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불행이나 곤경을 겪을 때, 사람들은 흔히 “수렁에 빠졌다”거나 “구렁텅이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렁이나 구렁텅이가 어떤 곳인지, 왜 그토록 두려운 장소로 인식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연 속에서 그런 장소에 발이 묶여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홍수나 산사태를 다룬 뉴스 속 영상에는 자주 진흙탕이 등장한다. 큰물이 빠진 뒤, 강가나 호숫가, 늪지 주변에는 물과 함께 떠내려온 모래와 흙이 가라앉으며 진득하고 끈적한 수렁이 생긴다. 이런 지형은 바닷가의 개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수렁 위를 무심코 밟고 들어가면 발이 깊이 잠기고, 몸을 움직일수록 점점 더 가라앉는다. 수렁의 깊이와 범위는 지형에 따라 다르며, 심한 경우 사람뿐 아니라 소나 말 같은 가축, 심지어 코끼리조차 목숨을 잃는다.

[사진=Midjourney 제작 이미지]
수렁에 빠졌을 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나 빠져나올 방법을 모른다면, 곧바로 탈진과 갈증,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악어가 서식하는 늪지대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악어는 체중을 넓게 분산시키는 납작한 배와 기는 자세 덕분에 수렁 위를 빠지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갯벌 위를 미끄러지는 뻘배와도 비슷하다.



수렁에서 살아남는 요령
- 공포심이 먼저 밀려오지만, 무엇보다 침착해야 한다.
-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즉시 구조를 요청한다.
- 배낭이나 손에 든 짐은 가능한 한 버려 체중을 줄인다.
- 수렁이 깊지 않다면 몸을 앞으로 눕혀 체중을 넓게 분산시키고, 천천히 기어 나온다.
- 몸을 앞으로 숙이면 호흡이 어려워 오래 버티기 힘들다. 반대로 등을 대고 눕는 자세는 체중이 퍼지면서 무릎과 발을 빼낼 여유가 생긴다.
- 팔은 수렁 바깥으로 뻗어 주변 구조물이나 밧줄을 잡을 준비를 한다. 밧줄이 내려올 경우 겨드랑이에 걸 수 있도록 자세를 유지한다.

고대 기록 속 수렁의 상징
수렁은 자연 재해의 실체이면서 동시에 오래된 상징이기도 하다. 구약성서 <예레미아서> 38장에는 정적들에게 붙잡힌 예언자 예레미야가 깊은 저수동굴에 갇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동굴은 땅이 갈라져 생긴 깊은 구덩이였고, 바닥은 물과 진흙이 섞인 수렁이었다. 예레미야는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고, 구조자들은 헌 옷과 누더기를 밧줄에 묶어 내려보낸 뒤, 그가 겨드랑이에 끼울 수 있도록 해 끌어올린다. 수렁은 그만큼 무력하고 절망적인 장소로 묘사된다.

수렁은 발 아래에 있지만, 위기를 감지하는 건 머리보다 몸이다. 설명보다 반응이 빠르고, 살아남는 쪽은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멈출 줄 아는 사람이다. 생존은 이론이 아니라 판단이고, 판단은 감각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는 그런 감각을 잃고 산다. 평평하게 정돈된 땅, 안전하게 설계된 일상 위에서 발밑의 위기를 상상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래서 진짜 위험이 닥쳤을 때, 판단은 늦고 말만 많아진다.
수렁을 안다는 건, 삶의 구조를 안다는 것이다. 어디서 미끄러지고, 어느 방향으로 무게가 쏠리는지, 어느 순간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 것. 그것은 야외 생존 기술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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