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 확 줄이고 지방 늘려라”···건강식 맞을까?

탄수화물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는 인식으로 최근 저탄수 식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저탄수화물 고지방(LCHF) 식이는 배고픔 없이 식이를 지속하면서도 획기적인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식단이 몸에는 괜찮을까.

LCHF 저탄수 고지방 식단이 뜨는 이유

LCHF(Low Carb, High Fat)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식단으로 체중 감량과 대사 건강 개선을 목표로 한다. 이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여 몸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상태(케토시스)에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면 간이 지방을 분해하여 케톤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몸이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 원리다. 케토시스 상태는 체중 감량을 촉진하고 혈당 안정, 에너지 레벨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구권 연구는 이러한 식단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특히 서구식 식단은 고지방, 고단백 섭취가 주를 이루며, 패스트푸드와 가당 음료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는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지며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저탄수 식이와 사망률의 관계

그리스 에픽(EPIC) 연구 사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약 22,944명의 성인을 10년에 걸쳐 추적한 결과 LCHF 식단 점수가 높을수록 전체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뚜렷하게 증가했으며, 암 사망률 역시 유의미한 상승을 보였다. 연구 기간 동안 총 455건의 사망 사례가 기록되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이러한 식단과 연관이 있었다.

스웨덴 여성 코호트 연구: 스웨덴 여성 코호트 연구는 3049세 여성 42,237명을 대상으로 약 12년 동안 LCHF 식단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다. 연구 결과 LCHF 식단 점수가 1등급 증가할 때마다 전체 사망률이 2~6% 증가했으며, 특히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13~16% 증가했다. 이는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이 심혈관 건강과 장기적인 생존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NHS/HPFS 연구: 미국 간호사 건강 연구(NHS)와 의료 전문가 추적 연구(HPFS)는 약 85,168명의 여성과 44,548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LCHF 식단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1980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되었으며, 12,555건의 사망 사례를 추적했다.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을 따른 경우 전체 사망률이 약 12% 증가했으며, 특히 탄수화물을 동물성 단백질로 대체한 경우 심혈관 및 대사 질환의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 반면 탄수화물을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했을 때는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국인의 탄수화물 권장량 55~65%가 적절

NHS/HPFS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가 가장 높은 상위 10% 그룹도 탄수화물 비율이 6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에 미치지 못했다. 반대로, 가장 적게 섭취하는 그룹은 30%대로,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낮은 수준이었다. 탄수화물을 이렇게 적게 섭취하고 대신 지방과 단백질 비율이 높다면 건강한 식생활로 보기 어렵다. 이 연구는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삼아도 안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을 더 늘리라고 권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권장 수준인 55~65%가 적절함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LCHF(Low Carb, High Fat) 식단은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대사 개선에 효과적이지만 영양소 결핍, 포화지방 섭취 증가로 인한 심혈관 건강 위험, 초기 피로감(케토 플루) 등의 단점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용하지만, 장기적 안전성을 고려해 균형 잡힌 식단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