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알래스카 대학교 북부 박물관 보관실에서 ‘지구상 마지막 매머드’ 후보로 여겨졌던 유물의 정체가 뒤늦게 밝혀졌다. 빙하기 거대 동물의 역사를 새로 쓸 뻔했던 이 매머드 화석은 사실 심해를 누비던 고대 고래의 뼈였다.

[사진=Journal of Quaternary Science]
■ 매머드가 고작 2천 살?
사건의 발단은 일반인이 화석 검사를 후원하는 박물관의 ‘Adopt-a-Mammoth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보관실 구석에 잠들어 있던 두 개의 원형 뼈 디스크 화석(UAMN3760, UAMN3724)이 정밀 분석대에 올랐다.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뼈의 나이가 1,854년에서 2,731년 사이로 측정된 것이다. 약 13,000년 전 멸종한 매머드가 불과 2,000년 전까지 알래스카에 살았다는 결론이 나오자, 과학계는 매머드 멸종사를 재편해야 할 중대 기로에 서게 되었다.
■ DNA 진실: 육상 동물이 아닌 해양 생물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대학의 매튜 울러(Matthew Wooller) 교수팀은 의문을 품고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먼저 안정 동위원소 분석을 실시한 결과, 뼈에서 육상 생물보다 해양 생물에 더 전형적인 질소와 탄소 수치가 검출되었다.
결정적인 증거는 DNA 분석에서 나왔다. 뼈의 주인은 매머드가 아니라 밍크고래와 북태평양 오른고래로 확인되었다. 해양 생물은 육상 생물보다 더 오래된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을 고려해 연대측정치를 재보정한 결과, 고래 화석의 실제 연대는 각각 약 1,100년과 1,800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 내륙에서 발견된 고래뼈?
매머드 화석의 주인이 고래로 판명되자 새로운 수수께끼가 등장했다. 화석이 발견된 지점이 해안선에서 무려 400km 떨어진 내륙 깊숙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가설을 제시했다.
- 강을 거슬러 올라온 고래: 유콘 강을 따라 내륙까지 헤엄쳐 왔을 가능성. (생태적으로 희박함)
- 고대 인류의 운반: 고대인이 도구나 거래를 목적으로 해안에서 내륙으로 뼈를 옮겼을 가능성.
- 행정적 착오: 수집 당시 해안 지역에서 온 상자가 ‘페어뱅크스’ 상자에 잘못 분류되어 70년간 오인됐을 가능성.
■ 오인이 낳은 뜻밖의 성과
연구팀은 “비록 세계에서 가장 어린 매머드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노력의 부수적 결과로 예상치 못한 과학적 발견을 하게 되었다”며, 대중을 대상으로 한 연구 프로그램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Quaternary Science> 2025년호에 게재되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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