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오면 평소와 다른 색으로 빛나는 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의 눈을 유난히 유혹하는 네온사인의 빛은 형형색색의 형광(螢光 fluorescence)이다. 야간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형광이 비치는 안전복을 착용한다. 거실의 형광등, 별빛처럼 반짝이는 LED의 빛, 텔레비전 화면의 영상을 만드는 빛 역시 형광이다. 형광을 내는 암석(광물)들이 있는가 하면, 개똥벌레를 비롯하여 많은 종류의 동물과 식물, 심지어 바다에 사는 생명체들도 형광을 내어 자신을 보호하며 살아간다. 형광은 왜 나오는가? 어디에 어떻게 이용되는가?
촛불과 장작불은 그들이 불타면서 뜨거워졌기 때문에 발광을 한다. 백열등의 빛은 전류(전기에너지)가 빛에너지로 변한 것이다. 야간작업복이나 도로의 야간 지시판에 칠해진 물질은 전조등의 빛을 받는 순간 독특한 파장의 빛을 내어 경계심을 갖도록 해준다.
형광의 영어 fluorescence는 원소 중에 자외선을 받으면 평소와 다른 새삼스러운 색의 빛을 내는 fluorite(형석)라는 광석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형광은 대단히 선명(鮮明)하게 느껴지므로, 그 물질에서는 항상 형광이 나올 것이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형광물질은 자외선(또는 전자기파, 전기, 화학 에너지)을 받을 때만 일정 시간 형광을 낸다.

불소(弗素)의 영어는 fluorine(플로린)이다. 플로린은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는 원소의 하나이며, 플로린을 함유한 암석을 형석(螢石 fluorite)이라 한다. 형석은 플로린과 칼슘이 결합한 CaF2 상태의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매우 단단하면서(경도硬度 4) 색이 아름다워 보석으로 이용된다. 형석은 투명하지만 자외선이 비치면 형광을 낸다.

형광을 내는 물질에 대한 연구는 플로린에서 시작되었지만, 온갖 성분의 형광물질이 발견되었고, 또 인공 형광물질도 합성되고 있다. 형광물질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에너지를 받으면, 눈에 보이는 파장이 긴 빛을 반사하게 된다. 유리 용기에 담긴 액체의 녹색은 fluorescein, 적색은 rhodamine B, 황색은 rhodamine 6G, 청색은 quinine, 보라는 quinine과 rhodamine 6G의 혼합액에서 나온다. 각 병에 포함된 형광물질의 농도는 0.001%이다.

개똥벌레 무리는 2,000종이 넘는다. 일부 종류가 짝짓기철에 형광을 낸다. 발광기관에 있는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단백질에 루시퍼레이스(luciferase)라는 효소가 작용하여 산화반응이 일어나면서 형광을 내게 된다. 화학에너지가 빛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루시’라는 말은 그들 종류의 학명인 Luciola에서 나왔다.
형광물질은 광물만 아니라 박테리아, 해파리, 산호, 물고기, 개구리, 곤충의 날개, 앵무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의 깃털, 심지어 일부 식물도 가지고 있다. 사진은 형광 산호의 모습이다. 생명체가 형광을 내는 현상을 생물발광(bioluminescence)이라 한다.

열대아시아에 사는 나라(narra)라는 수목(Pterocarpus)의 목재에 포함된 물질에서는 형광이 난다. 이것은 메탈린(위 화학구조)이라 불리는 형광물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치료약으로 사용하는 퀴닌(quinin)에도 형광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어두운 곳에서 일하거나 건설현장 또는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형광이 나는 안전복, 안전모자, 장갑, 신발, 안경 등을 이용한다.

깊고 넓은 바다에서 선박이나 비행기가 침몰했을 때, 그 위치를 구조팀에게 알리는 방법으로 바다용 형광색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많은 종류의 광석들이 성분에 따라 독특한 파장의 형광을 낸다. 형광의 파장을 분석하면 암석 속에 포함된 광물질의 성분을 추측할 수 있다.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형광 옷을 입었다. 인간의 눈이 볼 수 없는 자외선을 비추면, 깜깜한 배경에 등장 인물들의 형광색 복장만 보이게 된다. 미스테리한 이런 공연을 black light theater(검은무대)라 한다.
형광등과 네온사인
전기와 빛에 대한 과학이 크게 진보하기 시작한 시기는 영국의 과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 등이 활동하던 1840년대부터였다. 1856년에는 독일의 물리학자 가이슬러(Heinrich Geisler 1814-1879)가 유리 진공관 속에 수은을 넣어 빛을 내게 하는 수은등을 발명하고, 영국의 화학자이며 물리학자인 크룩스(William Crookes 1832-1919)는 1870년대에 크룩스관(음극선관)을 처음 만들었다. 뒤이어 1895년에는 독일의 뢴트겐(Wilhelm Röntgen 1845-1923)이 크룩스관을 이용한 ‘X선 발생관’을 발명하여, 그는 1901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1900년대 초부터 크룩스관과 X선 발생관을 이용한 형광등과 네온등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1934년에는 미국의 물리학자 컴턴(Arthur Compton 1892-1962)이 형광등을 지금의 모습으로 개량하면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1927년에 ‘컴턴 효과’에 대한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형광등의 유리관 내부는 진공상태이고 거기에 저압(低壓)의 수은(水銀) 증기와 아르곤, 크세논, 네온, 크립톤 등의 형광을 내는 가스가 들어 있다. 전극(필라멘트)에 전류가 흐르면 수은이 가열되고, 고열의 수은에서 자외선(에너지)이 방출된다. 이때 나온 자외선은 유리관 안쪽에 칠해둔 형광물질을 자극하여 형광을 내도록 한다. 형광등의 유리관 내부에 형광물질을 바르지 않으면 자외선이 나오는 살균등이 된다. 네온사인은 형광등과 달리 휘어진 유리관 내부에 다양한 색을 내는 형광물질을 칠하여 여러 가지 색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왜 형광이 나는가?
잎이 푸르게 보이는 것은 잎의 분자들이 태양광 속의 다른 (파장의)빛은 흡수하고 녹색 파장의 빛만 반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광을 내는 물질의 분자나 원자는 일반적인 현상과 다른 이유로 형광을 낸다.
형광물질의 분자나 원자의 전자는 낮은 에너지 상태(바닥 상태, lower energy state, ground state)로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자외선(강력한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받으면 전자들은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되어 형광을 내게 된다.
형광은 흡수한 빛보다 긴 파장의 빛이 되어 나온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선이라 불리는 상당히 폭이 넓은 범위(400-700nm)의 태양빛에 익숙해 있다. 태양광에는 모든 색이 전부 혼합되어 있으며, 인간의 시각은 그 빛을 백색으로 감각한다. 그러나 형광은 종류(색)에 따라 좁은 범위의 파장을 가지고 있으며, 파장에 따라 고유의 색을 나타낸다. 사람의 눈은 이런 빛을 강하게 감각하는 동시에 색다른 느낌을 받는다.

태양광은 백색이지만, 형광은 일정한 파장을 가진 빛이기 때문에 선명한 빛으로 보인다. 영상은 색에 따른 파장을 나타낸다. 형광등을 대신하는 LED램프의 빛이 유난히 눈부시게 느껴지는 것은 백열등보다 파장의 범위가 좁은 형광이기 때문이다. 형광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하려면 빛에 대한 양자물리학 이론이 복잡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사진은 $20 미국 화폐에 인쇄된 형광 밴드이다. 이 밴드는 보이지 않다가 판별기 속의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형광이 드러나 가짜를 찾아낼 수 있다.

각종 형광 염료로 물들인 형광종이이다. 형광물질은 페인트, 인쇄용 잉크, 미술용 물감, 옷감의 염료 등으로 이용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현란한 형광이 비친다. LED를 이용하여 형광이 나도록 만든 신발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다.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는 전류가 흐르면 일정한 파장(색)의 빛을 내는 반도체를 말한다. 성탄절 장식, 광고판 등에서 반짝이는 꼬마등은 모두 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형광등을 대신하는 LED 램프는 열을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 소비가 적으면서 더 밝은 빛을 낸다.

최근에 나오는 텔레비전의 화면은 QLED, OLED 등으로 불리는 극소 LED를 이용하여 만든다. 경기장의 거대한 전광판에 나타나는 영상은 LED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생명체의 조직이나 세포에 형광물질을 주입하고, 형광의 변화를 추적하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조사할 수 있다. 이동하는 철새나 고래의 피부에 형광물질을 발라두면 야간에도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쉽다. 인체가 형광을 내는 경우가 있다. 비타민제를 많이 먹고난 뒤에 진한 황색 소변이 나온다면, 이것은 비타민B 중에 B2로 알려진 리보플라빈(riboflavin)이 자외선을 받아 형광을 내기 때문이다.

교통신호등의 붉은색, 푸른색, 황색 빛은 모두 형광이다. 도로표지판의 색도 운전자의 눈에 잘 보이는 형광이다. 인광은 형광과 다르다. 인광(燐光)의 영어 phosphorescence는 고대 그리스어 phos(빛), phoros(가지다), escence(되다)를 합쳐 만든 말이다. 원소 중에 고등동물의 뼈 속에 상당량 포함되어 있는 인(燐 P) 성분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야광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광’이라 부른다. 형광은 빛을 받을 때만 나오지만, 인광은 다소 긴 시간 발광이 지속된다. (본사 블로그에서 형광과 인광 어떻게 다른가 참조)

인간은 시각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입수한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 광고판이나 전광판의 화면 모두 빛의 정보이다. 형광물질로 디자인한 어두운 방에 자외선이 비치면 위 사진과 같이 현란한 영상세계가 나타난다. 오늘날 형광물질의 개발과 이용에 대한 연구는 산업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공학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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