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동물 타디그레이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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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피닉스(Phoenix)는 전설에 나오는 불사조(不死鳥)이다. 옛이야기 속의 동물이 아닌 불사충(不死蟲)이라 불러도 좋을 현생하는 동물이 있다. 공룡을 멸종시켰던 6,500만 년 전의 거대한 운석이 다시 지상에 떨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지극히 작은 신비로운 동물이다. 타디그레이드(tardigrade)라는 이 작은 동물은 주로 물에서 살며, 분류학적으로 곤충을 포함하는 절지동물에 가깝지만, 너무나 독특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타르디그라다(Tardigrada phylum)라는 독립된 아문(亞門)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신비한 생명체는 크기가 소금 입자인 0.1~1.5mm(평균 0.5mm)에 불과하다.​

타디그레이드는 5억 3,000만 년 전부터 살았던 동물이며, 현재까지 1,300여종이 발견되어 있다. 이 생명체는 1773년에 독일의 과학자 궤제(Johann Goeze 1731~1793)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고, 이름은 독일의 신부(神父)이며 생물학자인 스팔란자니(Lazzaro Spllanzani 1729-1799)가 ‘느리게 걷는 동물’이라는 뜻으로 1777년에 명명(命名)했다.

​타디그레이드는 일찍 발견되었지만 그들이 상상도 못한 생명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약 60년 전인 1964년이다. 당시 프랑스의 생물학자 메이(Raoul Michel May)는 사진에서 보는 중세기 도시 같은 프랑스의 한 마을(Peillon)에 자라는 올리브나무 수피에 자라는 푸른 이끼 속에서 그들을 다량 채집하게 되었다.​

먼지처럼 작은 타디그레이드를 채집한 메이는 그들이 강한 엑스선 밑에서 얼마나 견디는지 조사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인간에게 허용되는 양의 500배에 해당하는 강한 방사선을 조사해도 죽지 않았다. 메이의 실험 결과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타디그레이드는 당장 생물학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타디그레이드는 고산, 심해, 열대우림, 남극 어디서나 발견된다. 그들은 거리의 돌계단이나 수피에 자라는 이끼 속, 호수의 밑바닥 침전물에도 다수가 생존하고 있다.​

타디그레이드는 가장 큰 종류일지라도 길이가 1.2mm에 불과하다. 그들의 몸은 머리 부분 1마디와 가슴 부위 3마디 모두 4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마디마다 좌우에 2개의 다리(모두 8개)가 있으며 관절은 없다. 그들의 몸은 약 40,000개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호흡기관이 따로 없으며, 몸 전체가 공기호흡을 한다. 파이프처럼 생긴 입에는 침(針)들이 있어 먹이를 찔러 즙액을 빤다.

​타디그레이드를 전자현미경으로 1,000배 정도 확대하여 본 모습이다. 이들은 곰을 닮았다고 하여 물곰(water bear)이라는 별명도 있다. 4쌍의 다리에는 4-8개의 갈고리가 있다. 몸의 앞부분에 있는 3쌍의 다리는 수영 또는 걷는 역할을 하고, 뒤쪽 1쌍의 다리는 먹이나 물체를 붙잡는다. 이들은 식물의 세포나 플랑크톤 또는 작은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큐티클로 뒤덮인 동체 안에 다수의 알이 보인다. 암수가 따로 있는 종류(자웅이체 雌雄異體)와 암수 생식기를 한 몸에 가진 자웅동체인 종류도 있다. 한 번에 30여 개의 알을 낳으며, 암수동체인 경우에는 수정(授精) 없이 발생한다. 산란 후 2주일 안에 부화한다.

타디그레이드의 내부 구조를 나타낸다. 오늘날 타디그레이드는 레고 장난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동물이 되었다.​​

상상 이상의 극한(極限) 조건에 생존

타디그레이드의 해부학적 구조라든가 생태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져 있다. 특히 스웨덴 크리스티안스타트 대학의 생물학자 존슨(INgemar Jonsson)은 타디그레이드를 20년이나 연구해왔다. 이 생명체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들이 극도로 불리한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존슨의 연구에 의하면. 그들은 강한 방사선만 아니라 아래와 같은 조건에서도 죽지 않았다.

* 남극과 북극, 해발 6,000m의 고산, 뜨거운 온천수, 뜨겁고 건조한 사막

* 해저 4,000m의 심해

* 1,200기압의 고압 조건에서 10일간

* 어떤 종류는 6,000기압(마리아나 해구보다 6배 고압) 조건

* 방사선이 인간 치사량의 1,000배가 되는 조건

* -20℃에서 30년을 지내도 생존(저온생물학자들이 2016년에 30년 만에 꺼낸 용기 속에 그대로 살아 있었다.)

* -200℃에서 며칠을 두어도, 절대온도(-273℃)와 끓는 물보다 뜨거운 153℃에 몇 분간 두어도 생존

* 완전히 건조한 곳에 10년을 두어 몸의 수분이 다 빠지고 3%만 남아도 살아 있었다. 그들은 호흡과 물질대사를 중단한 상태로 건조를 견뎌냈다. 생물체가 완전히 건조한 조건에서 생존하는 것을 탈수가사(脫水假死 anhydrobiosis)라 한다.

* 우주공간에서 강력한 자외선을 받아도 생존(다른 동식물이라면 이런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DNA가 파괴된다.)

​타디그레이드가 이끼 주변에 사는 모습이다. 물속에서는 다리로 수영을 한다. Ramazzottius varieornatus라 불리는 종은 유난히 극한 환경에 강한 성질을 보인다. 그들의 유전자 구조는 지금 분석 중에 있다.​

우주정거장에서 생존한 타디그레이드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2007년에 무인우주선 FOTON-M3에 타디그레이드를 실어 보냈다. 이때 타디그레이드는 10일 동안 우주의 진공(眞空) 속에서 태양의 강력한 자외선을 그대로 받았다. 지상으로 회수한 그들에게 수분을 공급하자 68%가 생명을 되찾았다.

2011년에는 이탈리아의 과학자들이 우주왕복선 엔디버호에 타디그레이드를 싣고 우주정거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온갖 극한 조건에 두어보았으나 어떤 조건도 그들을 죽도록 하지 않았다.

​타디그레이드는 생존에 불리한 악조건이 되면, 사진처럼 몸을 최소한으로 축소한 상태(턴 tun)가 되어 움직이지 않고 지낸다. tun은 술이나 간장 등을 담는 통을 말하는 독일어이다.

과학자들은 타디그레이드의 유전자와 DNA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들이 극한의 환경을 견디도록 하는 유전자와 ‘Dsup’이라 불리는 특수한 단백질, 그리고 그들의 몸을 보호하는 트레할로스(trehalose)라 불리는 탄수화물의 성분에 대해 조금 알아냈다. 그러나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의 신비가 어디에 있는지 거의 모르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이후 5차례 대멸종의 시기가 있었다. 타디그레이드는 5번의 지옥을 다 견뎌내고 살아남은 생명체의 하나이다. 하버드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로에브는 “지구상에 핵전쟁이 일어나거나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안전히 폐허가 되더라도, 또한 지구와 가까운 초신성에서 폭발이 일어나 엄청난 방사선이 덮쳐오더라도 그들은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펜실베이니아 주 빌라노바 대학의 천문학자 귀난(Edward Guinan)은 “이 동물은 70억 년 후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었을 때, 바다의 물이 모두 증발해버리는 지구 종말의 날이 오기 전까지 살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많은 과학자는 이 동물이 화성과 같은 다른 천체로부터 왔을지 모른다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타디그레이드는 어떻게 이토록 강인할 수 있을까? 그들의 신비를 알게 된다면, 인류는 다가오는 달과 화성 시대에 그곳에서 감자와 시금치를 키우고 동물을 사육하면서, 동시에 자신도 안전하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가 오면 화성에서 재배하는 야채들의 세포에는 타디그레이드의 특별한 유전자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실험은 2020년부터 이미 실시되고 있다.​

​2019년에 발견된 신종 타디그레이드이다. 신종은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필리핀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현재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마팔로(Mark Mapalo)는 지금까지 3종의 타디그레이드를 발견했으며, 특히 타디그레이드를 양식(養殖)하는 방법과 동시에 타디그레이드의 화석을 탐색하여 진화과정을 밝히는 데 열중하고 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는 호박 속에는 1억 6,000만 년 전의 타디그레이드가 매몰되어 있다.

타디그레이드를 알게 되면서 화성이나 다른 행성 또는 외계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타디그레이드의 유전자를 화성에서 재배할 식물의 세포에 이식할 수 있게 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극히 작은 가능성을 향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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