마리가 모여 군영을 한다. 어류학자들은 물고기의 유영 행동을 매우 깊이 연구한다.
질문 6. 군영하면 항상 유리한가?
청어는 군영하는 물고기 종류의 하나로 유명하다. 대서양의 중남미 바다에서 조사된 한 무리의 청어 떼는 4.8km3 범위 안에 30억 마리의 청어가 군영하고 있었다.

멸치잡이 어선에서는 어군탐지기를 이용하여 멸치 떼를 찾아내어 그 주변을 그물로 둘러싸 잡는다. 그러므로 군영하는 것이 포식자를 피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어선(인간)에게는 군영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고 하겠다.
질문 7. 군영을 하면 왜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나?
스피드 스케이팅, 자전거 경주 때 선두에 서지 않고 앞 선수의 뒤를 따르면 앞바람이 막아주는 베르누이 원리에 의해 에너지 절약을 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고기가 떼를 지어 나란히 뒤따라 이동하면 유체역학 효과가 나타나 힘을 적게 들이고 유영하게 된다. 대자연의 생명체가 진화시킨 자연법칙의 응용이라 하겠다.
질문 8. 군영을 하는데 측선은 어떤 역할을 하나?
군영하는 어류들은 어두워지면 군영을 하지 못한다. 이것은 머리 좌우의 눈이 이웃에 있는 동료를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류의 머리에서 꼬리까지 몸 측면에는 측선(側線 옆줄 lateral line)이라는 다수의 감각세포로 이루어진 기관이 길게 이어져 있다.

측선이 있는 지느러미(scales) 밑에는 물이 흐르는 측선커널(lateral line canal)이 있고, 곳곳에 물이 드나드는 구멍(external opening)이 있다. 커널 아래에 신경이 뻗어 있으며, 도중에 신경단구(neuromast)라는 감각세포(sensory cells)가 있다. 작은 사각형 속에 나타낸 감각세포를 보면, 덮개(cupula) 아래에 감각모(sence hair)가 있다. 감각모는 물이 흐르는 것을 민감하게 감각하여 주변 동료와 동시적으로 행동하도록 해준다. 물고기 측선의 감각모는 인간의 속귀 안에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관의 감각모와 마찬가지 신경구조이다.
물고기가 무리를 이루는 크기와 형태, 개체 간의 공간 규모 등은 종류와 환경에 따라 다르다. 이에 대해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연구는 해양자원의 보존과 수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물고기의 측선이 진화시킨 초민감 기관은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왜냐하면 측선 속의 감각모와 신경 구조에 대한 지식은 로봇의 초정밀 감각기관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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