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날개를 가진 ‘유리나비’의 스텔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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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나비들은 과학자들이 아직 알아내지 못한 생명의 신비들을 숨기고 있다. 나비가 나는 모습을 보면, 비행 방향이 이리저리 순간순간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느리고 원시적인 비행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막상 포충망으로 나비를 잡으려 해보면 쉽게 포획되지 않는다. 벌이 비행할 때는 날개를 1초에 190회 가량 퍼덕이는데 배추흰나비는 겨우 10-12회 상하로 흔든다. 벌이나 모기가 날 때는 날개소리도 크다. 그러나 나비의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최근 투명한 날개를 가진 나비의 신비가 일부 밝혀졌다.

나비는 왜 날개를 천천히 퍼득이는가?

나비는 앞날개와 뒷날개 두 쌍의 날개를 가졌다. 사람들이 나비를 특별히 생각하는 이유는 날개의 색채와 무늬가 어떤 곤충보다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아름답게 치장한 나비가 위험하게도 빨리 날지 못하는 이유는 몸집에 비해 날개가 유난히 크기 때문이다. 부득이 나비는 무겁고 큰 날개를 느린 속도로 퍼득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쉽게 적에게 포식되지는 않는 비밀이 있다.

봄의 전령(傳令)처럼 이른 봄에 나타나는 배추흰나비(Pieris rapae)는 세계 전역에 퍼져 살며, 흰 날개 위에 검은 점 무늬가 있다.

두 쌍의 날개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는가?

<For Love of Insects>라는 책의 저자인 미국 코넬대학교의 아이스너(Thomas Eisner 1929-2011) 교수는 곤충행동학자로서 ‘생태화학의 아버지’(father of chemical ecology)라 불리기도 한다. 여러 해 전에 아이스너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배추흰나비의 앞날개 한 쌍을 떼어내고 날려보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비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앞날개는 그대로 두고 뒷날개만 제거하고 날게 하자, 퍼덕이면서 잘 날아올랐다. 하지만 비행 속도가 느려지고, 그들의 특징이던 지그재그 비행을 못하고 단순한 항로로 날았다.

배추흰나비의 경우, 날개 두 쌍이 모두 정상일 때는 평균 초속 2.3m로 비행했으나 뒷날개가 없을 때는 1.77m로 느려졌다. 나비가 날개를 자주 움직이면 비행 때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그래서 나비는 앞날개와 뒷날개를 적절히 흔들면서 혼란스럽게 지그재그로 나는 것이다.

왜 지그재그 비행이 유리한가?

나비들이 직선으로 날지 않고 지그재그 비행을 하는 이유는 속도는 느리지만 그들을 노리는 천적들에게 이동 방향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꽃에 앉았던 나비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날아오를 때는, 두 쌍의 날개를 하나로 접었다가 부채처럼 좌우로 확 펼치며 빠르게 상승한다.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는 모습을 영어로 ‘클래핑’(clapping)이라 하는데, 손목을 거의 붙인 상태로 박수치는 모습을 뜻한다.

스웨덴 룬드 대학의 진화생태학자 요한슨(Christoffer Johansson)과 헤닝손(Per Henningsson)은 6종류의 나비를 사육실에서 키우면서, 그들이 날개짓하는 모습을 풍동(風動)실험실에서 조사한 결과,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즉 나비가 앉은자리에서 날개를 머리 위로 접었다가 활짝 펴는 순간, 날개 사이의 공간이 진공(眞空)에 가까운 조건이 되는 동시에, 펼친 날개 밑으로는 강한 제트 기류가 작용하기 때문에 나비는 강한 양력(揚力)을 얻어 빠르게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연구는 2021년 1월 20일자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발표되었다.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날개를 클랩할 때 상승하는 속도가 용수철 튀듯이 빠르다. 나비는 이런 비행기술을 진화시켜 위험으로부터 빨리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나비의 비행법을 자세히 분석하면 새로운 항공역학 기술을 발견할 가능성이 많으며, 새 비행기술은 독특한 기능을 가진 비행체나 드론의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나비 무리(나비목-나비와 나방류)에 속하는 종류는 지금까지 약 18,000종 알려져 있으며, 열대지방에 더 많은 종류가 산다. 꽃마다 이동하면서 꽃가루를 수정(授精)해주는 나비는 고마운 곤충이지만, 그들의 애벌레(幼蟲)는 성충(成蟲)일 때와 다르게 험상궂은 모습이다. 또 애벌레 시절에는 부드러운 잎을 갉아먹으며 자라기 때문에 농작물의 해충이 되기도 한다.

자연사박물관에는 어디나 나비표본실이 잘 준비되어 있다. 희귀(稀貴)한 표본은 고가(高價)로 거래된다. 나비와 나방은 서로 닮았다. 나비는 낮에 활동하고, 날개가 나방보다 더 아름다우며 색채도 화려하다. 반면에 나방은 날개에 비해 몸통이 크고, 날개의 색이 화려하지 않으며, 야행성이다. 나방 중에 누에나방은 인간에게 명주실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곤충이다.

나비의 날개 모습은 왜 다양한가?

나비의 날개를 손으로 만지면 가루 같은 표면의 인편(鱗片)이 묻어나온다. 그들의 날개 표면은 지극히 얇고 작은 인편(scale)이 질서정연(秩序整然)하게 덮여 있다. 인편은 머리, 가슴, 배의 일부와 주둥이에도 있다. 종류에 따라 날개의 색상(色相)이 다른 것은 인편에 포함된 색소에 차이가 있고, 그들의 배열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편은 태양빛을 반사하여 날개와 몸의 온도가 과열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도 하고 빗물에 젖지 않게도 해준다. 어떤 예술가도 표현할 수 없는 나비날개의 아롱거리는 광채(光彩)는 나노과학의 중요한 연구 과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에메랄드 빛이 나는 나비(cattleheart butterfly)의 날개를 덮고 있는 인편을 확대한 사진이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지극히 얇은 인편들이 층층이 질서 있게 덮여 있다. 인편은 종류에 따라 독특한 문양(紋樣)과 색소를 가지고 있으며, 현란(眩亂)한 빛을 반사한다. 멋진 날개의 모습으로 짝을 유인하기도 하지만, 일부 나비들은 날개의 보호색으로 자신을 감추기도 한다.

비행하는 나비는 어떻게 자신의 체온을 조절하나?

나비가 생존하는데 가장 알맞은 온도는 25-26℃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른 봄일지라도 잘 날아다닌다. 그 이유는 날개를 퍼덕일 때, 근육에서 발생하는 열이 체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온이 너무 높은 시간대에는 과온(過溫)되지 않도록 그늘에서 쉬기도 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응용물리학자 유난팡(Nanfang Yu)은 나비의 날개를 물리학적으로 연구하여, 나비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다. 인편으로 뒤덮인 나비의 날개는 머리카락이나 손톱처럼 죽은 세포일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유난팡의 연구팀은 날개의 시맥(翅脈 날개살, vein) 부분이 살아있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 그 내용을 2020년 1월 28일자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면 가슴의 근육에서 열이 많이 발생한다. 근육에서 열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면, 날개를 강력하게 흔들 힘(화학반응)이 발생하지 못한다. 반면에 체온이 너무 높아도 안 되기 때문에 그때는 체열을 내려줄 방법이 필요하다. 나비든 인간이든 체온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면 체내의 화학반응에 이상이 생겨 생명이 위협받는다. 최근의 연구에서 날개를 버티어주는 시맥의 성분인 카이틴(chitin)이 열을 잘 냉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나비의 날개는 왜 투명한가?

나비의 날개는 거의 예외 없이 색채가 아름답다. 그런데 남아메리카 열대 우림지역에는 너무나 투명한 날개를 가진 나비(glasswing butterfly 유리나비, 유리날개나비, 투명날개나비)가 살고 있다. Greta oto라는 학명을 가진 이 나비가 왜 투명한 날개를 가지도록 진화했는지, 왜 그들의 날개가 물이나 유리처럼 투명한지 물리화학적인 이유를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유리나비의 날개 뒤에 있는 꽃이 선명하게 보인다. 과학자들에게는 이 나비의 생태도 연구대상이지만, 날개가 투명한 광학적 이유가 궁금하다. 그들의 날개처럼 빛을 반사하지 않고 잘 통과시키는 가볍고도 단단한 인공투명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투명한 날개는 적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stealth) 기능이 있다. 공상영화에서는 투명인간 즉 ‘스텔스 인간’ 이야기가 등장한다.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전함도 개발되고 있다. 이런 스텔스 전투 무기는, 전파를 반사하지 않는 물질을 외벽에 발라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즉 스텔스 도료(塗料)를 활용하는 것이다.

유리나비가 앉아 있거나 날고 있으면 투명하기 때문에 천적들의 눈에 잘 발각(發覺)되지 않는다. 날개를 지탱하는 가장자리에 시맥들이 있지만 투명체와 함께 있으면 자연의 일부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빛을 90% 정도 투과시킨다. 물, 석영, 유리, 투명 플라스틱 등이 빛을 통과시키는 이유는 그들을 구성하는 결정체의 특수한 구조에 있다. 일반 물체를 구성하는 결정체는 빛을 난반사하거나 일부 파장의 빛을 반사 또는 흡수한다. 이때 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높으면 흰색에 가깝고, 빛을 전부 흡수해버리면 검은색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물학자 포머란츠(Aron Pomerantz)는 페루에서 열대 우림 속을 날아다니는 유리나비를 보고 그 신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와 동료 연구원들은 이 나비의 날개를 덮고 있는 인편들이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찰하여, 그 결과를 2021년 5월 28일자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투명날개의 주변 테두리와 날개를 지지해주는 가느다란 시맥(翅脈)은 검은색이다(왼쪽). 투명한 부분(중앙)에는 가시 같은 것이 드문드문 솟아 있다. 오른쪽 사진은 검은 부분에 인편이 차곡차곡 덮인 모습이다. 사진의 색은 판별이 쉽도록 인위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그들의 조사 결과, 투명 부분에는 얇은 왁스층이 덮여 있었으며, 이 왁스층 때문에 빛이 반사되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왁스층이 투명하더라도 표면이 완전히 평평하다면 창유리처럼 빛을 반사하게 된다. 그러므로 빛을 전부 투과시켜버리려면 왁스의 결정 구조가 특수해야 한다. 연구 결과, 투명한 날개 부분에서는 빛을 2%만 반사하고 나머지는 통과시켰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투명 부분에 덮인 왁스층을 인위적으로 벗겨내 보았다. 그러자 빛의 반사율은 2.5배나 상승했다.

투명날개 부분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위 사진의 사각형 부분은 왁스층이 덮인 곳이고, 위 오른쪽은 이 부분의 전자현미경 사진이다. 아래는 왁스를 벗겨낸 부분을 나타낸다.

유리날개를 덮은 왁스의 광학적 성질은 생물학자가 밝혀내기 어려운 과제이다. 유리나비에 대한 완전한 수수께끼는 다수의 과학자가 협력해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유리날개의 비밀이 밝혀지면 반사되지 않는 창유리, 카메라 렌즈, 안경 등을 만들 수 있개 될 것이며, 빛에너지 흡수율이 더 좋은 태양전지판 개발에도 활용될 것이다. 이는 청년 과학도들의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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