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A 단백질, 박테리아 외막 파괴하는 새로운 단백질군으로 확인

• AI 분석으로 유사 단백질군 다수 확인…슈퍼패밀리로 제안

일부 박테리아는 다른 박테리아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비델로비브리오 박테리오보루스(Bdellovibrio bacteriovorus)는 그런 포식성 세균 중 하나로, 표적 박테리아의 외막을 뚫고 내부로 침입해 내용물을 분해하며 증식한다. 이번 연구에서 국제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사용하는 단백질 중 하나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독특한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팝에이’(PopA)로, 막 안쪽 지질을 가두는 형태의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세포막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단백질 구조 분석 결과, PopA는 단독 사례가 아니라 다양한 박테리아 종에 존재하는 유사 단백질들과 함께 하나의 새로운 단백질군으로 분류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 해당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지질을 포획하는 비표준 외막 단백질

외막 단백질(OMP, outer membrane protein)은 박테리아 외막에서 물질 수송, 신호 전달, 숙주 부착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대부분의 OMP는 지질을 회피하며, 내부가 비어 있는 통로 구조를 형성한다. 반면 PopA는 다섯 개의 단백질 소단위로 구성된 5중 대칭 구조를 이루며, 중심에는 지질이 결합할 수 있는 움푹한 공간이 형성돼 있다.

연구진은 PopA를 대장균(Escherichia coli)에 발현시킨 뒤, 세포막 손상과 구조 붕괴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PopA가 직접 지질과 결합하며 막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외막을 파괴하는 기능적 단백질로 해석된다. 정밀 구조 분석에는 엑스선 결정학,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이 활용됐다. 결과적으로 PopA는 외막 단백질이 지질을 배제한다는 기존 이론과는 다른 작동 방식을 가진다.

구조적 유사성을 공유하는 단백질군 다수 확인

AI 기반의 구조 예측과 단백질 비교 분석을 통해, PopA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단백질이 다양한 박테리아 종에 존재함이 밝혀졌다. 이들은 4중체, 6중체, 9중체 등 다양한 다중 대칭 구조를 형성하며, 모두 지질 포획 기능을 공유한다. 단순한 예외 사례가 아니라 구조 기반의 기능적 단백질군이라는 점에서, 연구진은 이를 하나의 새로운 외막 단백질 슈퍼패밀리로 분류했다.

또한, 별개의 고리형 단백질 구조도 함께 확인됐다. 이들 역시 외막 단백질로 분류되며, 링 형태의 다중 단위체 결합 방식이 기존보다 훨씬 일반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막 단백질 구조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그 기능 역시 단일 경로 수송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외막 단백질 해석 방식의 전환점

이번 연구는 외막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해석에 있어 구조 중심 분류 체계의 보완 필요성을 보여준다. PopA의 분석은 외막 단백질 분류에서 구조 유사성에 의존해 기능을 예측해온 접근법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기존에는 구조적 특징만으로 기능을 추론하거나 유사 단백질군을 설정해 왔지만, PopA는 구조는 기존 분류군에 속하면서도 전혀 다른 생리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례로 드러났다. 이로써 외막 단백질의 기능 해석에는 구조 외에도 지질 상호작용, 막 안정성, 세포외 환경 반응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합한 분석 체계가 요구된다. 단백질 구조 생물학, 세균막 생리학, 항균제 설계 연구 등 연관 분야 전반에서 분류 기준과 기능 예측 도구의 재정비가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Rebecca J. Parr et al, A porin-like protein used by bacterial predators defines a wider lipid-trapping superfamily, Nature Communications (2025). DOI: 10.1038/s41467-025-61633-0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  University of Birming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